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벌어진 새 깃털은 어떻게 다시 붙을까? — 미세 갈고리의 연결 원리

새가 부리로 날개를 훑는 모습을 보면 단순히 털을 고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 동작에는 흐트러진 깃털의 연결을 다시 맞추는 역할도 있습니다. 넓은 깃털의 표면이 빗살처럼 갈라졌다가 다시 매끈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답은 깃털을 이루는 가느다란 가지 사이의 미세한 갈고리에 있습니다. 온전한 연결이 풀렸다면 다시 맞물릴 수 있습니다. 끊어진 조직이 새로 자라나는 치유와는 다른 현상입니다.

흰 깃털의 깃가지 사이에 길게 벌어진 틈을 보여 주는 접사
흰 비둘기 깃털의 접사. 나란히 이어진 깃가지 사이 한 곳이 벌어져, 그 가장자리의 작은 가지들이 드러납니다.
Franz van Duns · CC BY-SA 4.0 · 출처: Wikimedia Commons

한 장의 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지들의 연결입니다

날개깃의 가운데에는 깃대가 있고, 양옆으로 깃가지가 뻗어 깃판을 이룹니다. 깃가지에서 다시 갈라지는 작은 가지를 소우지(barbule)라고 합니다.[1]

중요한 것은 가지가 많다는 사실만이 아닙니다. 이웃한 가지가 서로 연결되어야 가볍고 넓은 면으로 함께 작동할 수 있습니다. 낱개의 가지를 휘게 하는 실험과 여러 가지가 연결된 상태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맞물림이 가지의 회전을 억제해 깃판의 기계적 거동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재료를 두껍게 채우는 대신, 가느다란 부재를 서로 묶는 방식인 셈입니다.[2]

나무가 흐릿하게 보이는 배경 앞에 세운 회색 비둘기 깃털
비둘기 깃털 한 장. 중심의 깃대 양옆에 깃판이 펼쳐져 있습니다.
Petro Stelte · CC BY-SA 4.0 · 출처: Wikimedia Commons

갈고리와 가장자리가 만나는 자리

깃판에서는 한쪽 소우지의 갈고리가 이웃 소우지의 굽은 가장자리에 걸립니다. 서로 같은 갈고리끼리 맞물리는 구조는 아닙니다.[3]

카나리아 깃털의 소우지에서 갈고리 형태가 보이는 흑백 전자현미경 사진
카나리아 깃털의 소우지를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본 모습입니다. 바깥쪽으로 휘어진 작은 갈고리들을 볼 수 있습니다. 눈금은 40 μm입니다.
Melanine1951% · CC BY 4.0 · 출처: Wikimedia Commons

참매의 비행깃을 조사한 2018년 연구에서는 당기는 힘에 따라 갈고리가 미끄러지고 돌출부에 걸린 뒤, 큰 변형에서 풀렸습니다.[3]

금색 갈고리 하나가 청록색 소우지의 굽은 가장자리에 걸린 입체 개념도
갈고리가 이웃 소우지의 가장자리에 걸리는 관계를 단순화한 개념도입니다. 색과 크기는 설명을 위한 것이며, 실제 현미경 영상이나 모든 돌출부를 재현한 도면이 아닙니다.
삽화 · AI 생성(Codex/ChatGPT 구독). 미세 연결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단순화.

‘지퍼를 다시 잠근다’는 비유는 어디까지 맞을까요?

깃가지를 벌리면 그 사이의 연결이 풀리며 깃판에 틈이 생깁니다. 이를 다시 가지런히 맞추면 온전한 갈고리들이 이웃 소우지에 다시 걸릴 수 있습니다. 깃털을 가볍게 훑어 원래 상태에 가깝게 되돌리는 현상을 다룬 연구의 제목도 ‘깃털의 지퍼 열기(Unzipping bird feathers)’입니다.[4]

하지만 깃털 안에 옷의 지퍼처럼 한 줄의 이빨과 손잡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연결점이 가지들 사이에 널리 분포합니다. ‘지퍼’라는 말은 풀고 다시 연결할 수 있다는 성질을 설명하는 비유입니다. 눈에 보이는 틈만으로는 갈고리가 단순히 풀렸는지, 일부 구조가 끊어졌는지까지 알 수 없습니다.

