높은 창을 통과한 빛이 바닥에 붉고 푸른 무늬를 드리웁니다. 창에는 사람의 얼굴과 옷자락이 보이고, 그 사이로 검은 선이 촘촘하게 이어집니다. 이 그림은 유리 위에 모두 그린 걸까요, 아니면 색유리를 퍼즐처럼 맞춘 걸까요?
전통적인 스테인드글라스에는 두 방법이 함께 쓰입니다. 유리 자체의 색, 표면에 구워 붙인 그림, 조각을 잇는 금속선을 나누어 보면 창의 구조가 읽힙니다. 여기서는 여러 현대 기법 가운데서도 유리 조각을 납선으로 잇는 전통적인 패널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5][7]

Sydney Decoto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먼저 색을 가진 유리를 만듭니다
포트메탈(pot-metal) 유리는 유리를 녹이는 단계에서 금속 산화물 등을 넣어 색을 낸 유리입니다. 완성된 투명판에 물감을 칠하는 것과는 출발점이 다릅니다.[1] 코닝 유리박물관은 청색을 내는 코발트, 청록색이나 루비색을 낼 수 있는 구리를 대표적인 착색 재료로 소개합니다. 구리만 해도 여러 색을 낼 수 있으니, 금속 이름과 색을 무조건 일대일로 외우면 곤란합니다.[10]
같은 색유리 조각 안에서도 얼굴의 눈과 코까지 저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유리의 색은 그림의 큰 색면을 준비하는 일이고, 세부를 묘사하는 일은 다음 단계에 남습니다.
유리가 모두 속까지 같은 색인 것도 아닙니다. 플래시(flashed) 유리는 바탕 유리에 얇은 색유리층을 결합한 것입니다. V&A는 진한 붉은색을 빛이 통과할 수 있도록 얇은 층으로 만든 역사적 사례를 설명합니다. 현대 제조사 람베르츠도 바탕층과 착색층을 결합해 줄무늬나 색의 변화를 만드는 공정을 소개합니다. 이때의 층은 유리층이며, 뒤에서 살펴볼 표면 물감층과 구별해야 합니다.[1][8]
그림을 그리기 전에 조각의 경계를 정합니다
제작자는 도안을 바탕으로 어떤 모양의 유리를 어디에 놓을지 계획합니다. 실물 크기 제작 도안은 절단과 배치의 기준이 됩니다. V&A의 제작 소개에서도 도안, 유리 절단, 표면 장식, 납선 조립이 서로 구분되는 단계로 등장합니다.[2][7]
아래 자료는 완성된 유리창이 아니라 종이에 그린 창 디자인입니다. 이런 설계 자료와 완성 작품을 나란히 생각해 보면, 창의 그림은 붓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색면의 경계와 유리를 나누는 선도 구성의 일부입니다. 다만 아래 그림 자체를 실제 절단에 사용한 실물 크기 도안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Elihu Vedder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얼굴과 주름은 유리 위에 그려 굽기도 합니다
얼굴의 눈썹, 머리카락, 옷의 주름처럼 섬세한 표현에는 유리질 물감이 쓰입니다. 게티 박물관은 유리 입자를 포함한 물감을 액체 매체와 섞어 바르고, 가마에서 구워 표면에 결합시키는 기법을 설명합니다. 짙은 선으로 윤곽을 그리고, 물감층을 점찍거나 긁어 밝게 보일 부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3]
그래서 창에 보이는 어두운 선은 모두 납선이 아닙니다. 조각의 가장자리를 따라가는 굵은 경계와 한 조각 안에 그려진 가는 선을 구분해서 보세요. 아래 남성 얼굴 패널에서도 얼굴과 머리카락을 묘사하는 선, 주변 조각을 나누는 경계를 따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진만으로 물감의 정확한 성분까지 알아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Daderot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은을 쓰면 은빛이 아니라 노란빛이 날 수 있습니다
표면에 색을 더하는 방법에는 은염 착색(silver stain)도 있습니다. 은 화합물을 유리에 바른 뒤 소성하면 노랑에서 황갈색·호박색 계열의 색을 낼 수 있습니다. 은빛 금속박을 붙이는 기법이 아닙니다.[4][7]
이 방법을 쓰면 한 유리 조각의 일부에 노란색을 더할 수 있습니다. 게티의 소장품 설명에는 맑은 유리 한 장에 유리질 물감과 은염 착색을 함께 적용한 원형 패널도 등장합니다.[3] 따라서 색이 달라지는 곳마다 반드시 다른 유리 조각이 끼워져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노란 부분을 보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은염 착색이라고 판단해서도 안 됩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읽는 요령은 색 이름을 먼저 맞히는 데 있지 않습니다. 색이 바뀌는 경계와 실제 조각의 경계가 같은지 살펴보는 것이 더 유용합니다.
납선은 그림의 윤곽이자 조립 부품입니다
색유리 조각을 결합하는 금속 띠를 케임(came)이라고 합니다. 납선식 유리의 ‘납’은 여기서 조각을 잇는 금속을 가리킵니다. 유리 재료 자체에 납이 들어간 납 크리스털과 같은 뜻은 아닙니다.[5]
많이 쓰이는 납선의 단면은 H자에 가깝습니다. 양쪽 홈에 이웃한 유리 조각의 가장자리를 끼우면, 가운데 금속 부분이 조각 사이를 나누고 앞뒤 날개가 가장자리를 감쌉니다. 납은 형태를 잡기 쉬워 곡선을 따라 배치할 수 있습니다. 바깥 테두리에는 U형 부재가 쓰이기도 합니다.[6]

