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1858년 런던 대악취는 어떻게 도시의 하수도를 바꿨을까?

1858년 여름, 런던의 템스강에서 올라온 악취가 강변의 의사당까지 파고들었습니다. 무더위 속에서 수위가 낮아지자 강가에 드러난 오물이 냄새를 더했습니다. 훗날 ‘대악취(Great Stink)’로 불린 사건입니다. 이 사건이 남긴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도시 지하에 있었습니다.

템스강을 가로지르는 워털루 다리와 빅토리아 제방의 전경
템스강과 워털루 다리, 북쪽 강변의 빅토리아 제방. 2009년 풍경으로 1858년 당시 사진은 아니다.
Tom Arthur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커튼을 적셔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

영국 의회가 보존한 자료의 해설에 따르면, 의사당에서는 냄새를 줄이려고 커튼에 약품을 적셨습니다. 의회 업무를 옥스퍼드나 세인트올번스로 옮기는 방안까지 검토했습니다. 실제로 의회가 이전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강의 오염이 국가의 의사결정을 하는 공간 안으로 들어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런던에는 이미 배수 시설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끝이 강으로 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집과 공장에서 버린 오물이 템스강에 모였고, 도시가 커질수록 이 방식의 부담도 커졌습니다. 여름의 더위는 오래 누적된 오염을 누구도 외면하기 어려운 냄새로 드러냈습니다.

냄새에 대한 공포와 물에 관한 증거

당시에는 썩은 공기가 병을 일으킨다는 ‘미아즈마설’이 널리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다른 설명을 찾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의사 존 스노는 1854년 런던 소호의 콜레라 사망 사례를 조사해 브로드스트리트 펌프 주변의 집중을 확인하고 오염된 물을 의심했습니다. 물을 통한 전파라는 주장은 당시의 통념과 충돌했습니다.

콜레라에서 중요한 전파 경로는 오염된 물을 마시는 것입니다. 악취가 심했다는 사실과 그 냄새 자체가 콜레라를 퍼뜨렸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합니다. 대악취를 이해할 때에도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두려워했는지와 실제 감염 경로를 같은 설명으로 묶으면 안 됩니다.

1858년에 갑자기 태어난 설계는 아니었습니다

정장을 입은 조지프 바잘제트의 갈색조 초상사진
런던 하수도 체계를 이끈 토목기술자 조지프 바잘제트. Lock & Whitfield가 촬영한 1864~1877년 사이 초상이다.
Lock & Whitfield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사업을 이끈 토목공학자 조지프 바잘제트는 1856년부터 런던 광역 공공사업위원회(Metropolitan Board of Works)의 기술자로 일했습니다. 주요 배수망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일은 이미 위원회의 과제였습니다. 대악취가 닥치기 전부터 도시 규모의 해법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1858년 7월 15일 하원 토론 기록에는 재원과 책임을 둘러싼 논의가 나옵니다. 누가 비용을 부담할지, 위원회가 사업을 추진할 권한은 충분한지가 문제였습니다. 같은 토론에서 벤저민 홀은 이전에 제출된 배수 계획과 배출구 위치를 검토하고 수정해 온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악취는 새 아이디어를 한순간에 발명했다기보다, 지연되던 사업을 움직이게 한 정치적 계기로 볼 수 있습니다.

강으로 향하던 하수를 중간에서 모으다

중앙 탑과 장식적인 벽돌 외벽이 있는 애비 밀스 펌프장
애비 밀스 펌프장의 건물. 2021년에 촬영한 모습이다.
Simon from London, United Kingdom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바잘제트의 사업을 이해하는 핵심은 하수관의 ‘방향’입니다. 여러 지역에서 나오는 하수를 큰 간선으로 받아 도시 동쪽으로 보내는 체계를 만든 것입니다. 작은 배수로 하나만 고치는 대신, 여러 흐름의 목적지를 함께 바꾸는 도시 전체의 설계였습니다.

이때 쓰이는 ‘차집’은 흐르던 하수를 중간에서 받아 모은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역의 배수관은 더 큰 간선과 연결되고, 터널과 펌프장이 하나의 망을 이룹니다. 아래 개념도에서는 집에서 내려온 세 갈래의 물길이 강에 닿기 전에 강과 나란한 큰 관으로 합류합니다. 실제 런던의 지형이나 관의 크기를 재현한 지도는 아닙니다.

세 갈래 배수관이 강과 평행한 차집 하수관으로 합류하는 입체 개념도
작은 배수관의 하수를 큰 관으로 모아 옆으로 운반하는 차집 구조. 화살표는 개념적인 흐름이며 실제 런던의 지도나 수리 모형은 아닙니다.
삽화 · AI 생성(Codex/ChatGPT 구독). 차집 구조를 단순화한 개념도이며 실제 지형·관경·축척을 재현하지 않습니다.

