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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잎자루의 숨은 꿀샘, 꽃이 아니라 잎에서 개미를 부른다

벚꽃이 눈처럼 지고 나면 벚나무의 한 해 이야기가 끝난 듯 보입니다. 그러나 꽃잎이 떨어진 바로 그 가지에서 연둣빛 어린잎이 펼쳐질 때, 또 다른 장면이 조용히 시작됩니다. 갓 나온 잎을 들여다보면, 잎몸과 잎자루가 만나는 자리에 좁쌀만 한 붉은 혹이 대개 두 개 나란히 돋아 있습니다. 병든 자국이나 우연한 돌기처럼 보이지만, 이 작은 혹은 단물을 내는 꿀샘입니다. 그리고 그 단물을 마시러 오는 손님은 벌이 아니라 개미입니다. 벚나무는 꽃이 아니라 잎으로 개미를 부르고, 개미는 꽃가루 대신 어린잎을 갉아먹는 애벌레를 물고 갑니다. 이 글은 그 작은 두 점이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어디까지 나무를 지키는지를 실제 연구로 따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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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벚나무 잎자루가 잎몸과 만나는 끝에 붉은 꿀샘 두 개가 나란히 돋은 근접 사진
양벚나무(Prunus avium) 잎자루 끝, 잎몸이 시작되는 자리에 붉은 꽃밖꿀샘 두 개가 나란히 돋아 있습니다. 사진: Rosser1954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잎자루에 맺힌 두 개의 붉은 점

이 분비샘의 이름은 꽃밖꿀샘, 영어로 extrafloral nectary입니다. 꽃 바깥에서 꿀을 내는 샘이라는 뜻입니다. 벚나무 무리(벚속, Prunus)에서는 주로 잎자루 윗부분이나 잎몸 밑동 가장자리에 자리합니다. 생김새는 종마다 꽤 다릅니다. 어떤 종은 붉거나 초록빛인 작은 혹이나 점에 지나지 않고, 어떤 종은 분홍에서 진홍으로 물든 또렷한 도넛 모양이라 한눈에 들어옵니다. (OSU BYGL)

이 샘은 오래전부터 벚나무를 알아보는 표지로 쓰였습니다. 수목학 수업에서 잎자루의 샘을 보고 벚나무를 가려내는 법을 먼저 배우고, 그 샘이 나무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는 한참 뒤의 연구로 알려졌습니다. (OSU BYGL)

샘의 수와 자리는 계절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양벚나무를 관찰한 연구자들은 잎이 갓 나오는 이른 철에는 잎 가장자리 톱니 끝마다 작은 꿀샘이 달리고, 잎밑과 잎자루에는 크고 빛깔이 선명한 꿀샘이 한 개에서 다섯 개까지 붙는다고 적었습니다. 철이 지나면 톱니 끝의 샘은 보이지 않고 잎밑과 잎자루의 샘만 남습니다. (Pulice & Packer 2008)

현미경 시야 속 양벚나무 어린잎의 잎자루에 붉은 꿀샘 두 개가 붙어 있고 아래에 10밀리미터 눈금자가 있는 사진
양벚나무 어린잎의 잎자루를 확대한 모습입니다. 아래 눈금자가 10밀리미터이니, 어림하면 붉은 꿀샘 하나가 1밀리미터 남짓입니다. 사진: Stefan.lefnaer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그런데 막상 샘에서 단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개미가 없는 실내에서는 꿀이 흘러내릴 만큼 고이기도 하지만, 바깥에서는 분비되자마자 개미 같은 곤충이 핥아 가 버려서 살짝 젖어 보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보통입니다. 단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샘이 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이미 다녀간 것일 수 있습니다. (오카야마이과대학 식물원)

