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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부는데 렌즈구름은 왜 제자리에 머물까?

바람 속에 머무는 흰 렌즈

산 위나 산맥 너머에 매끈한 접시 모양 구름이 떠 있습니다. 바람은 계속 부는데, 구름은 같은 자리에 걸린 듯 보이기도 합니다. 렌즈구름의 흥미로운 점은 낯선 모양만이 아닙니다. 공기가 이동하는 속도와 구름 무늬가 이동하는 속도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눈앞에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답의 실마리는 구름을 단단한 물체처럼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방울로 이루어진 산악파 렌즈구름에서는 공기가 구름 영역으로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동안, 한쪽에서는 작은 물방울이 만들어지고 다른 쪽에서는 다시 증발합니다. 이 과정이 비슷한 위치에서 이어지면, 구성 물질은 바뀌어도 전체 윤곽은 한동안 유지될 수 있습니다. 2

볼더의 산줄기 위 하늘에 여러 겹으로 포개진 흰 렌즈구름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에서 관측된 렌즈구름입니다. 매끈한 가장자리와 여러 겹의 형태가 눈에 들어옵니다.
NOAA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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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구름은 한 가지 높이의 구름일까요?

세계기상기구의 국제구름도감은 렌즈구름을 렌즈나 아몬드처럼 생기고, 대체로 윤곽이 뚜렷한 구름으로 설명합니다. 길게 늘어난 모양도 포함합니다. 학술 분류의 lenticularis는 주로 권적운·고적운·층적운에 붙는 형태 이름입니다. 따라서 렌즈구름이라는 말만으로 정확한 높이나 구름의 종류까지 하나로 정할 수는 없습니다. 1

이 글에서는 그중 산을 넘은 공기의 파동에 생겨 제자리에 머무는 듯 보이는 경우를 살펴봅니다. 산은 흔한 출발점이지만 모든 렌즈구름의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국제구름도감도 두드러진 산악 지형이 없는 지역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1

구름을 이루는 입자는 조건에 따라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일 수 있습니다. 아래 응결·증발 설명은 물방울로 이루어진 경우를 중심으로 풀어 썼습니다. 10

눈 덮인 베이커산 정상 부근을 모자처럼 둥글게 감싼 회색 구름
미국 베이커산의 정상 부근을 둥글게 감싼 구름입니다. 산에 걸린 구름을 모두 같은 종류로 단정하기보다 형태와 발생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Jeffrey Pang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산을 넘은 바람에 파동이 생깁니다

비교적 안정된 공기가 산줄기를 가로질러 흐르면 지형을 넘기 위해 위로 밀려 올라갑니다. 조건이 맞으면 산을 지난 뒤에도 상승과 하강이 이어지며 공기 흐름에 파동이 만들어집니다. 이를 산악파라고 합니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 대기의 상태가 중요하므로 산이 있고 바람이 분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같은 구름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5

강물이 장애물을 넘으면서 특정 위치에 물결을 만드는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물은 아래로 계속 흘러가도 물결의 모양은 그 자리에 남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움직임과 무늬를 구분하기 위한 비유입니다. 하늘에서 실제로 흐르는 것은 강물이 아니라 공기이며, 우리가 보는 흰 부분은 조건이 맞는 곳에서 생긴 구름입니다. 3

겹친 푸른 산줄기 너머 후지산 정상에 걸린 얇고 납작한 구름
일본 온타케산에서 바라본 후지산 정상 부근의 렌즈구름입니다. 산봉우리와 구름의 위치 관계를 보여 줍니다.
Alpsdake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올라가는 곳에서는 생기고, 내려가는 곳에서는 사라집니다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 주변 기압이 낮아져 팽창하고 온도가 내려갑니다. 충분히 습한 공기가 포화에 이르면 수증기가 작은 물방울로 응결해 눈에 보이는 구름이 됩니다. 눈에 보이는 흰 구름과 기체 상태의 수증기는 다릅니다. 수증기가 그대로 흰 덩어리가 되어 이동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이 과정을 놓치기 쉽습니다. 4,10