Victuallers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유리와 납선을 도안에 맞춰 배치한 다음에는 금속선이 만나는 부분을 납땜합니다. 유리 조각끼리 녹여 한 장으로 만드는 과정은 아닙니다. 아래 작업 사진에서는 인두가 금속선의 접점에 닿아 있습니다. 사진 속 패널은 앞의 조립 사진과 다른 작업 예시입니다.[6]

Hans Bernhard ( Schnobby )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완성된 접점을 가까이 보면 선이 만나는 부분을 땜이 이어 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유리와 납선 사이에는 퍼티를 넣어 마감합니다.[1] 이렇게 그림을 나누는 선은 동시에 조각을 묶어 주는 실제 부품이 됩니다. 검은 윤곽이 그림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의 구성과 조립을 함께 담당하는 셈입니다.

Hans Bernhard ( Schnobby )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큰 창은 납선만으로 버티지 않습니다
부드러운 납선이 조각을 붙잡는다고 해서 거대한 창 전체를 혼자 지탱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의 보존 지침은 케임의 재질과 단면, 납땜 상태, 무늬의 배치, 프레임과 보강 구조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패널의 강도는 이 요소들의 조합에 달려 있습니다.[6]
캔터베리 대성당 창의 아래 세부 사진은 플래시를 사용해 촬영한 것입니다. 화려한 투과광보다 유리 사이 금속선과 가로로 놓인 지지 부재가 두드러집니다. 같은 창도 빛을 통과시키는 그림으로 볼 때와 조립된 물체로 볼 때 다른 정보가 드러납니다.

Photo: TTaylor (2005); historic artwork artist unknown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다음에는 색면, 가는 선, 조립선을 따로 보세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소장한 생드니의 잎무늬 테두리 작품은 재료에 포트메탈 유리, 유리질 물감, 납을 함께 적고 있습니다.[9] 세 가지는 책 속에서만 나뉘는 개념이 아니라 실제 작품 안에서 함께 쓰인 재료입니다.
다음에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난다면 먼저 멀리서 큰 색면을 보고, 이어 얼굴이나 옷의 세밀한 선을 찾아보세요. 마지막으로 그 선이 유리 조각의 경계를 따라가는지 살펴보면 좋습니다. 보이는 정보만으로 제작법을 모두 확정할 수는 없지만, 작품 설명의 재료 항목과 대조할 질문은 생깁니다.
오래된 유리창이 지금도 아름답다고 해서 손상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유리 자체의 손상, 표면 회화층의 박락, 금속 조립 구조의 노후화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6] 한 장의 창에는 색을 만드는 기술과 그림을 그리는 기술, 조각을 지탱하는 기술이 겹쳐 있습니다. 빛이 드러내는 아름다움을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 담긴 재료와 설계의 정교함도 함께 보입니다.
참고 자료
- Victoria and Albert Museum — Stained glass: an introduction
- Victoria and Albert Museum — How was it made? Stained glass
- J. Paul Getty Museum — Images in Light: Newly Acquired Stained Glass
- Corning Museum of Glass — Staining
- Corning Museum of Glass — Leaded glass
- U.S. National Park Service — Preservation Brief 33: The Preservation and Repair of Historic Stained and Leaded Glass
- Stained Glass Association of America — Stained Glass Dictionary
- Glashütte Lamberts — Streaky glass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 Foliate Border Section
- Corning Museum of Glass — Frequently Asked Ques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