꽃꿀샘과는 겨냥하는 상대가 다르다

꽃 안의 꿀샘은 벌과 나비 같은 수분매개자를 불러 꽃가루받이를 돕습니다. 꽃밖꿀샘은 수분과 관계가 없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꿀은 탄수화물이 풍부한 먹이로 개미와 여러 절지동물을 끌어들이고, 그 가운데 다수가 그 대가로 식물을 초식자로부터 지켜 줍니다. 이런 관계를 보호 상리공생이라고 합니다. (Marazzi et al. 2013)

단물을 얻은 개미는 잎 위를 오가며 순찰하다가 나방이 낳은 알이나 갓 깬 애벌레를 먹이로 물어 갑니다. 나무가 직접 가시나 독으로 맞서는 대신, 단물로 제3의 동물을 불러 방어를 맡기는 것입니다. 이것을 간접 방어라고 부르고, 개미는 흔히 나무가 고용한 경호원에 비유됩니다. (오카야마이과대학 식물원)

벚나무 어린잎 잎자루 끝의 붉은 꿀샘 두 개에서 개미가 단물을 마시고, 잎 위의 다른 개미가 어린 애벌레를 물고 가는 장면과 세 단계 흐름을 그린 삽화
꽃밖꿀샘을 통한 간접 방어를 단순화한 그림입니다. 꿀샘이 단물을 내면 개미가 모여 잎을 순찰하고, 그 과정에서 작은 애벌레가 잡혀 나갑니다. 삽화 · AI 생성(Codex/ChatGPT 구독) · 잎몸·잎자루·꿀샘의 위치와 개미의 순찰을 설명하려고 만든 개념도이며, 실제 크기 비율은 과장되어 있습니다.

단물이 흐르는 3주, 개미가 사냥할 수 있는 3주

이 동맹을 고전적으로 보여 준 연구가 생태학자 데이비드 틸먼이 1978년 학술지 Ecology에 발표한 논문입니다. 대상은 북미의 검은벚나무(Prunus serotina)였습니다. 틸먼은 이 나무의 꽃밖꿀샘이 잎눈이 튼 뒤 첫 3주 동안 가장 활발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꿀샘에는 불개미속의 한 종인 Formica obscuripes(영어 이름 western thatching ant)가 많이 찾아왔는데, 특히 개미 군락에서 약 20미터 안쪽에 선 나무에 몰렸습니다. 잎눈 하나에 찾아오는 개미의 수는 잎눈이 튼 직후에 가장 많았고, 단물을 내는 꿀샘이 줄어들면서 함께 줄었습니다. (Tilman 1978)

머리는 붉은 갈색이고 배는 검고 윤기 나는 Formica obscuripes 일개미 한 마리가 나무 조각 위에 선 근접 사진
Formica obscuripes 일개미. 틸먼의 연구에서 검은벚나무의 꿀샘을 주로 찾아온 개미가 이 종입니다. 사진: William F. Wood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개미가 노린 상대는 검은벚나무 잎을 가장 많이 먹어 치우는 동부천막벌레나방(Malacosoma americanum)의 애벌레였습니다. 이 나방은 반짝이는 흑갈색 알덩이로 잔가지를 감싼 채 겨울을 나고, 봄에 알에서 깨자마자 가지가 갈라지는 자리에 실로 천막을 짓습니다. 벚나무를 포함한 장미과 나무, 그중에서도 벚속을 특히 좋아합니다. (OSU BYGL)

벚나무 잔가지를 고리처럼 감싼 짙은 갈색의 동부천막벌레나방 알덩이
야생 벚나무 잔가지를 감싼 동부천막벌레나방의 알덩이입니다. 이 알이 봄에 잎눈이 틀 무렵 깨어납니다. 사진: Beatriz Moisset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여기서 시기가 결정적입니다. Formica obscuripes는 잎눈이 튼 뒤 3주 무렵까지만 이 애벌레를 사냥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애벌레가 충분히 커져서 대부분 개미의 사냥을 피했습니다. 다시 말해 꿀샘이 가장 활발한 3주와, 애벌레가 개미에게 가장 약한 3주가 겹칩니다. 실제로 개미 군락에서 멀리 떨어진 나무일수록 천막벌레 애벌레의 생존율이 높았습니다. (Tilman 1978; OSU BYGL)

