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북쪽 하늘에 녹색 빛의 장막이 천천히 일렁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사진으로 본 풍경이지만, 이 빛이 어디서 오는지는 의외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태양에서 약 1억 5천만 km를 건너온 태양풍이 지구 자기장에 에너지를 쌓고, 그 에너지가 풀려날 때 빨라진 전자가 고층 대기의 산소와 질소에 부딪혀 내는 빛이 바로 오로라입니다. 오로라는 단순한 ‘하늘의 색’이 아니라 태양과 지구 자기장과 대기가 한 줄로 이어져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사진: NPS(미국 국립공원관리청)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모든 것은 태양에서 시작된다
오로라의 출발점은 태양입니다. 태양의 가장 바깥층인 코로나는 약 200만 도로 뜨거워서, 전자와 양성자 같은 하전 입자가 끊임없이 사방으로 흘러나옵니다. 이 흐름이 태양풍입니다. 지구 근처에서 느린 태양풍은 초속 약 300~500 km, 빠른 태양풍은 초속 약 750 km로 움직입니다.
때때로 태양은 훨씬 격렬한 사건을 일으킵니다. 코로나의 플라즈마 덩어리가 자기장과 함께 한꺼번에 떨어져 나가는 코로나질량방출(CME)입니다. 코로나그래프 영상에서 하늘 평면에 투영해 잰 CME의 속도는 초속 20 km에서 3,200 km까지 무척 다양합니다. 지구를 향한 CME는 보통 하루에서 사흘 걸려 도착하지만, 아주 빠른 것은 하루가 채 걸리지 않습니다. 1859년 캐링턴 사건의 CME는 약 17.6시간 만에 지구에 닿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코로나 구멍에서 불어오는 빠른 태양풍과 CME가 지구 자기권을 흔드는 것이 오로라를 일으키는 출발점입니다.

사진: NASA/SDO(Steve Jurvetson 게시)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지구의 방패, 그리고 그 빈틈
지구에는 자기장이라는 방패가 있습니다. 지구 자기장이 우주로 뻗어 만든 영역인 자기권은 태양풍 대부분을 옆으로 흘려보냅니다. 그런데 태양풍에 실려 온 자기장, 곧 행성간 자기장(IMF)의 방향에 따라 사정이 달라집니다. IMF가 북쪽을 향하면 낮 쪽에서 지구 자기장과 이어지지 못해 태양풍은 자기권을 비켜 갑니다. IMF가 남쪽을 향하면 낮 쪽에서 두 자기장이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는 자기 재결합이 일어나고, 태양풍은 새로 이어진 자기력선을 밤 쪽으로 끌고 갑니다. 이렇게 길게 늘어난 밤 쪽 꼬리, 즉 자기꼬리(magnetotail)에 자기력선이 쌓이며 에너지가 팽팽하게 저장됩니다.
쌓인 자기력선이 불안정해지면 자기꼬리에서 다시 재결합이 일어납니다. 이때 꼬리의 플라즈마 일부는 지구 쪽으로 밀려들고, 그 움직임이 주로 한밤중 무렵의 강한 오로라 폭발을 일으킵니다. 이 짧은 교란을 오로라 서브폭풍(substorm)이라 부르며, 눈에는 오로라 띠가 갑자기 밝아지고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며칠씩 이어지는 지자기 폭풍과는 구별되는 현상입니다. 여기서 대기로 쏟아지는 입자는 태양풍 입자 그대로라기보다, 태양풍이 넣어 준 에너지로 가속된 자기권 플라즈마의 전자와 양성자입니다.
빛이 되는 순간
극지 고층 대기로 쏟아진 전자는 산소와 질소의 원자·분자에 부딪혀 이들에게 여분의 에너지를 줍니다. 에너지를 받아 들뜬 입자는 다시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면서 그 에너지를 빛으로 내놓습니다. 어떤 입자가 어느 높이에서 빛을 내느냐에 따라 오로라의 색이 달라집니다.

