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물고기는 뱀장어가 아니다
이름에 ‘뱀장어’가 붙어 있지만, 전기뱀장어는 우리가 아는 뱀장어와 같은 무리가 아니다. 분류학적으로 이 물고기는 뱀장어목이 아니라 김노투스목(Gymnotiformes)에 속하는 남미의 나이프피시로, 계통상으로는 오히려 잉어나 메기에 더 가깝다. 뱀장어를 닮은 길쭉한 몸은 전혀 다른 계통에서 따로 나타난 형태일 뿐, 진짜 뱀장어와는 거리가 멀다. 아마존과 오리노코 유역의 탁한 물에 사는 이 대형 담수어는 최대 2.5미터, 20킬로그램까지 자란다.
그런데 이 물고기가 유명한 진짜 이유는 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기 장치라는 데 있다. 전기뱀장어는 몸 전체를 ‘살아 있는 배터리’로 삼아 수백 볼트의 전기를 만들어 낸다. 도대체 어떻게 근육과 살로 이루어진 물고기가 감전을 일으킬 만한 전압을 만들 수 있을까. 답은 놀랍도록 단순하면서도 정교하다.

사진: Stan Shebs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몸이 곧 배터리 — 세포를 직렬로 쌓다
비밀은 ‘발전세포(electrocyte)’라 불리는 특수한 세포에 있다. 이 세포는 원래 근육세포에서 유래했지만 수축하는 능력을 잃는 대신, 막에 이온펌프와 아세틸콜린 수용체, 나트륨 채널을 빽빽하게 갖추어 전기 생산에만 특화되었다. 발전세포 하나가 방전할 때 만드는 전위차는 겨우 약 0.15볼트다. 손전등 하나 켜기도 어려운 미약한 값이다.
여기서 창조물에 담긴 설계의 묘가 드러난다. 전기뱀장어의 주기관에서는 이 발전세포가 약 6,000개나 직렬로 쌓여 있다. 건전지를 여러 개 한 줄로 이어 붙이면 전압이 더해지듯, 0.15볼트짜리 세포가 6,000개 이어지면 이론상 900볼트에 이른다. 실제로 측정되는 600~860볼트와 잘 들어맞는 값이다. 몸의 옆면을 따라서는 이런 세포 스택이 약 35개씩 병렬로도 놓여 있는데, 병렬 연결은 전압이 아니라 전류를 키운다. 그 덕에 전기뱀장어는 최대 약 1암페어에 이르는 전류까지 흘려보낼 수 있다.

도해 · glu.kr 자체 작성
방전이 일어나는 과정은 순식간이다. 뇌가 명령을 내리면 신경 말단에서 아세틸콜린이 방출되고, 발전세포의 나트륨 채널이 일제히 열리면서 순간적으로 탈분극이 일어난다. 그러면 세포마다 약 0.15볼트의 전위차가 생기고, 신경 자극이 수천 개의 세포를 거의 동시에 발화시키기 때문에 그 전압이 직렬로 합산되어 수백 볼트가 된다. 이 한 번의 방전이 지속되는 시간은 약 2밀리초, 눈 깜짝할 사이보다 훨씬 짧다. 볼트 미터의 이야기라기보다 정밀하게 배선된 하나의 전지 회로 이야기에 가깝다.
세 개의 발전기관, 두 개의 삶
전기뱀장어의 몸속에는 서로 다른 발전기관이 세 종류 들어 있다. 몸의 대부분, 약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주기관과 헌터기관은 고전압을 담당한다. 사냥할 때 먹이를 제압하고, 위협을 만나면 방어하는 데 쓰는 강한 전기가 여기서 나온다.
반면 작스기관은 전혀 다른 일을 한다. 약 10볼트 남짓의 저전압 펄스를 초당 최대 25회 정도 잔잔하게 내보내며, 이것으로 주변을 ‘전기로 본다’. 진흙탕처럼 탁해서 눈이 거의 소용없는 물속에서, 전기뱀장어는 이 약한 전기장의 변화를 감지해 주변 지형과 물체, 다른 개체의 위치를 읽어 낸다. 전기수용이라 불리는 이 감각과 통신 능력 덕분에 이 물고기는 앞이 보이지 않아도 길을 잃지 않는다.

도해 · glu.kr 자체 작성
정리하면 전기뱀장어는 두 개의 모드로 사는 셈이다. 평소에는 저전압으로 조용히 주변을 살피며 항해하고, 사냥이나 방어의 순간에는 고전압을 터뜨린다. 하나의 몸에 항법용 감각기와 무기용 발전기가 함께 설계되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경제적이고 절묘한 배치다.
왜 스스로는 감전되지 않을까
여기서 자연스러운 의문이 생긴다. 수백 볼트를 자기 몸속에서 만들어 내면서, 정작 자신은 왜 멀쩡할까. 몇 가지 이유가 겹친다. 첫째, 발전기관이 몸통과 꼬리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어서 방전된 전기는 조직 속을 흐르기보다 몸 밖의 물로 곧장 빠져나간다. 물이 몸의 조직보다 전기를 더 잘 통하기 때문에 전류는 저항이 낮은 바깥 경로를 택한다. 둘째, 앞서 보았듯 한 번의 방전이 약 2밀리초로 매우 짧아, 커다란 몸 전체에는 손상을 줄 만큼의 전류가 흐르지 못한다. 작은 먹이에게는 치명적이지만 큰 몸에는 별 탈이 없는 것이다.

