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질소를 부어 하얗게 김이 서린 작은 금속 원반 하나가 자석 트랙 위 허공에 소리 없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 원반은 그저 떠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손으로 기울이면 기울인 각도 그대로 멈춰 서고, 트랙째 통째로 뒤집으면 자석 아래에 거꾸로 매달린 채로도 떨어지지 않는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의 한 점에 원반이 얼어붙은 듯하다. 2011년 텔아비브 대학의 시연 영상이 전 세계로 퍼진 뒤, 사람들은 이 광경을 흔히 ‘양자 부상(quantum levitation)’ 또는 ‘양자 고정(quantum locking)’이라 부른다.

사진 · Garrett Pennell,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두 영구자석을 같은 극끼리 마주 대면 서로 밀어내지만, 그 균형은 아슬아슬해서 조금만 건드려도 하나가 옆으로 미끄러져 튕겨 나간다. 그런데 이 초전도 원반은 옆으로 미끄러지지도, 뒤집혀 떨어지지도 않는다. 무엇이 다른가? 답을 찾으려면 저항이 사라지는 발견에서 출발해, ‘뜨는 이유’와 ‘그 자리에 잠기는 이유’가 서로 다른 두 메커니즘이라는 사실에 도달해야 한다.
저항이 0이 되는 순간 —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뜨지 않는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극저온이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Heike Kamerlingh Onnes)는 1908년 세계 최초로 헬륨을 액화해 약 4.2켈빈(K, 약 영하 269도)이라는 극저온 영역을 열었다. 그리고 1911년 4월 8일, 이 액체 헬륨에 담근 수은의 전기저항이 약 4.2 K 아래에서 갑자기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관측했다. 초전도(superconductivity)의 발견이었다. 오너스는 191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는데, 공식 수상 사유는 ‘초전도 발견’이 아니라 ‘저온에서 물질의 성질에 관한 연구, 특히 액체 헬륨 제조로 이어진 연구’였다.
저항이 0이라는 것은 놀라운 성질이다. 한 번 흐르기 시작한 전류가 에너지를 잃지 않고 계속 돈다. 하지만 저항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원반이 왜 자석 위에 뜨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무저항은 초전도의 여러 얼굴 중 하나일 뿐이었다. 진짜 결정적인 성질은 22년 뒤에야 드러났다.
마이스너 효과 — 초전도체는 자기장을 ‘밀어낸다’
1933년 독일의 발터 마이스너(Walther Meissner)와 로베르트 옥센펠트(Robert Ochsenfeld)는 초전도 상태의 주석·납 시료 바깥의 자기장 분포를 측정하다가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시료가 임계온도 아래로 냉각되어 초전도로 전이하는 순간, 그 내부의 자기장이 거의 완전히 배제된다는 것이었다. 초전도체는 자기장을 그저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밀어내, 내부 자기장을 거의 0으로 만드는 ‘완전 반자성체(perfect diamagnet)’였다. 오늘날 이를 마이스너 효과(Meissner effect)라 부른다.

도해 · glu.kr 자체 작성
여기서 이 글의 가장 중요한 교정이 나온다. 흔히 ‘초전도체는 저항 0인 완전 도체일 뿐’이라고 요약하지만, 이것은 물리적으로 부정확하다. 가상의 ‘완전 도체(무저항 도체)’와 진짜 초전도체는 결정적으로 다르게 행동한다.
사고실험을 해 보자. 먼저 자기장을 켜 둔 상태에서 물질을 냉각한다(field cooling). 가상의 완전 도체라면, 렌츠의 법칙에 따라 유도전류가 ‘자속의 변화’를 막으려 하므로 이미 들어와 있던 자기장을 내부에 그대로 가둔다. 반면 진짜 초전도체는 초전도로 전이하는 바로 그 순간, 이미 들어와 있던 자기장마저 바깥으로 밀어낸다. 냉각 이력과 무관하게 내부 자기장이 배제되는 것이다. 이 차이는 ‘무저항’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초전도 특유의 전자기 응답(런던 형제가 1935년 세운 런던 방정식으로 기술)이 있어야만 설명된다.