사진: NASA 존슨우주센터(iss072e147641)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가장 흔한 녹색은 산소 원자가 내는 557.7 nm의 빛입니다. 이 빛의 근원인 산소의 들뜬 상태는 평균 약 0.7초 머물다가 빛을 내며 안정된 상태로 돌아갑니다(복사 수명). 산소 원자가 비교적 많은 높이에서 나오는 데다 사람 눈이 녹색에 특히 민감해서, 녹색은 오로라의 ‘기본색’이 됩니다. 고도 약 100 km 아래로 내려가면 산소 원자가 급격히 줄어들어 커튼의 아래 가장자리가 칼로 자른 듯 또렷하게 끝납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일곱 겨울 동안 핀란드 북부와 스웨덴의 전천 카메라 기록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녹색 빛이 가장 밝은 높이가 평균 약 114.8 km였고, 질소 분자 이온이 내는 청색(427.8 nm) 빛도 대개 비슷한 높이에서 가장 밝았습니다.

사진: Zheng Xu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녹색보다 더 높은 곳에서는 적색이 나타납니다. 적색(630.0 nm)도 산소 원자가 내지만, 이 빛을 내는 들뜬 상태의 평균 수명은 약 107초로 녹색의 150배쯤 됩니다. 그사이 다른 입자와 부딪히면 에너지를 빼앗겨 빛을 내지 못하는데, 이를 충돌 소광(quenching)이라 합니다. 그래서 적색은 충돌이 드문, 공기가 아주 희박한 커튼 윗부분에서만 살아남습니다. 그곳에는 산소 원자 자체가 적고 사람 눈도 이 파장에 덜 민감해서, 적색은 태양 활동이 강할 때에야 눈에 잘 띕니다. 적색과 녹색이 섞이면 분홍이나 노랑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질소는 산소와 달리 빠르게 빛을 냅니다. 질소 분자와 질소 분자 이온은 붉은 쪽과 푸른 쪽의 여러 파장으로 빛나는데, 그중 질소 분자 이온의 427.8 nm 청색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이 청색·보라색 빛은 태양 활동이 아주 강할 때 커튼의 아래 가장자리에서 흔히 드러납니다.

사진: Giuseppe Milo · CC BY 3.0 · Wikimedia Commons
커튼과 코로나 — 형태가 말하는 것
하전 입자는 자기력선을 감으며 나선을 그리듯 내려옵니다. 그래서 오로라의 모양은 빛나는 대기의 모양과 보는 사람의 위치가 함께 정합니다. 땅에서 보이는 오로라는 흔히 다섯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지평선 가까이의 희미한 빛, 구름처럼 보이는 조각, 하늘을 가로지르는 호(아크), 호 위로 솟은 빛줄기, 그리고 하늘 대부분을 덮는 코로나입니다. 저녁에는 호가 지평선에서 지평선까지 길게 뻗고, 한밤중이 가까워지면 그 호가 비틀리고 흔들리기 시작하곤 합니다.
오로라는 보통 지상 약 80~500 km 높이에서 생깁니다. 노르웨이의 카를 스퇴르메르와 동료들은 1911년부터 사진기로 1만 2천 개가 넘는 오로라의 높이를 삼각측량했는데, 70 km 아래에서는 하나도 없었고 150 km 위는 6.5%뿐이었으며 가장 많은 것은 약 100 km 높이였습니다. 자기력선을 따라 나란히 선 빛줄기를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원근 때문에 빛줄기들이 하늘의 한 점에서 사방으로 퍼져 나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이 코로나 오로라입니다.

사진: StormChaserAmelia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어디서, 언제 볼 수 있나
오로라는 아무 데서나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라를 가늠하는 위도는 지리상의 극이 아니라 지구 자기장의 극(지자기극)을 기준으로 잰 지자기 위도입니다. 가장 자주 보이는 곳은 남북 지자기 위도 약 67도를 중심으로 폭 약 6도(약 660 km)인 오로라대(auroral zone)입니다. 지금 이 순간 오로라가 빛나는 영역은 지자기극을 둘러싼 고리, 곧 오로라 타원(auroral oval)입니다. 태양풍에 떠밀려 이 타원은 자기극 한가운데가 아니라 밤 쪽으로 치우쳐 있어, 자기 자정 무렵 가장 적도 쪽까지 내려옵니다. 벨기에 왕립우주고층대기연구소에 따르면 타원의 폭은 보통 위도 약 10도이고, 적도 쪽 가장자리는 자기 활동에 따라 지자기 위도 75도에서 65도 사이를 오르내립니다. 북반구에서는 알래스카·캐나다·스칸디나비아를 지나고, 남반구에서는 대부분 남극 대륙 위에 걸립니다.

