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하늘에서 가장 오래된 빛은 138억 년을 여행해 우리 눈에 도달한다. 우주의 나이가 137.9억 년으로 알려져 있으니, 얼핏 생각하면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끝도 138억 광년 거리에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이 말하는 관측 가능한 우주의 반지름은 138억 광년이 아니라 465억 광년이다. 138억과 465억, 세 배가 넘는 이 간극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관측 가능한 우주란 무엇인가
관측 가능한 우주란 우주가 시작된 이래 빛이 우리에게 도달할 수 있었던 범위를 말한다. 전문 용어로는 입자 지평선(particle horizon)이라 부르는데, 그 현재 시점 반지름이 바로 465억 광년(46.5 Gly, 약 14.26 기가파섹)이다. 지름으로 환산하면 930억 광년에 이른다.
- 관측 가능한 우주의 반지름: 약 465억 광년(46.5 Gly)
- 관측 가능한 우주의 지름: 약 930억 광년
- 우주의 나이(Planck 2018 기준): 137.9억 년(13.787±0.020 Gyr)
여기서 중요한 건 ‘관측 가능한 우주’와 ‘우주 전체’는 다른 개념이라는 점이다. 465억 광년은 우리가 원리적으로 볼 수 있는 영역의 경계일 뿐, 우주 자체의 크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 이웃 은하인 안드로메다은하까지의 거리는 약 250만 광년이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반지름 465억 광년과 비교하면, 안드로메다조차 우리 바로 옆집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왜 138억 광년이 아닌가 — 공간 자체가 함께 팽창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빛은 우주배경복사(CMB)다. 빅뱅 이후 약 38만 년이 지난 시점(재결합기, 적색편이 z≈1100)에 방출된 이 빛은 138억 년 가까이 우주를 가로질러 지금 우리에게 도달한다. 여기까지는 ‘광행거리(light-travel distance)’로, 빛이 실제로 이동한 시간과 거리다.
문제는 그 빛이 여행하는 동안 빛이 지나온 공간 자체가 계속 팽창했다는 점이다. 이를 척도인자(scale factor)에 따른 공간의 팽창, 즉 계량 팽창(metric expansion)이라 부른다. CMB를 방출한 물질은 138억 년 전에는 우리와 훨씬 가까웠지만, 그 후로도 공간이 계속 늘어나면서 지금은 우리로부터 465억 광년 떨어진 지점에 있다. 즉 465억 광년은 ‘빛이 이동한 거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그 빛의 발원지가 있는 실제(고유) 거리’, 다시 말해 코모빙 거리(comoving distance)다.
참고로 관측에 따르면 빅뱅은 한 점에서 일어난 폭발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모든 곳에서 동시에 팽창을 시작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에는 중심이 없다 — 은하들이 서로에게서 멀어지는 방향이 특정 지점을 향하지 않는다는 것과, 태초의 잔열인 CMB가 우주 전역에 고르게 남아 있다는 두 관측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주 나이와 크기의 비율, 3.37배가 뜻하는 것
465억 광년을 우주 나이 137.9억 년으로 나누면 약 3.37배가 나온다. 이 숫자는 빛이 우주 나이만큼 이동했을 때의 거리보다, 공간 팽창까지 누적된 실제 거리가 3.37배 더 멀다는 뜻이다. 우주 나이는 유럽우주국(ESA)의 플랑크(Planck) 위성이 정밀 측정한 우주배경복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됐다. 2013년 첫 전체 데이터 공개 당시에는 138.2억 년이었고, 2018년 최종 데이터에서 13.787±0.020 Gyr(137.9억 년)으로 갱신됐다.

