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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다에서 뜨거운 근육: 백상아리의 국소 내온성 설계

백상아리는 차가운 바다에서도 놀랄 만큼 재빠르게 먹잇감을 뒤쫓습니다. 물고기는 대개 주변 수온을 그대로 따라가는 변온동물이라 찬물에서는 근육이 굳기 마련인데, 백상아리는 섭씨 10도 안팎의 찬물에서도 순간적으로 몸을 틀며 사냥감을 덮칩니다. 그 배후에는 몸 일부를 주변 물보다 따뜻하게 유지하는, 정교하게 설계된 열 관리 구조가 있습니다.

남아프리카 간스바이 해역에서 수면 위로 머리를 든 백상아리
차가운 대양에서 수면 위로 머리를 들어올린 백상아리(남아프리카 간스바이) 사진: Olga Ernst · CC BY-SA 4.0 · 출처 Wikimedia Commons

냉혈도 온혈도 아닌, 국소 내온성

백상아리를 흔히 “온혈동물”이라 부르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백상아리를 “부분적으로 온혈이며 주변 수온보다 체온을 높게 유지할 수 있는 국소 내온성(regionally endothermic) 동물”이라 설명합니다. 전신이 아니라 유영근과 위 같은 소화 기관, 일부 종은 뇌와 눈까지만 데우는 것으로, 학계에서는 이를 국소 내온성 혹은 중온성(mesothermy)이라 부릅니다.

역류 열교환망이라는 설계

이 국소적 온기를 만드는 구조가 기적망(rete mirabile)이라 불리는 역류 열교환망입니다. 유영근이 만든 대사열은 정맥혈에 실려 아가미 쪽으로 빠져나가려 하는데, 정맥과 동맥이 가느다란 혈관 다발로 촘촘히 엮여 나란히 흐르면서 따뜻한 정맥혈의 열이 차가운 동맥혈로 옮겨 갑니다. 열이 새어 나가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이 배관 구조 덕분에 유영근·위 주변 조직은 수온보다 여러 도(°C) 높게 유지됩니다.

정맥혈의 열이 동맥혈로 전달되는 원리를 보여주는 역류 열교환 구조 도식
정맥과 동맥이 나란히 붙어 열을 주고받는 역류 열교환망(기적망) 구조(자체 도해) 자체 도해 · PIL(Python) 작도

1982년 Carey 등은 백상아리 한 마리를 추적해 근육 온도가 수온보다 최대 5°C 높음을 확인했고, 1997년 Goldman의 연구는 12.9~16.1도의 물속에서도 위 온도가 24.7~26.8도로 유지됨을 실측했습니다.

여러 줄로 늘어선 톱니 모양 이빨이 보이는 백상아리 턱뼈 전시물
박물관에 전시된 백상아리 턱과 이빨 구조(이지코 박물관) 사진: Nkansahrexford · CC BY 4.0 · 출처 Wikimedia Commons

백상아리만의 것이 아닌, 악상어과 전체의 설계

이 국소 내온성은 백상아리만의 비밀이 아니라, 백상아리가 속한 악상어과(Lamnidae) 전체가 공유하는 설계입니다. 악상어과에는 백상아리(Carcharodon carcharias) 외에 청상아리, 롱핀청상아리, 벨루가상어(포베글), 연어상어까지 5종이 속하며 모두 냉수를 선호하는 고속 유영성 포식자로서 같은 열교환 구조를 지닙니다. 1985년 Block과 Carey의 연구는 청상아리·포베글의 뇌·눈 온도까지 수온보다 약 5°C 높게 유지됨을 보여, 안와 부위에도 별도 열교환망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 설계는 상어에 그치지도 않습니다. 악상어과와 4억~4억5천만 년 전 갈라져 독립적으로 진화해 온 참치류에서도 적색근 중심화·유선형 체형·국소 내온성이라는 거의 동일한 형질이 나타나며, 2004년 Donley 등이 Nature에 발표한 연구는 두 계통이 약 4천만~6천만 년 전 비슷한 선택압 아래 각각 독립적으로 이 형질을 갖추게 된 것으로 제안된다고 서술합니다.