영상: NASA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남극광(aurora australis)과 북극광(aurora borealis)은 같은 자기력선의 양 끝에서 생기기 때문에 서로 거울상에 가까운 모습으로 나타날 때가 많고, 북쪽의 오로라가 변하면 남쪽도 거의 동시에 변합니다. 이렇게 짝을 이룬 오로라를 켤레(conjugate) 오로라라 하며, 남북 두 자기극이 태양에 대해 기울어진 정도의 차이가 작은 춘분·추분 무렵에 특히 잘 나타납니다.

사진: Chris Danals, 미국 국립과학재단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미국 해양대기청(NOAA) 우주기상예보센터에 따르면 오로라를 보기 가장 좋은 곳은 대략 위도 60~75도 사이, 오로라 타원이 지나는 고위도 지역이며, 이곳에서는 한 해 밤의 절반 넘게 오로라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활동이 충분해야 하고, 하늘이 어둡고 구름이 없어야 합니다.
오로라의 활동은 태양의 리듬을 따릅니다. 태양 활동은 약 11년 주기로 늘었다 줄었다 하고, 큰 지자기 폭풍은 흑점 극대기나 그 뒤 3년 동안 가장 잦습니다. 지자기 교란의 크기는 0에서 9까지의 Kp 지수로 나타내는데, Kp가 높을수록 오로라는 밝아지고 타원은 낮은 위도로 내려옵니다. NOAA의 지자기 폭풍 등급으로 보면 Kp 5(G1)에서는 미국 미시간주 북부와 메인주 같은 고위도에서 흔히 보이고, Kp 6(G2)에서는 뉴욕·아이다호(대개 지자기 위도 55도), Kp 7(G3)에서는 일리노이·오리건(50도), Kp 8(G4)에서는 앨라배마·캘리포니아 북부(45도), Kp 9(G5)에서는 플로리다와 텍사스 남부(대개 지자기 위도 40도)까지 보인 적이 있습니다. 보통의 11년 주기 한 번에 Kp 9에 이르는 폭풍은 두 번에서 네 번 정도입니다.
2024년 5월이 바로 그런 때였습니다. 5월 3일부터 9일까지 강한 태양 플레어가 잇따르고 적어도 일곱 번의 CME가 지구로 향했으며, 5월 10일부터 차례로 도착해 G5(Kp 9) 등급의 지자기 폭풍을 일으켰습니다. 2003년 이후 가장 강한 폭풍이었습니다. NASA는 이 폭풍이 지난 500년 동안 기록된 가장 강한 오로라 가운데 하나를 만들었을 수 있다고 평가했고, 오로라는 이란 페르도우스처럼 낮은 위도에서도 관측됐습니다. 앞의 코로나 사진도 이날 밤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찍은 것입니다.
사람들이 이름 붙이고 기록한 빛
‘오로라’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하늘을 건너며 해가 뜰 것을 알리던 로마의 새벽 여신 아우로라(Aurora)의 이름에서 왔고, ‘보레알리스’는 북풍의 신 보레아스(Boreas), 남극광의 ‘아우스트랄리스’는 남풍의 신 아우스테르의 이름에서 왔습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1619년 오로라에 관한 글에서 ‘오로라 보레알리스’라는 말을 썼고, 갈릴레오의 글을 읽은 피에르 가상디는 1621년 프랑스 전역에서 보인 오로라를 1649년에 묘사하며 이 말을 썼습니다.
오로라에 대한 인류의 기록은 놀랍도록 오래되었습니다. 중국의 죽서기년(竹書紀年)에는 기원전 977년 또는 957년의 일로 연대가 추정되는 기사가 있어 가장 이른 오로라 기록 후보로 꼽힙니다. 하루 단위 날짜까지 분명하게 남은 기록으로는 바빌로니아의 천문 일지가 있습니다. 기원전 567년 3월 12~13일 밤의 점토판에는 “붉은 빛이 서쪽에서 타올랐다”는 구절 뒤에 ‘2 단나'(1단나는 약 2시간)라는 지속 시간이 적혀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약 4시간이나 붉은빛을 낼 다른 광원이 없고, 바빌론 주변이 산 없는 평원이라는 점을 들어 이를 오로라로 해석합니다. 기원전 652년부터 기원전 61년까지의 천문 일지를 살핀 2016년 연구는 오로라처럼 보이는 기록 아홉 건을 찾았고, 그중 다섯 건을 유력한 후보로 보았습니다.