산악파의 파마루 부근에서 이렇게 구름이 생겨도, 공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흐름을 따라 내려가는 쪽에서는 공기가 따뜻해지며 물방울이 증발할 수 있습니다. 계속 들어오는 공기는 새 구름을 만들고, 빠져나가는 쪽에서는 구름이 사라집니다. 렌즈구름의 경계는 공기를 가두는 벽이 아니라, 구름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의 경계에 가깝습니다. 9

눈 덮인 산 위에 분홍빛으로 물든 여러 겹의 렌즈구름
미국 그레이트샌드듄스 국립공원 부근의 렌즈구름이 해 질 무렵 분홍빛으로 물든 모습입니다. 층층이 겹친 구름의 윤곽이 드러납니다.
NPS / Patrick Myers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멈춰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요?

“정지한 듯 보인다”는 말은 공기와 모든 구름 입자가 멈췄다는 뜻이 아닙니다. 미국 기상청의 하와이 사례에서도 일정한 바람이 부는 동안 구름이 계속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모습을 설명합니다. 유지되는 무늬와 그 안을 통과하는 공기를 구분해야 합니다. 7

사진 한 장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은 렌즈 모양을 보여주지만, 그것만으로 공기의 속도를 재거나 물방울 하나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것은 아닙니다.

매끈하고 타원형인 렌즈구름 앞에 울퉁불퉁한 적운이 함께 보이는 하늘
미국 텍사스주 뉴브라운펄스에서 촬영한 렌즈구름과 적운입니다. 매끈한 구름과 울퉁불퉁한 구름의 모양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Brainandforce · CC BY 4.0 · Wikimedia Commons

뉴질랜드만의 신기한 구름은 아닙니다

뉴질랜드 남섬에는 ‘타이에리 펫’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길쭉한 렌즈구름이 있습니다. NASA가 소개한 사례에서는 랜드샛 8호의 OLI가 2024년 9월 7일 이 구름을 촬영했습니다. 지역의 산악 지형과 바람이 만드는 구름을 위성 시점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8

홍콩 기상대는 2006년 2월 8일 구룡 방향에서 본 렌즈구름을 소개하며, 습하고 안정된 공기가 언덕을 넘어 파동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미국 기상청도 2003년 11월 25일 하와이섬의 마우나로아·마우나케아 주변 사례를 기록했습니다. 서로 다른 풍경을 닮은 윤곽으로 연결하는 것은 특정 나라의 상징이 아니라, 지형과 공기와 수분이 만나는 조건입니다. 6,7

산줄기를 내려다본 풍경 위로 길고 납작하게 뻗은 타이에리 펫 구름
뉴질랜드 록앤드필러 산맥 부근의 타이에리 펫(Taieri Pet) 렌즈구름을 공중에서 본 모습입니다. 본문에서 소개한 2024년 위성영상과는 별도의 공중사진입니다.
Alistair Paterson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구름이 없다고 파동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공기가 충분히 습하지 않으면 산악파가 있어도 구름이 생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렌즈구름은 흐름의 일부만 드러냅니다. 매끈한 윤곽만으로 주변 공기까지 고요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3

다음에 흰 렌즈를 만나면, 공기가 지나가는 동안 계속 새로 만들어지는 무늬를 떠올려 보세요. 모습이 유지된다는 것과 물질이 멈춰 있다는 것은 다릅니다. 9

눈 덮인 산과 만 위 하늘에 주황색 노을빛을 받은 렌즈구름
사우스조지아 스트롬니스만의 렌즈구름이 노을빛을 받는 모습입니다. 같은 종류의 구름도 빛과 시점에 따라 다른 풍경을 만듭니다.
Serge Ouachée (Butterfly austral)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참고 자료

  1. WMO International Cloud Atlas — Lenticularis
  2. NWS Albuquerque — Altocumulus Standing Lenticular Clouds
  3. Met Office — Unusual cloud formations
  4. NWS — Cloud Development
  5. NWS Albuquerque — Mountain Wave Activity Over the Southern Rockies
  6. Hong Kong Observatory — Lenticular Clouds
  7. NWS Honolulu — Lenticular clouds, November 25, 2003
  8. NASA — A Particular Lenticular Cloud
  9. NASA Earth Observatory — Curious Clouds in the Transantarctic Mountains
  10. NWS Jackson — Weather Education: Clou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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