그레이터 파랄론스 국립해양보호구역을 헤엄치는 참다랑어 무리
악상어과와 독립적으로 국소 내온성을 갖춘 참다랑어 무리 사진: National Marine Sanctuaries (NOAA) · Public domain · 출처 Wikimedia Commons

다만 이는 물고기 전체를 데우는 전신 항온성과는 다릅니다. 전신 항온이 확인된 유일한 사례는 오파(Lampris guttatus)로, 가슴지느러미를 퍼덕여 낸 열을 아가미의 역류 열교환망으로 몸 전체에 퍼뜨리는 반면, 악상어과는 특정 부위만 데운다는 점에서 메커니즘이 다릅니다.

따뜻한 근육이 여는 사냥 범위

데워진 근육은 실질적인 이점으로 이어집니다. 2015년 Watanabe 등이 PNAS에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국소 내온성 어류는 그렇지 않은 어류보다 순항 속도와 연간 최대 이동 거리가 2~3배 크고, 대신 에너지 소비(수송 비용)는 2배 듭니다. 백상아리는 섭씨 10~27도의 넓은 수온대에 걸쳐 열대에서 아한대 대양까지 서식하며, 2022년 Anderson 등이 측정한 미성숙 개체의 중앙값 순항 속도는 초당 약 0.6미터였습니다. 따뜻한 근육 덕분에 다른 변온 어류라면 둔해질 차가운 바다에서도 사냥감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남아프리카 폴스만에서 물 위로 솟아오르는 백상아리
사냥을 위한 브리칭(수면 도약)으로 알려진 행동을 보이는 백상아리(남아프리카 폴스만) 사진: Wolves201 · CC BY-SA 4.0 · 출처 Wikimedia Commons

메갈로돈과의 관계, 다시 그려지는 계통도

백상아리에는 거대 상어 메갈로돈(Otodus megalodon, 과거 Carcharodon megalodon으로도 불림)의 직계 후손이라는 통념이 따라붙습니다. 그러나 화석 이빨의 톱니 구조를 분석한 2006년 Nyberg 등의 연구는 백상아리 이빨이 메갈로돈보다 광치청상아리 계통에 더 가까움을 보였고, 2012년 Ehret 등이 페루에서 발굴한 전이화석 Carcharodon hubbelli는 마코 조상과 현생 백상아리 사이의 중간 형태를 보여 주었습니다. 메갈로돈의 정확한 속 배정은 여전히 논의 중이지만, 백상아리가 메갈로돈의 직계가 아니라 별개 계통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보는 쪽이 현재는 더 우세하며, 이는 반박이라기보다 화석 증거가 쌓이며 계통 분류가 정교해지는 과정으로 보아야 합니다.

톱니가 없는 이빨부터 완전한 톱니를 가진 백상아리 이빨까지 화석 순서로 늘어놓은 비교 사진
화석 이빨의 톱니 발달 순서로 본 백상아리 계통 재구성(왼쪽 Carcharodon hastalis에서 오른쪽 현생 백상아리까지) 사진: SaberrexStrongheart, Meghunter99 (합성: Commons 업로더) · CC BY-SA 4.0 · 출처 Wikimedia Commons

마무리하며

백상아리 몸속에서 조용히 작동하는 역류 열교환망은 혈관 한 가닥까지 세심하게 짜인 설계입니다. 이 설계는 백상아리 한 종에 그치지 않고 악상어과 전체, 나아가 계통이 전혀 다른 참치류에까지 거듭 나타납니다. 차가운 물속에서도 뜨거운 근육으로 헤엄치는 이 정교한 구조는 창조 세계 곳곳에 새겨진 설계의 정밀함을 다시 한번 보여 줍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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