로마의 세네카는 티베리우스 황제 때 항구 도시 오스티아 하늘에 오로라가 너무 붉게 타올라, 화재에 대비해 근처에 있던 군 부대가 불을 끄러 달려갔다는 일화를 남겼습니다. 스칸디나비아에서 ‘북쪽의 빛(norðrljós)’이 처음 등장하는 문헌은 1230년 무렵 노르웨이의 『왕의 거울(Konungs Skuggsjá)』입니다. 그린란드에서 돌아온 사람들에게 이 빛을 전해 들은 저자는 바다를 둘러싼 거대한 불, 밤 쪽까지 돌아 닿는 햇빛, 에너지를 품었다가 빛나는 빙하라는 세 가지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남반구의 뉴질랜드 마오리족은 남극광을 ‘하늘의 큰 횃불(Tahunui-a-rangi)’이라 불렀고,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여러 전승은 낮게 걸린 붉은 남극광을 불과 연결했습니다.
가까운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은 1859년 캐링턴 사건입니다. 1859년 9월 1일 정오 직전, 영국의 천문학자 리처드 캐링턴과 리처드 호지슨은 각자 태양 표면의 강렬한 섬광을 관측했는데, 이것이 태양 플레어를 처음으로 기록한 관측입니다. 이어 9월 1일과 2일에 몰아친 지자기 폭풍 때 오로라는 멕시코 중남부·쿠바·하와이·일본 남부, 그리고 적도에 가까운 콜롬비아에서도 보였습니다. 지자기 폭풍이 일으킨 급격한 자기장 변화가 땅과 긴 전선에 전류를 유도해(지자기 유도 전류)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전신망이 마비됐고, 일부 교환원은 감전되기도 했습니다. 미국 보스턴과 포틀랜드 사이에서는 전원을 끊은 채 이 유도 전류만으로 약 2시간 동안 전신을 주고받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하나의 연결된 그림
태양에서 흘러나온 태양풍, 그 에너지를 받아 쌓았다가 풀어 놓는 지구 자기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빛을 내는 고층 대기의 산소와 질소. 오로라는 이 셋이 함께 그려 내는 하나의 연결된 그림입니다. 1억 5천만 km 떨어진 별과 우리가 숨 쉬는 대기가 보이지 않는 자기력선으로 이어져 한 폭의 빛이 된다는 사실은, 창조된 세계가 얼마나 정교하게 맞물려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 줍니다. 다음에 오로라 사진을 본다면, 그 녹색과 적색 한 줄기마다 태양에서 대기까지의 긴 여정이 담겨 있음을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참고 자료
- Aurora – 영문 위키백과
- Auroras – NASA Science
- Aurora Tutorial – NOAA 우주기상예보센터
- Aurora – NOAA 우주기상예보센터
- NOAA Space Weather Scales – NOAA 우주기상예보센터
- Aurora – NOAA Science On a Sphere
- Magnetic Reconnection – ESA Science (Cluster)
- Whiter 외, The altitude of green OI 557.7 nm and blue N2+ 427.8 nm aurora – Annales Geophysicae (2023)
- Auroral ovals at the two geomagnetic poles – 벨기에 왕립우주고층대기연구소
- Solar wind – 영문 위키백과
- Coronal mass ejection – 영문 위키백과
- How NASA Tracked the Most Intense Solar Storm in Decades – NASA Science
- Hayakawa 외, Earliest datable records of aurora-like phenomena in the astronomical diaries from Babylonia – Earth, Planets and Space (2016)
- Substorm – 영문 위키백과
- Carrington Event – 영문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