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가을, 태양계에 손님이 하나 다녀갔습니다. 우리 곁에서 태어난 평범한 혜성이 아니라, 다른 별 곁에서 만들어져 수십억 년을 떠돌다 우리 태양을 한 번 스치고 영영 떠나간 성간(interstellar) 천체였습니다. 이름은 3I/ATLAS. 이름 맨 앞의 ‘I’는 ‘Interstellar(성간)’를 뜻하고, 숫자 3은 인류가 확인한 세 번째 성간 방문자라는 표식입니다.

NASA, ESA, D. Jewitt (UCLA); 처리 J. DePasquale (STScI) · CC BY 4.0 · Wikimedia Commons
여기서 자연스러운 의문이 생깁니다. 직접 가 본 것도 아닌데, 천문학자들은 어떻게 이 천체가 “태양계 밖에서 왔다”고 그토록 확신할까요? 그 답이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닫히지 않는 궤도 — 외계에서 왔다는 결정적 증거
비밀은 천체가 그리는 길, 곧 궤도의 모양에 있습니다. 태양계 안에서 태어난 천체는 태양 중력에 단단히 붙들려 있어, 둥글게 닫힌 타원을 그리며 돌고 또 돕니다. 이때 궤도가 얼마나 찌그러졌는지를 나타내는 값을 ‘이심률(e)’이라 하는데, 닫힌 타원은 언제나 e가 1보다 작습니다.

도해 · glu.kr 자체 작성
그런데 3I/ATLAS의 궤도 이심률은 위키피디아의 정밀 궤도 제원 기준 약 6.14로, 1을 한참 넘어섭니다. 이심률이 1을 넘으면 궤도는 더 이상 닫히지 않고, 한 번 휘어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쌍곡선이 됩니다. 즉 태양 중력에 묶인 적이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더해, 태양의 영향이 사라지는 먼 거리에서의 쌍곡선 초과 속도(v∞, 무한원점 속도)가 약 58km/s에 이릅니다. 태양에 묶인 천체라면 가질 수 없는 빠르기로, 바깥에서 에너지를 갖고 들어왔음을 말해 줍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운동장을 빙글빙글 도는 아이는 운동장에 속한 아이지만, 운동장을 가로질러 반대편 골목으로 사라지는 아이는 애초에 다른 동네에서 온 손님입니다. 3I/ATLAS는 명백히 후자였습니다.
2025년 7월, 칠레의 망원경이 잡아내다
이 손님은 2025년 7월 1일, 칠레 리오우르타도에 있는 ATLAS(소행성 지구충돌 최종경보 시스템) 서베이 망원경이 처음 포착해 국제천문연맹 소행성센터에 보고했습니다. 발견 직후엔 임시명 ‘A11pl3Z’로 불렸고, 곧 혜성 활동이 확인되어 ‘C/2025 N1(ATLAS)’이라는 혜성 명칭도 함께 받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정식 발견 이전부터 이 천체는 이미 여러 망원경의 영상 속에 ‘몰래’ 찍혀 있었습니다. NASA의 외계행성 탐사위성 TESS는 발견 전에 이미 찍혀 있던 2025년 5월 초~6월 초 관측 자료에서 나중에 3I/ATLAS를 찾아냈고(사전 포착, precovery), 새로 가동한 베라 루빈 천문대도 발견 열흘 전부터의 영상을 제공했습니다. 이런 사전 관측 덕분에 궤도를 더 정밀하게 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Rubin Observatory/NSF/AURA · CC BY 4.0 · Wikimedia Commons
다행히 지구에는 아무런 위협이 없었습니다. NASA에 따르면 3I/ATLAS는 지구로부터 최소 약 1.8AU(약 2억 7천만 km)나 떨어져 멀찍이 지나갔습니다. 태양에는 2025년 10월 말, 약 1.4AU(지구 궤도와 화성 궤도 사이)까지 다가선 뒤 다시 바깥으로 멀어졌습니다.
이산화탄소가 유난히 많은 손님
천문학자들이 이 짧은 만남에 매달린 이유는, 다른 별의 재료로 빚어진 천체를 코앞에서 분석할 흔치 않은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가장 강력한 도구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었습니다.

