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한가운데에서 시계를 꺼내 봅니다. 바늘이 알려 주는 것은 지금 몇 시인지뿐인 것 같지만, 먼 곳의 시각을 정확히 지켜 온 시계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배에서 알아낸 현지 시각과 비교해 동쪽이나 서쪽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계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8세기 시계 제작자 존 해리슨이 붙잡은 문제도 이것이었습니다. 시계가 배의 위치를 직접 읽는 것이 아니라, 위치를 계산할 때 필요한 ‘다른 장소의 시각’을 바다까지 가져가는 것입니다. 그의 항해 시계 H4를 이해하려면 작은 톱니바퀴보다 먼저, 지구 위 두 장소의 정오가 왜 서로 다른 순간에 찾아오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Mike Prince from Bangalore, India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동서 위치는 왜 시간과 연결될까요?
위도는 적도에서 남북으로 떨어진 각도이고, 경도는 기준 자오선에서 동서로 떨어진 각도입니다. 바다에서 위도는 태양이나 별의 높이를 관측해 구할 수 있었지만, 경도를 알아내려면 다른 종류의 비교가 필요했습니다. 같은 별이나 태양을 본다고 해도 지구가 돌고 있으므로 관측 시각이 함께 중요해집니다.
태양을 기준으로 한 하루를 평균 24시간으로 놓으면 지구의 한 바퀴 360도는 시간당 15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두 장소의 시각 차이 1시간은 경도 차이 15도, 시각 차이 4분은 경도 차이 1도에 대응합니다. 지구의 동쪽에서는 태양이 자오선을 지나는 일이 서쪽보다 먼저 일어나므로 현지 시각도 앞섭니다. 경도를 재는 문제에는 이렇게 시간을 비교하는 길이 열립니다.
여기서 ‘현지 시각’은 나라별로 정한 표준시간대의 시각을 뜻하지 않습니다. 같은 시간대를 쓰는 도시도 동서 위치가 다르면 태양이 남중하는 순간은 달라집니다. 항해에 필요한 것은 관측한 장소의 태양 운동에 대응하는 시각과, 경도를 알고 있는 기준 장소의 시각입니다.
기준지는 오후 2시, 배에서는 낮 12시라면
계산의 방향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아래 표는 관측·시계 보정을 거쳐 두 시각을 모두 평균태양시라는 같은 기준에 맞췄다는 가정의 예시입니다. 기준 자오선은 설명을 위해 그리니치로 정합니다. 실제 해리슨의 특정 항해에서 얻은 측정값은 아닙니다.
| 비교할 값 | 가정한 시각 또는 계산 |
|---|---|
| 시계가 지켜 온 그리니치 평균태양시 | 14:00 |
| 관측으로 구하고 보정한 배의 현지 평균태양시 | 12:00 |
| 현지가 기준지보다 뒤처진 시간 | 2시간 |
| 경도 차이 | 2시간 × 시간당 15도 = 30도 |
| 동서 방향 | 그리니치 서쪽, 즉 서경 30도 |
배의 현지 시각이 기준지보다 뒤처져 있으므로 배는 서쪽에 있습니다. 반대로 같은 순간 현지 시각이 기준지보다 2시간 앞서면 기준지 동쪽 30도가 됩니다. 시계의 바늘 자체에 동서가 적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장소의 시각이 앞서는지에서 방향이 나옵니다.
태양이 가장 높이 떠 자오선을 지나는 순간은 그 장소의 겉보기 태양시로 정오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기계식 시계의 고른 시간과 그대로 비교하면 안 됩니다. 실제 태양이 알려 주는 겉보기 태양시와 고르게 흐르는 평균태양시에는 계절에 따라 차이가 생기며, 이를 균시차라고 합니다. 위 표는 이 차이와 시계 오차 등을 이미 보정한 원리 설명입니다. 실제 항해에서는 관측과 천문력, 시계의 오차 관리가 함께 필요했습니다.
좋은 시계를 배에 싣기만 하면 됐을까요?
육지에서 잘 맞는 시계가 배에서도 똑같이 잘 맞는다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흔들림은 시간 조절 장치에 영향을 주고, 온도 변화도 시계 부품과 시간 유지에 영향을 미칩니다. 항해 시계는 기준지 시각을 하루 이틀이 아니라 긴 항해 내내 믿을 만하게 보존해야 했습니다.
해리슨은 목수 일을 하면서 시계 제작을 익힌 사람이었습니다. 1714년 영국 의회가 마련한 경도법은 항해 중 경도를 찾는 방법에 정확도별 보상을 제시했습니다. 최고액 하나를 걸어 놓고 우승자를 기다린 단순 경연이라기보다, 시험과 개발 지원, 공개 조건이 뒤따르는 제도였습니다. 해리슨은 그 문제에 정밀한 기계식 시간측정으로 도전했습니다.

Thomas King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왜 작은 오차까지 신경 써야 했는지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시간 4분이 경도 1도라면, 시계가 1분 틀리는 것은 다른 조건이 같을 때 경도 0.25도의 오차에 해당합니다. 이 각도가 나타내는 동서 거리는 위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어느 바다에서나 같은 킬로미터라고 바꾸어 말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조금 어긋나도 위치 판단에 그대로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H1에서 H3까지, 큰 시계의 시행착오
해리슨의 첫 해상시계 H1은 1735년 완성됐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서로 연결된 두 개의 저울대 모양 조절 장치입니다. 배의 움직임 속에서 시간을 유지하려는 설계였지, 육지의 괘종시계를 그대로 배에 옮긴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1736년에는 리스본으로 가는 실제 항해에서 시험을 받았습니다.