나뭇가지가 갈라진 자리에 친 흰 실 천막 위에 줄무늬 애벌레 여러 마리가 모여 있는 모습
가지가 갈라진 자리에 친 실 천막 위에 모여 있는 동부천막벌레나방 애벌레들입니다. 사진: Rhododendrites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틸먼은 결론을 신중하게 적었습니다. 개미와 벚나무의 관계는 서로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절대적 공생이 아니라 형편에 따라 맺어지는 임의적(facultative) 상리공생이며, 단물이 나오는 시기가 개미의 천막벌레 사냥이 성공할 기회를 가장 크게 하는 쪽으로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Tilman 1978)

산비탈 바위 사이에 마른 풀잎과 잔가지를 쌓아 올린 Formica obscuripes의 둔덕 개미집
Formica obscuripes가 마른 풀잎과 잔가지를 쌓아 만든 둔덕 개미집입니다. 틸먼의 연구에서는 이런 군락에서 약 20미터 안쪽에 선 벚나무에 개미가 특히 많이 모였습니다. 사진: Walter Siegmund · CC BY 2.5 · Wikimedia Commons

잎을 다치면 꿀샘이 늘어난다

꿀샘의 수가 미리 정해져 있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2008년 풀리스와 패커는 온실에서 키운 양벚나무 묘목으로 실험했습니다. 싹튼 지 4주 된 묘목의 잎마다 지름 3밀리미터 구멍 펀치나 가위로 잎 면적의 절반을 떼어 내고, 새로 나는 잎에도 같은 손상을 3주 동안 이어 갔습니다. 그러자 잎 하나에 달린 꽃밖꿀샘이 손상을 주지 않은 묘목보다 펀치로 구멍을 낸 쪽은 39%, 가위로 자른 쪽은 33% 더 많아졌습니다. 손상을 받을 때 이미 다 자라 있던 잎에서도 꿀샘이 늘었고, 어떤 묘목은 잎몸 없이 꿀샘만 여러 개 달린 잎자루를 내어 꿀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Pulice & Packer 2008)

공격을 받은 뒤에 방어를 끌어올리는 이런 반응을 유도 방어라고 합니다. 다만 이 실험은 꿀샘의 수를 센 것이고, 늘어난 꿀샘이 실제로 개미를 더 불러 피해를 줄였는지는 재지 않았습니다. 연구진도 야외에서 개미와 초식자가 함께 있는 조건의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Pulice & Packer 2008)

개미를 막으면 잎이 더 먹힌다

꿀샘이 정말 나무를 지키는지는 같은 벚속의 복숭아나무에서 더 직접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매슈스와 동료들은 같은 품종(‘Lovell’)이면서 잎에 꽃밖꿀샘이 있는 나무와 없는 나무를 나란히 심어 비교했습니다. 심은 첫해, 꿀샘이 있는 어린 나무에는 개미가 우세했고 초식 곤충이 적었으며, 잎이 먹힌 정도가 꿀샘 없는 나무의 절반이었습니다. 줄기도 더 굵어졌고, 이후 해에는 눈을 세 배 더 맺었습니다. (Mathews et al. 2009)

결정적인 증거는 개미를 막은 실험에서 나왔습니다. 꿀샘이 있는 나무의 가지에 개미가 오르지 못하게 하자, 새잎이 나오는 5월의 잎 피해가 크게 늘었습니다. 새잎이 나올 때 개미가 실제로 나무를 지키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복숭아꽃과 복숭아 솜털 이야기는 복숭아 솜털은 꽃 속에서 시작된다에서 이어서 읽을 수 있습니다. (Mathews et al. 2009)