사진: harum.koh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다만 완전한 면역은 아니다. 아주 큰 방전에는 전기뱀장어 자신도 미세하게 반응한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감전되지 않는다’기보다 ‘거의 감전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가 옳다. 위험한 도구를 만들면서 사용자 자신을 보호하는 안전장치까지 몸에 새겨진 셈이다.
볼타의 전지, 그리고 훔볼트의 말
전기뱀장어의 이 직렬 배터리 구조는 인류의 전기 역사와도 얽혀 있다. 다만 흔히 오해하듯 “볼타 전지가 전기뱀장어에서 나왔다”고 말하면 사실을 좁혀 버리는 것이 된다. 1800년 알레산드로 볼타는 전지(voltaic pile)를 발명하면서 이것을 ‘인공 전기 기관(artificial electric organ)’이라 불렀는데, 그가 착안한 대상은 전기뱀장어가 아니라 전기가오리(torpedo)의 발전기관이었다. 볼타는 조지프 뱅크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비유를 직접 밝혔다. 전기가오리의 발전기관이 하필 모델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물고기의 발전기관은 수백 개의 세로 기둥이 동전을 쌓은 더미처럼 층층이 포개진 구조여서, 원반을 켜켜이 쌓아 올린 볼타 전지의 형태와 곧바로 겹친다. 발전기관이 몸을 따라 가로로 길게 뻗은 전기뱀장어와는 대조적이다. 그러니 볼타의 전지가 본뜬 자연의 원본은 전기가오리이고, 전기뱀장어는 같은 ‘직렬 적층’ 원리를 자연에서 가장 극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도판: Gillard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전기뱀장어가 주인공인 유명한 역사 장면은 따로 있다. 볼타가 전지를 발명하던 바로 그 1800년, 박물학자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베네수엘라 칼라보소의 웅덩이에서 원주민들이 말과 노새를 물속으로 몰아넣는 광경을 목격했다. 놀란 전기뱀장어들이 말들에게 전기를 방출하며 힘을 소진하면, 그제야 지친 물고기를 안전하게 건져 올리는 채집법이었다. 이 극적인 서술은 200년 가까이 과장이 아닌가 의심받아 왔다.

판화: James Hope Stewart(그림), Alexander von Humboldt(원저)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도약 공격 — 훔볼트를 되살린 실험
회의를 뒤집은 것은 케네스 카타니아의 연구다. 그는 2016년, 전기뱀장어가 물 밖으로 부분적으로 나와 있는 위협체에 턱을 대고 몸을 물 위로 솟구쳐 올리며 고전압을 쏟아붓는 도약 공격을 실험으로 포착했다. 물고기가 높이 오를수록 회로가 짧아져 위협체로 더 큰 전류가 흐른다. 아마존의 건기, 물이 줄어든 작은 웅덩이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되며, 이 결과는 200년간 미심쩍게 여겨지던 훔볼트의 ‘말과의 전투’ 이야기를 실제로 뒷받침해 주었다.

도해 · glu.kr 자체 작성 · Catania 2016 실험에 근거
카타니아는 사냥 방식도 밝혀냈다. 전기뱀장어는 먹이를 잡을 때 몸을 J자로 말아 머리 쪽 양극과 꼬리 쪽 음극을 먹이의 양편에 모아 전기장을 집중시킨다. 이때 나오는 고전압 펄스는 먹이의 근육을 원격으로 강제 수축시켜, 숨어 있는 먹이의 위치를 드러내게 하거나 그대로 마비시킨다. 손을 대지 않고도 상대의 몸을 조종하는, 일종의 원격 제어 사냥인 셈이다.
그리고 전압에 관해서는 종을 나눠 말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잘 알려진 Electrophorus electricus는 최대 약 600볼트, 2019년에 함께 기재된 Electrophorus varii는 최대 약 572볼트다. 같은 해 신종으로 밝혀진 Electrophorus voltai는 최대 약 860볼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현재까지 알려진 동물 가운데 가장 높은 전압이다. 볼타를 기려 이름 붙은 이 물고기가 인류의 전지 발명가와 이름을 나누게 된 것은 우연치고는 절묘하다.
작은 세포에 담긴 큰 설계
전기뱀장어의 이야기가 인상적인 이유는, 그것이 몹시 단순한 부품을 반복해 쌓는 방식으로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데 있다. 0.15볼트짜리 세포 하나는 하찮아 보인다. 그러나 그것을 수천 개 직렬로 정렬하고, 다시 병렬로 묶어 전류를 키우고, 신경 명령으로 수천 개를 동시에 발화시키고, 방전 시간을 2밀리초로 짧게 끊어 자신을 보호하는 이 모든 조건이 한꺼번에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살아 있는 배터리가 완성된다. 어느 하나만 빠져도 이 장치는 작동하지 않는다.
인간이 볼타의 전지에 이르러서야 겨우 이해한 직렬 적층의 원리가, 전기뱀장어라는 창조물 안에는 훨씬 정교한 형태로 이미 구현되어 있었다. 몸이 곧 배터리이자 감각기이며 무기인 이 물고기는, 작은 것을 질서 있게 쌓아 올릴 때 어떤 힘이 태어나는지를 조용히 보여 준다.
참고 자료
- de Santana et al. (2019), Nature Communications — 전기뱀장어 3종·최대 860V
- Catania (2016), PNAS — 전기뱀장어의 도약 공격과 훔볼트 서술
- Wikipedia — Electric eel
- Wikipedia — Electrophorus voltai
- Wikipedia — Voltaic pile
- JSTOR Daily — Electric Fish and the First Battery (볼타 전지가 전기가오리 발전기관에서 착안된 경위)
- Wikipedia — Electric organ (fish)
- Natural History Museum — How do electric eels work?
- Britannica — Electrophorus (fish genus)
- Vanderbilt University — Electric eels make leaping attacks (Catania,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