NASA, ESA, CSA, STScI, M. Cordiner 외 · CC BY 4.0 · Wikimedia Commons
JWST의 적외선 분광 관측(태양거리 약 3.3AU, 근일점 도달 전) 결과, 3I/ATLAS의 코마(혜성을 감싼 가스·먼지 외피)는 물보다 이산화탄소(CO₂)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원논문(arXiv:2508.18209)이 보고한 CO₂/H₂O 비율은 약 7.6으로, 지금까지 관측된 혜성 가운데 손꼽히게 높은 값이었습니다. 이 밖에 물·일산화탄소(CO)·고체 물얼음 알갱이가 함께 검출됐고, 시안화수소(HCN)·메탄올(CH₃OH) 같은 분자도 다른 망원경들이 확인했습니다. 2026년 6월에는 JWST가 성간 천체에서는 처음으로 메탄(CH₄)을 직접 검출했다고 NASA가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CO₂ 과다’는 늘 고정된 성질이 아닙니다. 천체가 태양에 가까워지자 물의 증발(승화)이 급격히 늘면서, 멀리서 CO₂가 주도하던 활동이 가까이서는 물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즉 7.6이라는 비율은 ‘먼 거리에서 관측한 그 시점의 값’으로 읽어야 합니다.
크기는 아직 ‘상한값’으로만
그렇다면 이 손님의 몸집은 얼마나 될까요? 솔직한 답은 “아직 정확히 모른다”입니다. 혜성의 단단한 핵은 두꺼운 코마에 가려, 허블 우주망원경으로도 점 하나로 분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크기를 단일 측정값이 아니라 ‘상한값(최댓값)’으로만 제약합니다. ESA/허블 발표에 따르면, 허블 관측 기준 핵의 지름은 최대 약 5.6km이며, 실제로는 작게는 약 320m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이 숫자들조차 표면의 반사율(알베도)을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추정 상한’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비교하자면 첫 손님 1I/오우무아무아는 수백 미터, 두 번째 2I/보리소프는 지름 약 0.5~1km로 추정됐습니다.

삽화(상상도) · ESA/Hubble, NASA, ESO, M. Kornmesser · CC BY 4.0 · Wikimedia Commons

NASA, ESA, D. Jewitt (UCLA) · CC BY 4.0 · Wikimedia Commons
얼마나 오래된 손님일까 — 태양보다 늙었을 가능성
이 천체가 특별히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는 ‘나이’입니다. 천체의 운동 방향과 속도를 분석한 연구들은 3I/ATLAS가 우리 은하의 오래되고 금속이 적은 별 무리, 이른바 ‘두꺼운 원반(thick disk)’으로 불리는 오래된 항성 집단에서 왔을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다만 정확한 나이는 연구마다 갈립니다. 홉킨스(Hopkins) 연구진은 68% 신뢰구간으로 약 76억~140억 년을, 테일러·셀리그먼(Taylor & Seligman) 연구진은 약 30억~110억 년(중앙값 약 69억 년)을 추정했습니다. 두 추정 모두 ‘별에서 성립하는 관계가 이 천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가정 위에 선 것이어서, 어느 하나를 확정값으로 못 박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정직하게 말하면 “약 30억~110억 년으로 추정되며, 태양계(약 46억 년)보다 오래됐을 가능성이 있다”가 됩니다.
한 가지 자주 보이는 오해를 짚어 둡니다. 일부 기사에 등장하는 ‘138억 년’은 우주 전체의 나이이지 이 천체의 나이가 아닙니다. 둘은 전혀 다른 숫자입니다.
“혹시 외계 우주선?” — 가설, 탐색, 그리고 결론
유난히 큰 CO₂ 함량 같은 독특한 성질은 한때 흥미로운 가설을 불러왔습니다. 천문학자 아비 로브(Avi Loeb)는 황도면에 약간 기운 역행 궤도와 근일점 부근에서 관측된 미세한 비중력 가속 등을 근거로, 3I/ATLAS가 인공 천체일 가능성을 본인 명의로 공개 제기했습니다. 이는 그가 스스로 검증 가능한 형태로 내놓은 가설입니다.
가설이 나왔으니, 과학은 그것을 검증합니다. SETI 연구소는 2025년 7월 앨런 망원경 집합체(ATA)로 다섯 차례, 총 7.25시간에 걸쳐 1~9GHz 대역에서 이 천체의 인공 전파 신호(기술신호)를 탐색했습니다. 처음 약 7,400만 개의 신호 후보가 잡혔지만, 단계적으로 거른 끝에 남은 소수의 후보를 일일이 살펴보니 모두 지상 전파 간섭이었고, 추적할 만한 인공 신호는 하나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이 결과는 2026년 6월 SETI 연구소를 통해 공개됐으며, 중국 FAST 전파망원경의 별도 탐색에서도 비검출이 보고돼 신뢰도를 더했습니다.