벚나무만의 비밀은 아니다

꽃밖꿀샘은 벚나무만 가진 특별한 기관이 아닙니다. 웨버와 킬러가 2013년 학술지 Annals of Botany에 135년 동안의 기록을 모아 정리한 바에 따르면, 꽃밖꿀샘은 3,941종, 745속, 108과의 식물에서 보고되었습니다. 관다발식물 종의 약 1~2%, 과로는 약 21%에 해당하며, 꿀샘을 가진 종의 대부분은 벚나무가 속한 장미과를 포함하는 장미군(rosids)에 몰려 있습니다. (Weber & Keeler 2013)

같은 연구의 계통 분석은 꽃밖꿀샘이 최소 457개의 서로 독립된 계통에서 나타난다고 봅니다. 아직 보고되지 않은 종이 이미 보고된 수만큼 더 있을 수 있다는 추정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뿌리가 다른 여러 식물 무리에 같은 방어 방식이 되풀이해 놓여 있는 셈입니다. 벚나무는 그 가운데 잘 연구된 대표 사례일 뿐입니다. (Weber & Keeler 2013)

잠두 줄기 턱잎의 짙은 점 모양 꽃밖꿀샘 옆에 작은 검은 개미 한 마리가 있는 모습
잠두(Vicia faba) 턱잎의 짙은 점이 꽃밖꿀샘이고, 그 곁에 개미 Lasius niger가 와 있습니다. 콩과 식물에서도 같은 방식의 꿀샘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Smartse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공원의 왕벚나무, 그리고 동맹의 조건

봄마다 우리가 올려다보는 왕벚나무(Prunus × yedoensis)에도 이 샘이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원예 자료는 왕벚나무 잎자루 끝에 사마귀 모양의 큰 샘이 두 개 이상 달리고, 그중 하나 이상이 잎몸 밑동에 닿아 있는 경우가 흔하다고 설명합니다. 왕벚나무는 샘의 70~80%가 잎몸에 닿아 있는 반면, 겹벚꽃 품종인 관산(Kwanzan)은 80~90%가 잎몸에서 떨어져 있어서, 이 차이가 잎만 보고 두 나무를 가려내는 단서가 됩니다. (NC State Extension) 일본 오카야마이과대학 식물원 자료에는 소메이요시노의 잎 꿀샘 사진이 실려 있고, 잎의 꿀은 새순이 나와 잎이 단단해질 때까지 주로 나온다고 설명합니다. 잎이 자라 단단해지면 애벌레의 피해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오카야마이과대학 식물원)

다만 조심할 대목이 있습니다. 개미가 애벌레를 잡아 나무를 지킨다는 효과는 검은벚나무, 양벚나무 묘목, 복숭아나무에서 연구되었고, 왕벚나무에서 같은 효과가 실험으로 따로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벚속 여러 종에서 확인된 원리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또 개미가 언제나 나무 편인 것도 아닙니다. 잠두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진딧물이 많아질수록 식물을 찾는 개미는 늘었지만, 개미들이 꽃밖꿀샘의 꿀보다 진딧물이 내놓는 단물(감로)을 더 많이 거두는 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Katayama & Suzuki 2003) 이 동맹은 시기와 상대, 주변의 다른 먹이에 따라 달라지는 조건부 동맹입니다.

그래서 벚나무 잎자루의 두 붉은 점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자리에 놓인, 시기까지 맞물린 장치입니다. 어린잎이 가장 연할 때 단물이 흐르고, 그 단물이 지킬 힘을 가진 손님을 바로 그때 불러 모읍니다. 잎이 다치면 샘을 더 내고, 잎이 단단해지면 단물을 거둡니다. 나무가 계산해서 내린 결정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맞물리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것입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이 작은 꿀샘 하나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지키는 촘촘한 설계가 담겨 있습니다. 내년 봄 꽃이 진 뒤 벚나무 어린잎의 잎자루 끝을 한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운이 좋다면 두 점 사이를 오가는 개미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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