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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왜 거의 항상 발부터 착지할까 — 각운동량이 0인데 어떻게 방향을 바꿀까

고양이가 손에서 벗어나 떨어지면 거의 언제나 네 발로 사뿐히 착지한다는 이야기는 오래된 통념이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거의 언제나”라고 해야 맞다 — 뒤에서 보겠지만 이 반사에는 분명한 한계와 예외가 있다. 진짜 흥미로운 질문은 따로 있다. 고양이를 등이 아래를 향하게 해서 아무 회전도 주지 않고 놓아도, 낙하 중에는 몸을 밀어줄 손도 발판도 없다. 그런데도 고양이는 공중에서 스스로 방향을 뒤집는다. 물리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하나의 역설처럼 보인다 — 외부에서 아무 힘도 가하지 않는데 어떻게 회전이 생겨나는가?

지붕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리는 고양이의 실루엣 사진, 몸이 공중에 뻗어 있다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순간의 고양이(실루엣). Cat attack, Omar marzouki 촬영,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Omar marzouki

1894년, 파리의 카메라가 포착한 역설

이 질문에 최초로 눈에 보이는 증거를 들이민 사람은 프랑스의 생리학자 에티엔쥘 마레(Étienne-Jules Marey)였다. 1894년 그는 파리 불로뉴 숲에 있던 자신의 생리학 실험소에서 낙하하는 고양이를 연속촬영(chronophotographie)으로 찍었다. 당대 최고 수준의 고속 연속촬영이었다 — 촬영 속도는 자료에 따라 초당 12장 또는 초당 60장으로 다르게 전해진다. 같은 해 10월 22일 프랑스 과학아카데미 모임에서 이 사진들이 공개되자 회원들 사이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일었다. 한 회원은 이 사진이 “가장 기본적인 역학 원리에 정면으로 모순되는 과학적 역설을 제시했다”고 평했을 정도다. 이 연구는 같은 해 학술지 Comptes Rendus에 실렸고, Nature에도 요약이 소개됐다.

1894년 에티엔쥘 마레가 촬영한 낙하하는 고양이의 연속사진 프레임들, 옆모습과 뒷모습 두 계열로 나열되어 있다
에티엔쥘 마레, 낙하하는 고양이의 연속촬영(Fig.1 옆모습 / Fig.2 뒷모습), 1894년 Nature 誌 ‘Photographs of a Tumbling Cat'(doi:10.1038/051080a0)에 실린 원본. 퍼블릭도메인, Wikimedia Commons
Étienne-Jules Marey

마레의 사진이 특별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사진 분석을 통해 고양이가 낙하를 시작하는 순간 이미 회전운동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 즉 실험자가 손을 지렛대처럼 써서 미리 회전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런데도 고양이는 낙하 도중 스스로 뒤집혔다. 마레 자신은 이를 앞다리와 뒷다리의 관성모멘트를 번갈아 다르게 만드는(굽히고 펴는) 동작으로 설명했는데, 이는 반세기도 더 지나 나온 역학적 설명의 핵심과 놀랍도록 가깝다.

각운동량 0인데 회전한다 — 강체와 비강체의 차이

여기서 고전역학의 한 정리를 짚을 필요가 있다. 자유낙하 중인 고양이에는 외부에서 가하는 토크(회전력)가 없으므로, 몸 전체의 각운동량은 정확히 0으로 보존된다. 만약 고양이가 형태를 바꾸지 않는 단단한 물체, 즉 강체(rigid body)라면 이 정리에 따라 스스로 방향을 바꿀 수 없다 — 각운동량이 0인 강체는 회전하지 않는 채로 남아야 한다.

그런데 고양이는 강체가 아니다. 척추와 관절로 몸의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비강체(deformable body)다. 형태를 바꾸는 몸은 몸의 여러 부분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게 만들 수 있다 — 앞반신은 이쪽으로, 뒷반신은 저쪽으로. 이때 각 부분은 저마다 0이 아닌 각운동량을 갖지만, 방향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둘을 더하면 계 전체의 각운동량은 여전히 정확히 0으로 유지된다. 부분들의 각운동량은 0이 아니면서도 그 합은 계속 0인 채로, 몸 전체의 방향(자세)만 바뀌는 것이다. 이것이 오랫동안 ‘낙하고양이 문제(falling cat problem)’로 불려온 퍼즐의 핵심 답이다.