중력으로 흐를 수 있는 구간은 경사를 이용하고, 필요한 곳에서는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펌프가 오수를 끌어올렸습니다. 크로스니스(Crossness)에서는 오수를 덮개가 있는 저수조로 올린 뒤 썰물에 방류했습니다. 물을 모으는 관, 높이를 극복하는 펌프, 방류 시점을 조절하는 저수조가 각각 역할을 맡았습니다.

펌프장과 제방에 남은 도시의 변화

벽돌 아치형 창 앞에 놓인 크로스니스 펌프장의 거대한 금속 빔
크로스니스 펌프장 내부의 거대한 빔. 2013년에 촬영한 보존 상태의 기계다.
Christine Matthews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크로스니스 펌프장은 1865년 4월 4일 문을 열었습니다. 영국의 공식 유산 지정 기록에는 내부의 주철 장식과 대형 빔 엔진 네 대가 명시돼 있습니다. 화려한 기둥과 거대한 기관이 함께 있는 공간은 당시 도시가 위생 기반시설에 투입한 공학과 건축을 보여줍니다.

공사는 강변의 모습도 바꿨습니다. 제방은 큰 하수관을 담을 공간이 되었고, 빅토리아 제방의 단면에는 철도 공간도 함께 놓였습니다. 다만 1865년의 개통 행사가 런던 전체 공사의 끝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런던박물관은 전체 사업이 1875년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합니다.

빨강과 초록, 금색으로 장식된 크로스니스 펌프장 내부의 기둥과 아치
크로스니스 펌프장 내부의 다채로운 주철 장식. 2013년에 촬영한 모습이다.
Christine Matthews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이 변화에는 비용도 있었습니다. 히스토릭 잉글랜드는 제방 공사로 강변 공동체와 사업장이 철거되고 생계가 흔들린 점을 함께 다룹니다. 새 기반시설의 성과를 읽을 때에는 아름다운 제방 아래의 관뿐 아니라 그 공간을 내주어야 했던 사람들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류로 옮기는 것과 정화하는 것은 다릅니다

초기의 체계는 생하수를 하류로 운반해 방류했습니다. 도시 중심의 오염 부담을 줄였어도 오염물질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크로스니스의 연표에는 1887~1891년 무렵 화학적 침전과 슬러지 분리가 도입되는 다음 단계가 기록돼 있습니다. 하수의 운반과 처리는 서로 이어지지만 같은 작업은 아닙니다.

현대 하수처리에서는 큰 이물질과 모래를 걸러 내고, 침전시키고, 미생물을 이용해 오염을 줄이는 과정 등을 거칩니다. 관을 따라 멀리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이런 처리가 끝났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처리된 방류수를 곧바로 마실 수 있는 물이라고 이해해서도 안 됩니다.

모래와 자갈 강변이 드러난 템스강 너머의 빅토리아 제방
강변 바닥이 드러난 템스강과 맞은편 빅토리아 제방. 2011년에 촬영한 현대의 풍경이다.
Txllxt TxllxT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대악취가 남긴 질문

대악취는 도시의 오물을 어디로 보낼지, 그 일을 누가 실행하고 비용을 부담할지 묻게 했습니다. 오늘도 집에서 내려간 물의 다음 목적지를 따라가 보면, 눈앞에서 사라진 오염을 처리하는 일이 왜 도시 전체의 과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1. London Museum — The Great Stink of 1858
  2. UK Parliament — Estimate of expense River Thames Purification Bill 1866
  3. UK Parliament, Hansard — First Reading, House of Commons, 15 July 1858
  4. Science Museum Group Collection — John Snow 1813–1858
  5. Institution of Civil Engineers — Sir Joseph Bazalgette
  6. Historic England — The Great Stink — How the Victorians Transformed London to Solve the Problem of Waste
  7. London Museum — How Bazalgette built London’s first super-sewer
  8. Historic England — Former Crossness Pumping Station, List Entry 1064241
  9. Crossness Engines Trust — History Timeline
  10. Thames Water — The sewage treatment process

영상으로 보는 런던의 물길

YouTube에서 쇼츠 보기

답글 남기기

상호 사우스맨대표 남인사업자등록번호 106-11-72375 사업자정보 확인통신판매업 신고 제2026-화성동탄-3378호주소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 동탄공원로1길 6-59, 361동 301호전화 010-9184-2385이메일 south-man@daum.net호스팅 Oracle Cloud (대한민국 춘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