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8월 20일, 보이저 2호가 케이프커내버럴에서 타이탄 IIIE-센토어 로켓에 실려 먼저 우주로 향했습니다. 16일 뒤인 9월 5일에는 쌍둥이 보이저 1호가 같은 발사장에서 뒤를 따랐습니다. 그런데 뒤늦게 출발한 1호가 소행성대에서 2호를 추월해, 목성과 토성에도 먼저 도착했습니다. 순서를 가른 것은 우연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궤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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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늦게 떠나 먼저 도착하다
NASA에 따르면 보이저 1호는 더 빠른 경로를 타 소행성대를 먼저 빠져나왔고, 1977년 12월 15일 보이저 2호를 추월했습니다. 목성에는 1979년 3월 5일(협정세계시 약 12:05) 중심에서 약 28만 km까지, 토성에는 1980년 11월 12일(협정세계시 약 23:46) 구름 상단에서 약 12만4천~12만6천 km까지 접근했습니다. 보이저 2호는 목성에 1979년 7월 9일, 토성에는 1981년 8월 25일 밤(협정세계시로 8월 26일 새벽)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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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순서가 뒤집힌 진짜 이유 — 궤적 설계
NASA/JPL 임무 자료에 따르면 보이저 1호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근접 통과하도록 궤도가 설계돼 더 빠르고 직선적인 경로를 탔습니다. 다만 이 타이탄 근접과 토성 중력도움이 궤도를 황도면 밖(북쪽)으로 크게 굽혔고, 그 순간 천왕성·해왕성행은 처음부터 불가능해졌습니다. 반대로 보이저 2호는 황도면에 가까운 경로를 유지해 천왕성(1986년 1월 24일)과 해왕성(1989년 8월 25일)까지 근접 통과하며, 네 행성을 모두 도는 ‘그랜드투어’를 완주한 유일한 우주선이 됐습니다. 이 궤적 설계 차이가 더 늦게 떠난 쌍둥이가 먼저 도착한 이유입니다.

도해 · glu.kr 자체 작성(PIL)
175년 만의 행성 정렬이 만든 그랜드투어
이 여정의 배경에는 희귀한 행성 배치가 있습니다. 1965년 캘리포니아공대 대학원생으로 JPL에서 일하던 게리 플랜드로는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이 한쪽으로 정렬해, 우주선 하나가 중력도움을 연쇄적으로 활용하면 네 행성 모두를 근접 통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NASA 공식 역사서는 이 정렬을 ‘175년에 한 번’ 찾아오는 배치로 기록합니다. 중력도움으로 임무 기간을 약 40년에서 10년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이 계산이 보이저 계획의 설계도가 됐습니다.

도해 · glu.kr 자체 작성(PIL)
태양권 너머, 성간우주로
목성형 행성 탐사를 마친 두 우주선은 태양권계면(헬리오포즈) 밖을 탐사하는 ‘보이저 성간 임무’로 전환됐습니다. 보이저 1호는 2012년 8월 25일 태양으로부터 약 121~122AU 지점에서 태양권계면을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며, NASA는 이듬해 9월 12일 이를 공식 확인했습니다. 인류가 만든 물체가 성간우주 도달을 확인받은 첫 사례입니다. 보이저 2호도 2018년 11월 5일 약 119~119.7AU 지점에서 뒤이어 진입했습니다.
2026년 3월 기준(위키백과 갱신치)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약 172.59AU(약 258억 km) 떨어져 있어 편도 통신 지연이 23시간을 넘습니다. NASA는 보이저 1호가 2026년 11월 18일(태평양표준시 오전 2시 16분) 정확히 259억 206만 8356 km 지점에 도달해, 빛이 꼬박 하루 이동해야 닿는 ‘1광일’ 거리를 인류 물체로는 처음 넘어설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보이저 2호는 2026년 2월 기준 약 143.05~143.09AU(약 213억~214억 km) 거리, 편도 통신 지연 약 19.5~19.75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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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레코드와 창백한 푸른 점
두 우주선에는 지구를 소개하는 ‘골든 레코드’가 실려 있습니다. 코넬대학교 칼 세이건이 이끈 위원회가 내용을 선정했고, 린다 살츠먼 세이건이 인사말 수집을 조율했습니다. 115장의 사진, 55개 언어 인사말, 약 90분 분량의 음악, 약 12분 길이의 ‘지구의 소리’ 음향, 지미 카터 대통령과 유엔 사무총장의 메시지가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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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1호는 1990년 2월 14일(협정세계시 약 04:48) 태양으로부터 약 40AU(약 60억 km) 떨어진 태양권 안쪽에서 지구가 담긴 ‘가족 사진’을 찍었습니다. 지구가 한 점의 빛으로만 보이는 이 사진이 훗날 ‘창백한 푸른 점’으로 불리게 됩니다. 이는 보이저 1호가 지구로 전송한 마지막 사진들로, 이후 임무팀은 컴퓨터 자원을 다른 관측에 쓰기 위해 카메라를 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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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째, 여전히 항해 중
두 우주선은 방사성동위원소 열전발전기(RTG)의 플루토늄 붕괴로 전력을 얻는데, 해마다 약 4와트씩 출력이 줄어듭니다. 임무팀은 이에 맞춰 계기를 하나씩 꺼 왔습니다. 보이저 2호 플라즈마과학기기는 2024년 10월, 보이저 1호 우주선 방사선계측기는 2025년 2월 25일, 보이저 2호 저에너지 하전입자기기는 2025년 3월 24일에 각각 꺼졌습니다. 이런 절전 덕에 두 우주선은 적어도 하나의 계기를 켠 채로 2030년대까지 임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1977년 발사 당시 16일의 격차는 사소해 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며칠 사이에는 서로 다른 목적지를 향한, 정밀하게 계산된 두 갈래의 길이 숨어 있었습니다. 지금도 두 우주선은 인류가 보낸 가장 먼 사자(使者)로서 태양계 밖 어둠을 나아가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 NASA JPL – 45 Years Ago: Voyager 2 Begins Its Epic Journey to the Outer Planets and Beyond
- NASA Science – Voyager 1 (공식 임무 페이지)
- NASA History SP-4219, Chapter 11: Voyager – The Grand Tour of Big Science
- NASA JPL – NASA’s Voyager 2 Probe Enters Interstellar Space
- NASA Science – Interstellar Mission
- NASA JPL – NASA Turns Off Two Voyager Science Instruments to Extend Mission
- NASA Science – Golden Record Contents: Greetings
- NASA JPL – ‘Pale Blue Dot’ Images Turn 25
- NASA Science – Where Are Voyager 1 and Voyager 2 Now?
- NASA JPL – 35 Years On, Voyager’s Legacy Continues at Satu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