brewbooks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여기서 정확히 표현할 것이 있습니다. ‘신호 없음’은 ‘외계 생명이 없다’는 증명이 아니라, ‘관측한 대역과 감도 안에서 일정 출력 이상의 인공 송신기 신호가 없었다’는 상한 설정입니다. 그리고 앞서 본 CO₂ 과다, 코마와 꼬리의 발달, 물 분자 방출 같은 모든 후속 증거는 한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바로 자연적인 혜성형 천체라는 것입니다. 특이한 성질이 질문을 던졌고, 정당한 탐색이 그 질문에 답한 셈입니다.
여러 개의 눈으로 지켜본 짧은 만남
3I/ATLAS가 남긴 가장 큰 선물은, 인류의 관측 장비 거의 전부가 한 천체를 동시에 겨눴다는 사실 그 자체일지 모릅니다.
허블은 코마를 고해상도로 담아 핵 크기를 제약했고, JWST는 조성을 분광으로 분석했으며, 우주망원경 SPHEREx(NASA 적외선 전천 탐사 망원경)는 물얼음 흡수와 CO₂ 코마를 적외선으로 잡아냈습니다. 화성에 더 가까이 다가갔을 때는 화성정찰위성(MRO)과 퍼서비어런스 로버까지 관측에 가세했습니다. 지상에서는 JCMT(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가 시안화수소를, ALMA(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파 집합체)가 메탄올과 시안화수소의 비대칭 분출을 매핑했습니다. (참고로, 탐사선을 직접 보내 따라잡는 방안도 논문으로 검토됐지만, 이는 타당성 연구일 뿐 실제로 발사된 임무는 아닙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성간 천체의 ‘사진’이라며 떠도는 선명한 이미지 상당수는 실제 촬영이 아니라 상상도입니다. 첫 손님 1I/오우무아무아의 길쭉한 시가형 그림이 대표적인 상상도이고, 3I/ATLAS의 실제 영상은 흐릿한 푸른 코마 얼룩이나 색을 입힌 분광 지도에 가깝습니다.
잠시 머물다 떠난 손님이 남긴 것
3I/ATLAS는 우리에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한 번 휘어 지나간 쌍곡선 궤도를 따라, 다시 별들 사이의 어둠 속으로 영영 멀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만남 동안 인류는, 닫히지 않는 궤도 하나만 보고도 “이것은 다른 별에서 온 손님”임을 읽어 냈고, 그 안에 담긴 이산화탄소와 물과 오래된 시간의 흔적까지 들여다보았습니다.
광활한 창조세계의 한구석에서, 우리 곁을 스쳐 간 작은 얼음덩이 하나에도 정교하게 짜인 물리 법칙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 질서를 한 겹씩 읽어 내는 일, 그것이 우리가 우주를 마주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일 것입니다.
참고 자료
- Comet 3I/ATLAS — NASA Science
- 3I/ATLAS — Wikipedia
- Hubble makes size estimate of interstellar comet — ESA/Hubble
- Hubble Space Telescope Observations of the Interstellar Interloper 3I/ATLAS (arXiv:2508.02934)
- JWST detection of a CO2-dominated gas coma surrounding 3I/ATLAS (arXiv:2508.18209)
- The Kinematic Age of 3I/ATLAS (Taylor & Seligman, arXiv:2507.08111)
- From a Different Star: 3I/ATLAS in the Otautahi-Oxford ISO population model (Hopkins et al., arXiv:2507.05318)
- A Search for Radio Technosignatures from 3I/ATLAS with the Allen Telescope Array (arXiv:2512.18142)
- Narrowband Radio Technosignature Search toward 3I/ATLAS with FAST (arXiv:2603.19023)
- NASA’s Webb Detects Methane on Interstellar Comet 3I/ATLAS — NASA Science
- View Interstellar Comet 3I/ATLAS Through NASA’s Multiple Lenses — NASA 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