Tatters ❀ from Brisbane, Australia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다음 시계 H2도 개발됐지만 해상 시험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박물관 소장품 기록은 해리슨이 이 장치의 설계상 문제를 인식했음을 설명합니다. 겉모습이 더 정돈됐다는 것과 실제 배에서 신뢰할 성능을 얻었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였습니다.

Tatters ❀ from Brisbane, Australia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H3에는 약 19년의 작업이 들어갔습니다. 온도 변화의 영향을 줄이기 위한 장치 등 새로운 시도가 있었지만, 해리슨이 원한 정밀도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 순서를 보면 H1·H2·H3·H4를 단순히 점점 좋아진 완제품 네 개로 읽기 어렵습니다. 방향을 바꾸게 만든 실패와 긴 검토가 그 사이에 있습니다.

Tatters ❀ from Brisbane, Australia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답은 커다란 장치가 아니라 시계형 H4로 이어졌습니다
1759년에 완성된 H4는 앞선 장치들과 인상이 크게 다릅니다. 커다란 황동 구조물 대신 큰 회중시계처럼 생긴 형태입니다. 왕립 그리니치 박물관의 소장품 설명은 빠르게 진동하는 안정적인 밸런스를 이 설계의 특징으로 짚습니다. 작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조절하는 방식에서 다른 가능성을 찾은 것입니다.

Tatters ❀ from Brisbane, Australia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1761년 아들 윌리엄 해리슨은 H4를 가지고 자메이카 시험 항해에 나섰습니다. 여기서 1759년의 제작과 1761년에 시작한 시험은 구별해야 합니다. 자메이카와 바베이도스 해상 시험에서는 높은 정확도를 보였지만, 이후 시험 결과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졌습니다. 보상을 받는 과정도 곧바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작동 원리를 공개하고 다른 시계로도 성능을 재현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가 함께 논의됐습니다.
1773년 의회 조치는 이미 받은 금액에 더하는 별도 보상을 규정했습니다. 이를 ‘1773년에 처음 상금을 받았다’거나 ‘그해 최고 상금 전액을 한 번에 받았다’고 줄이면 그전에 있었던 개발 지원과 보상의 역사가 지워집니다. 발명의 성공, 공적 검증, 보상 결정은 서로 연결되지만 같은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달을 읽는 방법도 함께 발전했습니다
기준지 시각을 얻는 길이 시계 하나뿐이었던 것도 아닙니다. 달과 태양 또는 별 사이의 각거리를 관측하고 미리 계산한 표와 대조하는 ‘달의 거리법’도 발전했습니다. 시계가 기준지의 시간을 운반했다면, 이 방식은 천체의 배열에서 그 시간을 계산해 내려고 했습니다.

Александр Сигачёв · CC0 · Wikimedia Commons
그 관측에는 정밀한 각도 측정과 계산이 필요했습니다. 해리슨의 작업과 이 천문학적 방법은 경도를 알아내려는 같은 과제의 서로 다른 해법이었습니다. 어느 쪽도 좋은 장치나 표 하나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배에 즉시 자리 잡지는 않았습니다. 관측자의 숙련, 가격, 신뢰와 보급이 별도로 따라와야 했습니다.
항해 시계가 바꾼 것은 ‘시간의 쓰임’입니다
초기의 정밀 항해 시계는 비쌌고 제작도 쉽지 않았습니다. 후대 제작자들이 구조를 단순화하고 제작성을 높이면서 보급이 넓어졌습니다. 아래의 후대 항해용 크로노미터는 해리슨의 H4 그 자체가 아니라, 바다에서 기준 시간을 보존하는 장치가 발전해 간 모습을 보여 줍니다.

Waltham Watches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면 답은 분명합니다. 항해 시계는 바다 위 좌표를 저절로 표시하는 기계가 아니었습니다. 한 장소의 시간을 정확하게 보존하고, 다른 장소에서 얻은 시각과 비교할 수 있게 하는 기계였습니다. 지구의 회전이 그 시간 차이를 동서 각도 차이로 이어 줍니다.
해리슨의 시계가 인상적인 이유도 작은 물건 안에 정교한 부품이 들어 있어서만은 아닙니다. 흐르는 시간을 정확하게 붙잡으면 보이지 않는 위치를 계산할 수 있다는 연결을 실제 항해에서 쓸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참고 자료
- Royal Museums Greenwich — What is longitude?
- Royal Museums Greenwich — Longitude found – the story of Harrison's timekeepers
- Royal Museums Greenwich Collections — H4
- Royal Museums Greenwich Collections — H3
- Royal Observatory Greenwich research website — Transcripts of the Longitude Acts
- Royal Museums Greenwich — Longitude found: Nevil Maskelyne and the lunar method
- Royal Museums Greenwich Collections — H1
- Royal Museums Greenwich Collections — H2
- U.S. Naval Observatory, Astronomical Applications Department — The Equation of Time
- NASA Goddard Space Flight Center (archival educational page) — Latitude and Longitu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