도해 · glu.kr 자체 작성
즉 초전도체는 무저항(1911년 오너스)과 완전 반자성(1933년 마이스너)이라는 별개의 두 지표를 함께 갖는 물질이다. 마이스너 효과에서 자기장이 배제되는 물리적 실체는, 초전도체 표면에 저항 없이 흐르는 ‘차폐전류(screening current)’다. 이 전류가 외부 자기장을 정확히 상쇄하는 반대 방향의 자기장을 만들어 낸다. 다만 자기장이 표면에서 칼로 자르듯 뚝 끊기는 것은 아니고, 표면에서 안쪽으로 ‘런던 침투 깊이(대략 50~500나노미터, 물질마다 다름)’만큼 지수적으로 감쇠하며 스며든다. 바로 이 얇은 표면층에서 차폐전류가 흐른다.
왜 뜨는가 — 그리고 왜 ‘잠기는가’
이렇게 배제된 자기장은 자석과 초전도체 사이에 반발력(자기 압력)을 만든다. 자석이 만든 자기장을 초전도체가 밀어내니, 그 반작용으로 서로를 밀어내며 원반이 뜬다. 여기서 뜨는 힘은 영구자석 두 개의 극-극 반발이 아니라, 다가오는 자기장을 상쇄하려고 유도된 차폐전류에서 비롯된 ‘유도 반자성’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초전도체는 고정된 N극·S극을 가진 자석이 아니다.
그런데 마이스너 반발만으로는 원반이 그 자리에 안정하게 있을 수 없다. 언쇼 정리(Earnshaw’s theorem)에 따르면, 정지한 자기장 속에서는 자석 배치만으로 안정한 부상이 불가능하다 — 조금만 흔들려도 균형이 무너져 미끄러지거나 떨어진다. 실제로 자기장을 전부 배제하기만 하는 초전도체(뒤에 나올 Type-I)는 수평 방향으로 붙잡아 줄 복원력이 없어, 원반이 회전하거나 진동하며 이내 자리를 벗어난다. 마이스너 효과만으로는 ‘거꾸로 매달리기’는 고사하고 안정적으로 뜨는 것조차 어렵다.
여기서 두 번째 메커니즘, 자속 고정(flux pinning)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것이 원반을 3차원 공간에 잠그는 진짜 이유다.
자속 고정 — 소용돌이가 결함에 걸려 원반을 잠근다
초전도체에는 두 종류가 있다. Type-I 초전도체는 임계자기장 하나(Hc)만 갖고, 그 아래에서는 자기장을 전부 배제하다가 그 임계자기장을 넘으면 초전도가 한꺼번에 무너진다 — 자기장이 안으로 들어올 ‘틈’이 없다. 반면 Type-II 초전도체는 하부·상부 두 개의 임계자기장(Hc1, Hc2)을 가지며, 그 사이의 ‘혼합 상태(mixed state)’에서는 자기장이 양자화된 소용돌이(flux vortex, fluxon)의 형태로 내부를 관통한다.

