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초 틈의 굴 속에서 올리브빛 몸에 주황 다리, 표범 무늬 등딱지를 두른 작은 갑각류가 조개 하나를 노려본다. 다음 순간, 붉은 앞다리가 눈으로 좇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뻗어 나가 조개껍데기를 단번에 부순다. 갯가재(mantis shrimp)다. 이름에 ‘새우(shrimp)’가 붙어 있지만, 갯가재는 사실 진짜 새우가 아니다. 새우·게·바닷가재가 속한 십각목(Decapoda)과 달리, 갯가재는 별개 계통인 구각목(Stomatopoda)에 속한다. 화석·분자 연구는 이 두 계통이 약 4억 년 전 갈라진 것으로 추정한다(Encyclopedia.com; Wikipedia). 이름부터가 첫 번째 상식을 뒤집는 셈이다.

사진 · Cédric Péneau,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갯가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뭉툭한 곤봉으로 단단한 껍데기 먹이를 ‘때려’ 부수는 스매셔(smasher)형과, 가시 돋친 앞다리를 ‘작살’처럼 뻗어 물고기 같은 무른 먹이를 찌르는 스피어러(spearer)형이다(Wikipedia). 아래에서 다룰 초고속 펀치는 전적으로 스매셔형, 그중에서도 대표종인 공작갯가재(Odontodactylus scyllarus)의 이야기다. 두 부류는 먹이도 사냥법도 달라, 펀치의 물리를 스피어러에까지 뭉뚱그리면 틀린 서술이 된다.
근육으로는 낼 수 없는 속도 — 스프링과 걸쇠의 설계
공작갯가재의 곤봉은 물속에서 약 12~23 m/s(대략 시속 43~83 km)로 발사된다(Patek, Korff & Caldwell 2004, Nature). 공기도 아닌, 밀도가 훨씬 큰 물속을 뚫고 내는 속도라는 점이 핵심이다. 가속도는 10만 m/s² 이상, 곧 중력가속도의 1만 배(>10,000g)를 넘어선다. 여러 자료가 이 가속도를 소구경 총알의 발사 가속도에 비유하며, Patek(2019)도 “타격 가속도가 총알에 필적한다”고 적었다(다만 이는 스케일 감을 주는 비유일 뿐 정밀 비교는 아니다).
문제는 근육이다. 근육은 아무리 힘이 세도 수축 속도에 물리적 한계가 있어, 이런 속도를 직접 낼 수 없다. 갯가재의 해법은 근육으로 ‘천천히 감았다가’ 순간에 ‘푸는’ 동력증폭(power amplification) 구조다. 앞다리 외골격에는 말안장 모양의 스프링, 즉 쌍곡포물면(hyperbolic paraboloid) 형태의 안장형 스프링이 있다. 근육이 이 안장을 눌러 탄성 위치에너지를 저장하는 동안, 광물화된 걸쇠(latch)가 앞다리를 붙잡아 둔다. 걸쇠가 풀리는 순간 저장된 에너지가 한꺼번에 방출되며 곤봉이 발사된다 — 석궁을 천천히 감았다가 방아쇠 하나로 화살을 쏘는, 혹은 투석기의 원리와 같다(Patek, Korff & Caldwell 2004; Patek 2019).

도해 · glu.kr 자체 작성
시간 구조를 보면 이 ‘감고 푸는’ 설계가 더 또렷해진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전 단계는 약 333 ms로 전체 주기의 약 90%를 차지할 만큼 느리지만, 걸쇠가 풀려 곤봉이 최고속도에 이르기까지의 타격 자체는 약 1.1 ms — 수 밀리초 이내에 끝난다(Patek 2019). 천천히 감아 순간에 푸는 것이지, ‘수 밀리초 만에 감고 푸는’ 것이 아니다.
물을 끓이는 주먹 — 한 번의 펀치, 두 번의 타격
이 속도가 만드는 결과가 갯가재를 유명하게 했다. 곤봉이 워낙 빠르게 움직이는 탓에 앞쪽 물의 압력이 국소적으로 급락해, 물이 순간적으로 기화한 증기 기포가 생긴다. 이것이 공동현상(cavitation)이다. 이 기포는 곧바로 격렬하게 붕괴하며 2차 충격을 만든다. 결국 한 번의 펀치가 두 번 때리는 셈이다 — 첫째는 곤봉의 직접 충돌, 둘째는 기포 붕괴다. 두 힘 피크는 표면 형태에 따라 대략 390~480 μs 간격으로 잇따라 발생한다(Patek & Caldwell 2005, J. Exp. Biol.). Patek 2004년 Nature 논문의 고속영상은 먹이 옆에서 증기 기포가 생겼다 사라지는 장면을 직접 포착했다.