이 현상을 가장 엄밀한 수학적 틀로 완전히 설명한 것은 수학자 리처드 몽고메리(Richard Montgomery)의 1993년 연구다. 그는 고양이가 취하는 몸의 형태 변화(shape space)에서의 순환이, 물리학의 게이지 이론과 비슷한 ‘접속(connection)’을 통해 외부 토크 없이도 순수한 회전(홀로노미, holonomy)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증명했다. 낙하 한 번에 담긴 동작이 순수수학의 언어로도 풀어낼 만큼 정교하다는 뜻이다.

몸을 반으로 접어 반대로 돈다

나무 기둥 옆에서 장난감 막대를 향해 몸을 비틀며 뛰어오르는 흑백 얼룩 고양이, 뒤로 관중이 앉아 있는 이벤트 장면
장난감 막대를 향해 몸을 뻗으며 뛰어오르는 고양이 — 공중에서 몸을 비트는 유연성을 보여주는 예시 사진(낙하 자세반사의 직접 증거 사진은 아님). Cats jumping, Jon Sullivan 촬영, 퍼블릭도메인, Wikimedia Commons
Jon Sullivan

이 회전을 가장 단순하게 그려보는 방법은 고양이 몸을 유연한 척추(허리)로 이어진 두 개의 원통 — 앞반신과 뒷반신 — 으로 보는 것이다. 먼저 척추를 굽혀 몸을 앞뒤로 살짝 접는다. 그다음 한쪽, 예컨대 앞다리를 몸통에 바짝 붙여 관성모멘트를 작게 만든다. 관성모멘트가 작은 쪽은 같은 각운동량으로도 크게 돌 수 있으므로, 앞반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크게 회전한다. 동시에 반대쪽인 뒷다리는 쭉 뻗어 관성모멘트를 크게 만든다. 관성모멘트가 큰 쪽은 반대 방향으로 조금만 돌아도 되므로, 뒷반신은 거의 그 자리를 지키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절반씩 번갈아 돌린 뒤 앞뒤 다리의 역할을 바꿔 나머지를 마저 돌리면, 몸 전체가 뒤집히면서도 각운동량의 합은 시종일관 0을 유지한다. 이 ‘굽히고-비틀기(bend-and-twist)’ 모형을 역학적으로 처음 정식화한 것은 1969년 스탠퍼드대의 T.R. 케인(Kane)과 M.P. 셔(Scher)가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Solids and Structures에 발표한 논문이다. 흥미롭게도 이 연구는 NASA의 지원을 받았다 — 무중력 상태에 놓인 우주비행사가 외부 지지물 없이 스스로 자세를 바꾸는 방법을 개발하려는 목적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앞반신과 뒷반신이 다리를 접고 펴며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도해
bend-and-twist 회전 단계 개념도 — 앞반신 뒷반신을 원통으로 표시하고, 다리를 붙이고 펴 관성모멘트를 바꾸며 반대 방향으로 도는 과정을 단계별로 표현했다(총 각운동량 0 유지).
도해 · glu.kr 자체 제작(개념도)

꼬리가 아니라 척추가 축이다

고양이의 옆모습 X-ray 사진, 허리뼈(요추)와 골반, 뒷다리, 꼬리뼈가 함께 보인다
고양이 척추(요추)와 뒷다리, 꼬리뼈를 보여주는 옆모습 X-ray. Cat Spine Xray Img 1, Ferndale Veterinary Clinic 제공, 퍼블릭도메인, Wikimedia Commons
Ferndale Veterinary Clinic

고양이가 꼬리를 프로펠러나 플라이휠처럼 휘둘러 몸을 돌린다는 이야기도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이 통념은 선천적으로 꼬리가 거의 없는 맹크스(Manx) 같은 품종을 보면 흔들린다. 꼬리가 없거나 짧은 고양이도 다른 고양이와 다름없이 공중에서 정상적으로 몸을 뒤집어 착지하는 반사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회전의 핵심 동력은 꼬리가 아니라 앞서 설명한 다리 움직임과 척추를 순차적으로 비트는 동작이며, 꼬리는 있으면 보조적으로 거들 뿐 반사에 반드시 필요한 부품은 아니다.