사진 · Maxim Bilovitskiy,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이 소용돌이가 특별하다. 초전도체를 관통하는 자속은 아무 값이나 가질 수 없고, 최소 단위인 ‘자속 양자(Φ₀ = h/2e ≈ 2.07 펨토웨버)’의 정수배로만 존재한다. 소용돌이 하나가 정확히 자속 양자 한 개를 나른다. 분모의 2e — 전자 전하의 두 배 — 는 초전도 전류를 나르는 실체가 전자 하나가 아니라 전자 두 개가 짝지은 ‘쿠퍼쌍’임을 반영한다(이 값은 자연이 정한 상수로, 1961년 두 연구팀이 독립적으로 실험 확인했다). 각 소용돌이는 초전도가 국소적으로 깨진 가느다란 심(normal core)을 초전도 전류의 소용돌이가 감싼 구조다.
Type-II 초전도체를 저온으로 충분히 식히면, 이 소용돌이들이 결정 속의 결함·불순물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자속 고정이다. 소용돌이는 물질의 결함에 묶여 있고, 동시에 자석이 만든 자기장 안의 특정한 자리에 박혀 있다. 그래서 소용돌이에 꿰인 원반은 위치도, 방향도 그 자리에 고정된다. 원반을 기울이면 소용돌이를 그 각도로 다시 배치해야 하는데 결함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으므로, 원반은 기울인 채로 멈춰 선다. 통째로 뒤집어도 소용돌이가 붙잡고 있어 떨어지지 않는다. 시연에서 흔히 쓰는 ‘양자 고정(quantum locking)’이라는 말은 바로 이 자속 고정 현상을 가리키는 대중적 이름이다.

도해 · glu.kr 자체 작성
정리하면, 뜨는 힘(마이스너 반발)과 그 자리에 잠그는 힘(자속 고정)은 서로 다른 두 메커니즘이다. 거꾸로 매달려도 안 떨어지는 것은 마이스너 반발 때문이 아니라 자속 고정 때문이며, 이 안정적 3차원 잠김은 소용돌이가 존재하는 Type-II 초전도체(대표적으로 뒤에 나올 YBCO)에서만 나타난다. 반자성이 언쇼 정리의 금지를 피해 가고, 자속 고정이 복원력을 더해 주기에, 원반은 냉각된 바로 그 배치에 안정하게 잠긴다. 텔아비브 대학 시연에서 500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사파이어 웨이퍼에 YBCO를 얇게 입힌 것도, 초전도층을 얇게 만들어 약한 지점으로 자속 소용돌이가 통과해 고정되도록 한 설계였다.
이 모든 것의 뿌리 — 쿠퍼쌍과 거시 양자 상태
왜 전류는 저항 없이 흐르고, 왜 자속은 양자화되는가? 그 미시적 뿌리는 1957년 존 바딘·리언 쿠퍼·존 슈리퍼가 세운 BCS 이론이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한 전자가 양이온 격자를 지나며 격자를 살짝 끌어당기고, 그 일그러짐이 반대 스핀을 가진 다른 전자를 끌어들여 두 전자가 격자 진동(포논)을 매개로 ‘쿠퍼쌍’을 이룬다. 이 쌍들이 하나의 거대한 양자 상태로 응축해 한 몸처럼 움직이므로, 산란되어 에너지를 잃는 개별 전자가 없어 저항이 0이 된다. 자속 양자의 분모에 2e가 나타난 것도 전하 2e짜리 쿠퍼쌍이 주역이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197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바딘에게는 트랜지스터에 이은 두 번째 노벨상이었다).
초전도가 반드시 극저온을 요구한다는 것이 오랜 상식이었다. 그 벽을 크게 낮춘 것이 고온 초전도의 발견이다. 1986년 IBM 취리히 연구소의 베드노르츠와 뮐러가 란타넘계 구리 산화물에서 약 35 K의 초전도를 관측해 기록을 단번에 끌어올렸고(이듬해 1987년 노벨상), 곧이어 1987년 폴 추 연구진이 이트륨·바륨·구리 산화물(YBCO)에서 임계온도 약 92~93 K(약 영하 180~181도)를 달성했다. 이는 값싼 액체질소(끓는점 77 K)로 냉각할 수 있는 최초의 초전도체였다. 액체헬륨보다 훨씬 저렴한 액체질소로 초전도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앞서 본 탁상 위 양자 고정 시연도 비로소 가능해졌다.