도해 · glu.kr 자체 작성
힘의 크기도 상당하다. 곤봉의 직접 타격력은 표면 형태에 따라 약 400~1501 N에 이르고, 기포 붕괴가 만드는 2차 힘은 최대 약 504 N으로 측정됐다(Patek & Caldwell 2005). 이는 곤봉이 먹이에 직접 닿지 않아도 붕괴 충격만으로 손상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포가 붕괴하는 극한의 순간에는 열과 함께 짧은 빛 섬광(sonoluminescence)이 방출된다고 보고됐다. 다만 이 섬광은 극히 짧고 약해 물속에서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발광·발열의 정확한 메커니즘 자체는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 ‘눈에 보이는 빛을 낸다’거나 ‘태양보다 뜨겁다’는 식의 대중적 표현은 과장에 가깝다. 종합하면 갯가재의 펀치는 알려진 동물의 움직임 가운데 가장 빠르고 강력한 축에 든다.
스스로 부서지지 않는 곤봉 — 비틀린 합판의 지혜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이렇게 조개껍데기를 반복해서 부수는데, 정작 무기인 곤봉은 왜 부서지지 않을까? 답은 곤봉 내부의 재료 설계에 있다. 곤봉은 키틴 섬유 다발이 결정질 수산화인회석(인산칼슘) 광물과 결합한 복합체인데, 그 내부의 섬유층이 층마다 조금씩(약 5°씩) 회전하며 쌓인 부리강 나선(Bouligand, ‘비틀린 합판’) 구조로 배열돼 있다(Weaver et al. 2012, Science). 미세 균열이 생기더라도 이 나선을 따라 비틀려 돌면서 진행해, 한 방향으로 쭉 갈라지는 파국적 파괴를 막는다. 이 원리는 오늘날 항공기 복합재나 헬멧·방탄 소재 같은 충격흡수 재료 설계의 대표적 생체모방 사례가 됐다.

사진 · Diego Delso,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두 번째 상식 뒤집기 — 화려한 눈의 역설
갯가재의 또 다른 명성은 눈에 있다. 자루 끝에 달려 좌우가 따로 움직이는 눈은, 각각이 홀로 삼중초점(trinocular) 시각을 가져 한쪽 눈만으로도 거리를 잰다(사람은 두 눈을 합쳐야 입체시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갯가재는 무려 12종의 색 광수용체를 가진다. 자외선(300 nm)부터 원적색(720 nm)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12개의 좁은 대역으로 나눠 각각 담당한다 — 색 수용체가 3종뿐인 사람과 대비된다(Thoen et al. 2014, Science).

사진 · Cédric Péneau,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여기서 흔히 ‘갯가재는 16가지 색을 본다’, ‘세상에서 색을 가장 잘 본다’는 통념이 퍼졌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우선 숫자부터 바로잡으면, 색을 담당하는 채널은 12종이 정본이다. 자외선·편광까지 담당하는 채널을 모두 더하면 광수용체 유형이 총 약 16종에 이르지만, 이 16은 ‘보는 색의 가짓수’가 아니라 ‘광수용체 유형의 수’다.
더 놀라운 반전은 성능이다. Thoen 등(2014)이 행동 실험으로 파장 구분 능력(Δλ)을 측정했더니, 갯가재는 서로 비슷한 색을 구분하는 능력이 “놀랄 만큼 저조”해서 오히려 인간보다도 못했다. 채널이 3종인 인간보다 12종인 갯가재가 색을 못 가린다니, 상식과 정반대다. 이 저조한 성능은 한 가지 결론으로 이어진다 — 갯가재는 사람과 많은 동물이 쓰는 방식, 즉 여러 수용체의 출력을 후단 신경에서 서로 빼고 비교하는 색대립(color-opponent) 코딩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문 표현대로 저조한 성능이 “기존의 색대립 코딩 체계를 이용하는 색각을 배제한다.” 여기까지가 실험으로 확립된 사실이다.