앞서 소개한 2018년 연구의 반복 분리·손질 실험에서도 재결합이 가능했습니다. 이 결과를 모든 깃털의 무한한 복구 능력으로 확대할 수는 없습니다.[3]

부리로 손질하는 행동은 작은 정비입니다

새가 깃털을 다듬는 행동을 프리닝(preening)이라고 합니다. 부리는 흐트러진 부분을 가지런히 정돈하는 데 쓰입니다. 깃판의 복원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부리로 다듬는 동작뿐 아니라 날개를 흔드는 움직임도 다뤘습니다. 정렬을 돕는 움직임과 다시 걸릴 수 있는 구조가 함께 작동하는 것입니다.[5]

목을 굽혀 부리로 몸의 깃털을 손질하는 큰홍학
큰홍학이 부리를 깃털에 대고 손질하는 모습입니다. 이 한 장면만으로 미세한 갈고리의 재결합까지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Giles Laurent · CC BY-SA 4.0 · 출처: Wikimedia Commons

따라서 새가 몸을 손질하는 장면은 깃털이라는 도구를 관리하는 시간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영국 조류 연구기관 BTO(British Trust for Ornithology)도 부리를 이용한 깃털 정렬을 일상적인 관리 행동으로 설명합니다.[7] 다만 멀리서 본 한 번의 부리 움직임만으로 특정 갈고리의 재결합을 확인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위 사진은 깃털을 다듬는 행동을 보여주며, 미세한 연결의 증거는 확대 관찰과 실험에서 얻습니다. 비둘기 깃털의 구조와 복원 과정을 기록한 동반 데이터 논문에는 전자현미경 관찰 자료가 실려 있습니다. 이는 앞선 복원 연구와 연결된 자료이며 별개 연구팀의 독립 재현은 아닙니다.[6]

솜깃은 왜 같은 방식으로 매끈해지지 않을까요?

솜깃은 느슨하고 촘촘히 맞물리지 않는 구조로 공기를 품습니다.[1]

밝은 배경 위에 가느다란 가지가 솜처럼 퍼진 솜깃
솜깃은 가느다란 가지들이 느슨하게 퍼진 모습을 보입니다. 비행깃의 단단한 깃판과 형태가 다릅니다.
Yoky · CC BY-SA 4.0 · 출처: Wikimedia Commons

푹신함은 연결이 망가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한 깃털에도 솜털 같은 부분과 맞물리는 부분이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1]

다시 맞물리는 능력이 비행과 만나는 곳

깃판은 공기와 힘을 주고받는 면입니다. 펠리컨의 날개깃 등으로 연결 구조를 조사한 연구는 소우지의 맞물림과 공기의 통과가 어떻게 관련되는지 살폈습니다. 공기가 통과하는 성질은 방향과 구조에 따라 달랐고, 연결이 풀렸을 때의 영향도 깃가지의 치수와 관련됐습니다.[8] 따라서 깃판을 ‘완전히 밀폐된 판’으로 그리는 것 역시 지나친 단순화입니다.

두 날개를 펼치고 오른쪽으로 나는 암컷 고방오리
날개를 펼친 암컷 고방오리입니다. 큰 비행깃들이 겹쳐 날개의 넓은 표면을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Frank Schulenburg · CC BY-SA 4.0 · 출처: Wikimedia Commons

깃털의 정교함은 무조건 단단하게 버티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가늘고 가벼운 부품을 연결하면서도, 일부 연결이 풀리면 다시 맞출 여지를 남겨 둡니다. 재료의 성질과 부품의 모양, 새의 손질 행동이 함께 기능을 유지합니다.

다시 붙는 것과 새로 자라는 것은 다릅니다

이미 성숙한 깃털은 살아 있는 피부처럼 상처를 메우지 못합니다. 갈고리가 온전한 채 풀린 부분은 정렬을 통해 다시 연결될 수 있지만, 깃대나 깃가지가 부러진 부분까지 부리로 훑어 재생할 수는 없습니다.[1] 낡은 깃털은 털갈이로 교체됩니다.[7]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면 답은 분명합니다. 벌어진 깃털이 다시 붙는 이유는 접착제가 새로 생겨서가 아니라, 남아 있는 미세 구조가 다시 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가 부리로 날개를 훑는 익숙한 장면 속에는, 작은 연결을 되살려 넓은 면을 유지하는 정교한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영상으로 보기

YouTube에서 한국어 쇼츠 보기

참고 자료

  1.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Feathers
  2. A lightweight, biological structure with tailored stiffness: The feather vane
  3. Repairable cascaded slide-lock system endows bird feathers with tear-resistance and superdurability
  4. Unzipping bird feathers
  5. Shaking the wings and preening feathers with the beak help a bird to recover its ruffled feather vane
  6. Data of feather recovering performance of birds and micro structure of pigeons' feathers
  7. Preening, sunbathing, dustbathing and waterbathing
  8. Reversible Attachment with Tailored Permeability: The Feather Vane and Bioinspired Designs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