꼬리가 보이지 않는 흑백 맹크스 고양이의 옆모습, 뒷다리 쪽이 매끈하게 이어져 있다
선천적으로 꼬리가 없는 맹크스(Manx) 고양이 ‘마이너스’. Manx Minus rumpy behind, EliasAlucard 촬영,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EliasAlucard (English Wikipedia)

“항상”은 아니다 — 최소 낙하 시간과 아직 서투른 새끼 고양이

이 반사가 정교하다고 해서 예외 없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두 가지 분명한 한계가 있다. 첫째, 방향을 바꾸는 데는 물리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과 낙하 거리가 필요하다. 자료마다 언급하는 최소 높이는 30cm 안팎에서 90cm 안팎까지 제각각이라 단일 수치로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공통된 결론은 하나다 — 낙하가 지나치게 낮으면 회전을 완성할 시간 자체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 둘째, 이 반사는 태어나자마자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발달을 통해 다듬어지는 능력이다. 새끼 고양이는 생후 3~4주 무렵부터 이 반사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 6~9주 무렵에야 성체 수준으로 정교해진다. 즉 “고양이는 언제나 발부터 착지한다”는 문장은 지나친 단정이며, 실제로는 충분한 낙하 시간과 충분히 발달한 신경·근육계가 함께 갖춰졌을 때 비로소 신뢰할 만한 반사가 된다.

고층에서 떨어진 고양이들이 남긴 반전의 데이터

고양이의 낙하 반사를 둘러싼 이야기 중 가장 뜻밖의 반전은 부상 통계에서 나온다. 수의사 윌트니(Whitney)와 멜하프(Mehlhaff)는 1987년 학술지 JAVMA에 발표한 논문에서, 약 5개월 동안 뉴욕의 한 동물병원에 실려 온 이른바 ‘고층 추락 증후군(high-rise syndrome)’ 고양이 132마리(평균연령 2.7세)의 부상을 분석했다. 흉부손상이 90%(폐타박상 68%, 기흉 63%), 안면외상이 57%, 사지골절이 39%, 쇼크가 24%에서 나타났다고 보고됐다. 그런데 이 논문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대목은 따로 있다 — 낙하 층수가 약 7층을 넘어서면 오히려 부상의 개수와 중증도가 늘지 않고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됐다는 점이다. 설명으로 제기된 가설은, 고양이가 약 7층 높이를 넘어 종단속도(흔히 시속 60마일, 약 97km/h로 인용된다)에 도달하면 몸을 활짝 펴 스카이다이빙 자세와 비슷하게 항력을 늘리고, 이때 안뜰기관(전정계)이 ‘더 이상 가속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받아 근육을 이완시켜 충격이 몸 전체에 고르게 퍼진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결론에는 방법론적 비판이 함께 따라붙는다 — 이 연구는 동물병원에 실제로 내원한 고양이만을 표본으로 삼았기 때문에, 아주 높은 층에서 떨어져 그 자리에서 죽었거나 병원에 데려가지도 못한 고양이는 애초에 표본에 잡히지 않는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된다. 이 논쟁은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고, 이 반전은 고양이의 낙하 반사가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을 함께 보여주는 참고 사례로 다뤄야 한다.

낙하 층수에 따른 고양이 부상 중증도 변화를 보여주는 비단조 곡선 그래프, 생존 편향 주석 포함
high-rise syndrome 낙하 층수-부상 심각도 개념 곡선 — 7층 전후로 부상 경향이 달라진다는 통설을 개념적으로 표현했으며,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 가능성에 대한 주의 문구를 함께 실었다. 실측 수치 그래프가 아니다.
도해 · glu.kr 자체 제작(개념도)

창조물에 담긴 설계 원리

고양이의 착지 반사는 한 가지 기발한 트릭이 아니라, 유연한 척추와 쇄골에 얽매이지 않는 어깨가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정교하게 설계된 몸의 작동 방식이다. 외부에서 아무 힘도 받지 않는 상태에서도 각운동량 보존이라는 엄격한 물리 법칙을 어기지 않으면서 방향을 뒤집는다는 것은, 겉보기에는 단순한 반사 하나가 실은 역학·해부학·발달생물학이 정밀하게 맞물린 결과라는 뜻이다. 오늘 하나 배운다면 이것이다 — “고양이는 언제나 발부터 떨어진다”는 상식보다, “형태를 바꿀 수 있는 몸은 각운동량을 지키면서도 스스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원리 쪽이 훨씬 더 놀랍고, 훨씬 더 사실에 가깝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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