사진 · Nobel foundation, 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다만 정직하게 밝혀 둘 것이 있다. 마이스너 효과와 자속 고정 같은 거시적 현상은 잘 확립된 정설이다. 그러나 구리 산화물 고온 초전도체에서 왜 그렇게 높은 온도에서 쿠퍼쌍이 형성되는가라는 미시적 기전은, 수십 년의 연구와 방대한 논문에도 아직 합의된 이론이 없는 열린 문제다. BCS 이론은 재래식 저온 초전도는 잘 설명하지만 고온 초전도의 완전한 미시 설명은 아니다. 나아가 상온·상압에서의 초전도는 지금도 검증되지 않은 연구 목표로 남아 있으며, 최근의 여러 주장은 재현 실패나 논문 철회로 이어졌다. 이 글이 다루는 ‘자석 위에 뜨고 잠기는’ 원리는 확립된 물리이지만, 그 위의 미해결 영역까지 다 밝혀진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
실험실 밖으로 — 초전도가 떠받치는 기술들
이 원리들은 신기한 시연에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병원의 MRI(자기공명영상) 장치는 니오븀·티타늄 코일을 액체헬륨(약 4.2 K)에 담가 만든 초전도 전자석으로 강한 자기장을 만든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는 길이 15미터·무게 35톤짜리 초전도 쌍극자 자석 1232개로 8.3테슬라의 자기장을 만들어, 저항 손실 없이 1만 암페어가 넘는 전류를 흘려 입자 빔을 휘게 한다.

사진 · Hisagi,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자기부상열차도 대표적 응용이지만, ‘자기부상=초전도’라는 통념은 절반만 맞다. 상하이의 트란스라피드는 일반(상전도) 전자석으로 흡인식 부상을 하는 반면, 일본 JR도카이의 SCMaglev는 차량에 초전도 자석을 싣는 방식이다. 이 SCMaglev의 L0 시리즈는 2015년 4월 21일 야마나시 실험선에서 시속 603킬로미터를 기록해(그해 6월 기네스 세계기록 공인) 자기부상열차 최고 속도를 세웠다(실험선 시험 주행 기록이며, 상업 영업 속도는 이보다 낮다). 이 밖에 손실 없는 전류와 강한 자기장이 필요한 곳 — NMR 분광, 그리고 초전도 큐비트를 쓰는 양자컴퓨터 — 어디서나 초전도가 조용히 일하고 있다.
허공에 얼어붙은 한 점
자석 위에 거꾸로 매달린 채 미동도 없는 초전도 원반은, 사실 두 가지 서로 다른 법칙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다. 하나는 자기장을 능동적으로 밀어내 원반을 띄우고, 다른 하나는 양자화된 소용돌이를 결함에 걸어 원반을 그 자리에 잠근다. 무저항과 완전 반자성이라는 별개의 두 성질, 소용돌이가 자속 양자의 정수배로만 존재하는 양자화, 전자가 쌍을 이뤄 한 몸처럼 흐르는 거시 양자 상태 — 눈앞의 단순한 부상 하나에 자연이 정한 정교한 법칙들이 층층이 겹쳐 있다. 인간은 그 물질을 만들었지만, 그 물질이 순순히 따르는 질서만큼은 우리가 발명한 것이 아니라 발견한 것이다. 허공의 한 점에 얼어붙은 금속 원반은, 그 발견된 질서가 얼마나 촘촘하고 아름답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 준다.
참고 자료
- Meissner effect — Wikipedia
- Flux pinning — Wikipedia
- Type-II superconductor — Wikipedia
- Magnetic flux quantum — Wikipedia
- BCS theory — Wikipedia
- History of superconductivity — Wikipedia
- Heike Kamerlingh Onnes — Wikipedia
- Yttrium barium copper oxide — Wikipedia
- Earnshaw’s theorem — Wikipedia
- Tel Aviv University 양자 부상(양자 고정) 시연 — New Atlas / Refractor
- SCMaglev — Wikipedia
- CERN — Superconducting electromagne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