은하가 빛보다 빠르게 멀어져도 상대성이론은 무너지지 않는다
1920년대 에드윈 허블은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진다는 사실을 관측으로 밝혀냈다(허블의 법칙). 이 관계를 우주 전체로 확장하면 흥미로운 결론에 이른다. 이른바 ‘허블 반경’보다 먼 은하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후퇴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특수상대성이론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이 후퇴 속도는 어느 관측자의 국소 관성계 안에서 물체가 빛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속도가 아니라, 팽창하는 공간이라는 비관성 좌표계 위에서 좌표거리가 변화하는 비율이기 때문이다. 국소적으로 정보나 물질이 빛보다 빠르게 전달되는 일은 여전히 없다 — 다만 공간 자체가 늘어나는 속도에는 그런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우주 전체는 얼마나 클까 —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관측 가능한 우주 바깥, 즉 우주 전체는 얼마나 클까. 정직한 답은 ‘알 수 없다’이다. 플랑크 위성은 우주의 곡률(Ωk)을 0.0007±0.0019로 측정했는데, 이는 0에 매우 가까워 우주가 평탄하다는 관측과 정합한다. 다만 일부 CMB 단독 분석에서는 약한 폐곡률(Ωk≈-0.044) 신호도 보고돼, 완전히 매듭지어진 문제는 아니다.
다만 평탄하다는 사실만으로 우주가 무한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평탄하면서 위상적으로 ‘단순 연결’된 공간이라면 무한하지만, 도넛 형태처럼 ‘다중 연결’된 위상을 가진다면 평탄하면서도 유한할 수 있다. 우주가 단순 연결인지 다중 연결인지는 현재 관측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즉 우주 전체의 유한·무한 여부는 여전히 열린 질문이다.

허블 텐션 — 우주의 나이를 둘러싼 아직 풀리지 않은 논쟁
우주의 팽창 속도를 나타내는 허블 상수(H0)를 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플랑크 위성처럼 초기 우주(CMB)를 근거로 계산하면 67.4±0.5 km/s/Mpc가 나오고, 세페이드 변광성과 Ia형 초신성 등 가까운 우주를 직접 관측(SH0ES)하면 약 73~74 km/s/Mpc(2023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재확인치 74.03±1.42 km/s/Mpc)가 나온다. 두 값의 차이는 5시그마를 넘는 수준으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이를 ‘허블 텐션’이라 부르며, 어느 쪽 측정이 맞다고 단정할 수 없는 미해결 긴장 상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허블 텐션의 원인이 여전히 미스터리라고 밝히고 있으며, 2023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관측도 이 긴장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뚜렷하게 만들었다.
오늘 확인해 둘 한 가지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가 보는 우주는 우주의 전부가 아니라, 우주가 시작된 이래 빛이 우리에게 닿을 수 있었던 부분, 즉 관측 가능한 우주 465억 광년 반경일 뿐이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우주 전체가 유한한지 무한한지는 오늘의 과학으로도 답하지 못한다.
이 사이트가 다루는 ‘창조주가 만드신 모든 것을 배운다’는 관점에서 보면, 오늘 확인한 465억 광년이라는 숫자는 지식의 자랑이 아니라 지식의 경계를 정직하게 긋는 작업에 가깝다. 관측 가능한 우주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광대하고 정교하게 서술 가능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바깥은 여전히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우주의 규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참고 자료
- Wikipedia — Observable universe (반지름/지름/코모빙 거리 정의)
- Wikipedia — Age of the universe (2018 Planck: 약 13.8 Gyr; 정밀치 13.787±0.020 Gyr는 Observable universe 문서 인포박스 참조)
- ESA — Planck reveals an almost perfect Universe (공식 발표)
- Wikipedia — Hubble tension (67.4 vs 73~74 km/s/Mpc, >5σ)
- NASA Science — Hubble Constant and Tension (공식, ‘여전히 미스터리’)
- arXiv (Davis & Lineweaver) — Superluminal Recession Velocities (초광속 후퇴와 상대성이론)
- Wikipedia — Shape of the universe (Ωk≈0, 평탄/유한·무한 미결정)
- NASA Science — Webb Telescope & The Big Bang Q&A (빅뱅=모든 곳에서 동시 팽창, John Mather)
- Wikipedia — 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 정의·방출시점)
- Wikipedia — Particle horizon (입자 지평선 정의·컨포멀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