도해 · glu.kr 자체 작성
그렇다면 12종이나 되는 채널을 왜 갖췄을까? Thoen 등은 하나의 가설을 제시한다. 갯가재는 채널 출력을 뇌에서 정밀하게 비교하는 대신, 눈을 위아래로 훑는 주사(scanning) 안구운동과 시간적 신호를 결합해 색을 ‘구분(discrimination)’이 아니라 ‘인식(recognition)’하는 전혀 다른 방식을 쓴다는 것이다. 미세한 구분은 포기하는 대신, 뇌의 비교 연산 부담 없이 색을 빠르게 ‘알아보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논문 원문의 동사가 “제안한다(suggest)”인 데서 보이듯, 이 스캐닝 메커니즘은 확립된 사실이 아니라 앞의 음성 결과를 설명하려 제시된 선도 가설이다. 확정된 메커니즘처럼 단정할 수는 없다.
보이지 않는 빛까지 — 원편광 시각
갯가재의 눈은 색을 넘어 편광까지 본다. 특히 빛이 나선처럼 회전하는 원편광(circularly polarized light)을 감지하는데, Chiou 등(2008, Current Biology)은 이 능력을 동물에서 처음으로 기술·행동 입증했다. 원문이 “처음으로(for the first time)”, “동물계에서 결코 예상되지 못한”이라는 한정 표현을 쓰는 만큼,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원편광을 감지하는 유일한 동물 무리’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 절대적 유일성을 못 박을 일은 아니다. 원리는 정교하다. 중간띠 특정 열의 낱눈 꼭대기 세포(R8)가 생체 1/4파장판 역할을 해 원편광을 선형 편광으로 바꾸고, 그 아래 세포들이 이를 감지한다. 이 편광 시각 원리는 종양 경계를 더 선명히 드러내는 편광 카메라·암 검출 이미징 센서의 설계 영감이 되기도 했다(IEEE Spectrum).

사진 · Dan Schofield, CC BY 4.0, Wikimedia Commons
작은 창조물에 담긴 두 설계
갯가재는 두 번 우리를 놀라게 한다. 한 번은 물을 끓이는 초고속 주먹으로, 근육의 한계를 스프링과 걸쇠로 넘어서고 스스로 부서지지 않는 재료로 무장한 정교한 설계로. 또 한 번은 화려하기로 소문난 눈이 정작 색은 잘 못 가린다는 역설로, ‘많으면 좋다’는 우리의 짐작을 뒤집으며. 무기의 물리든 눈의 광학이든, 손톱만 한 갑각류 한 마리 안에 이토록 정교한 원리가 겹겹이 담겨 있다는 사실은, 창조된 세계를 들여다볼수록 감탄이 깊어진다는 것을 다시 일러 준다.
참고 자료
- Patek, Korff & Caldwell 2004, Nature 428:819 (Deadly strike mechanism of a mantis shrimp) — Duke Patek Lab
- Patek & Caldwell 2005, J. Exp. Biol. 208(19):3655 (Extreme impact and cavitation forces of a biological hammer)
- Patek 2019, Integr. Comp. Biol. 59(6):1573 (The Power of Mantis Shrimp Strikes)
- Weaver et al. 2012, Science 336:1275 (The Stomatopod Dactyl Club: A Formidable Damage-Tolerant Biological Hammer)
- Thoen et al. 2014, Science 343:411 (A Different Form of Color Vision in Mantis Shrimp) — University of Bristol
- Chiou et al. 2008, Current Biology (Circular Polarization Vision in a Stomatopod Crustacean) — PubMed
- deVries et al. 2012, J. Exp. Biol. 215:4374 (Strike mechanics of an ambush predator, the spearing mantis shrimp)
- Wikipedia — Odontodactylus scyllarus (peacock mantis shrimp)
- Wikipedia — Mantis shrimp (Stomatopoda)
- IEEE Spectrum — Mantis Shrimp Eyes Inspire Cameras to See Cancer (편광 시각 생체모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