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피어오른 흙먼지가 대서양을 건너 남미 아마존 열대우림 위로 내려앉습니다. 그런데 이 먼지에는 식물의 생장을 좌우하는 핵심 영양소인 인(燐, P)이 실려 있습니다. 사막과 대기, 대양과 우림이 보이지 않는 사슬로 이어져 있는 셈입니다. NASA의 위성 관측은 이 놀라운 연결의 규모를 처음으로 숫자로 보여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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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대서양을 건너는 길
NASA의 발표에 따르면, 바람과 기상은 해마다 평균 약 1억 8,200만 톤(182Tg)의 먼지를 사하라 서쪽 끝(서경 15도) 밖으로 실어 냅니다. 이 가운데 약 1억 3,200만 톤은 남미 동쪽 해안(서경 35도)까지 공중에 떠 있고, 약 2,770만 톤(27.7Tg)이 아마존 분지 표면에 내려앉습니다. 먼지가 건너는 거리는 약 1,600마일(약 2,600㎞)에 이릅니다. 여기서 1Tg(테라그램)은 100만 톤이니, 27.7Tg은 2,770만 톤입니다.
이 수치들은 홍빈 유(Hongbin Yu) 연구진이 2015년 학술지 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연구가 토대이며, CALIPSO 위성에 실린 3차원 라이다(CALIOP)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측정한 7년 평균값입니다. 한 가지 짚어 둘 점이 있습니다. 약 1억 8,200만 톤은 ‘서아프리카 해안을 출발하는 양’이고, 아마존에 실제로 쌓이는 양은 약 2,770만 톤입니다. 두 숫자를 혼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MODIS Land Rapid Response Team, NASA GSFC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 출처
먼지의 고향, 차드의 보델레 저지
이 먼지가 어디서 오는지를 따라가면 차드 북부의 보델레 저지(Bodélé Depression)에 닿습니다. 보델레는 사하라에서 방출되는 광물 먼지의 약 절반을 공급하는, 세계에서 가장 먼지가 많은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NASA (MODIS Rapid Response, NASA GSFC)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 출처
흥미로운 점은 이곳이 한때 거대한 호수의 바닥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약 5,000~7,000년 전, 사하라가 건조해지기 전까지 이 일대에는 메가차드호(Lake Mega-Chad)라는 세계 최대급 호수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호수가 마르면서 드러난 바닥에는 규조(diatom)라는 미세한 조류의 화석 껍질이 쌓여 만들어진 규조토(diatomite)가 남았습니다. 규조를 비롯한 옛 호수 생물이 남긴 이 퇴적층에는 인을 비롯한 영양분이 함께 농축되어 있습니다. 식생 하나 없는 극도로 건조한 환경에서 이 퇴적층은 쉽게 부서지고 날아오릅니다. NASA의 표현을 빌리면, 보델레는 ‘인이 풍부한, 죽은 미생물로 이루어진 고대 호수 바닥’인 셈입니다.

Prof. Gordon T. Taylor, Stony Brook University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 출처
오늘날 차드 일대에 작게 남은 차드호는, 바로 그 거대한 메가차드호가 줄어들고 남은 마지막 흔적입니다. 호수의 북쪽이 말라붙은 자리가 지금의 보델레 저지인 것입니다.

Jeff Schmaltz, MODIS Rapid Response, NASA GSFC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 출처
북동쪽에서 불어오는 건조한 하르마탄 바람은 차드 북부의 티베스티산맥과 엔네디산괴 사이 협곡으로 압축·가속되며 이 화석 퇴적층을 깎아 냅니다. 일종의 ‘자연 풍동(wind tunnel)’인 셈입니다. 들어 올려진 먼지는 두껍고 따뜻하고 건조한 ‘사하라 대기층(Saharan Air Layer)’을 이루어, 상공 약 1,500~4,500m 높이에서 대서양을 서쪽으로 가로지릅니다.
아마존에 도착한 인, 그 의미를 정확히 보기
아마존에 내려앉은 약 2,770만 톤의 먼지에는 인이 연간 약 2만 2,000톤(0.022Tg P) 실려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이 값에는 6,000~3만 7,000톤이라는 넓은 불확실 범위가 있어 ‘매년 정확히 2만 2,000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연간 변동이 매우 커서, 가장 많았던 2007년과 가장 적었던 2011년 사이에는 무려 86%나 차이가 났습니다. 따라서 이 숫자는 ‘해마다 크게 출렁이는 위성 추정 평균값’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인은 아마존에 어떤 의미일까요? 아마존 토양은 지질학적으로 오래되고 고도로 풍화되어 인이 매우 부족합니다. 유 연구진의 논문은 아마존 토양의 약 90%가 인이 결핍되어 있다고 인용합니다. 잦은 폭우는 토양에서 인을 강물과 침출수로 끊임없이 씻어 냅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사하라 먼지가 공급하는 인의 양이 ‘아마존이 강우·홍수로 잃는 인과 비슷한 규모(comparable)’라는 점이 의미를 갖습니다. NASA의 표현으로는 ‘잃는 양과 거의 같은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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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기서 과장은 금물입니다. ‘비슷한 규모’는 ‘정확히 상쇄한다’는 뜻이 아니며, ‘아마존이 사하라 먼지에 의존해 살아간다’는 뜻은 더더욱 아닙니다. 아마존의 영양순환은 대부분 숲 안에서 닫힌 고리로 돌아갑니다. 낙엽이 떨어져 분해되면 그 영양분을 뿌리와 균근이 다시 빨아들이는 식으로, 인의 상당 부분이 숲 내부에서 재순환됩니다. 사하라 먼지는 이 폐쇄된 순환이 빗물에 조금씩 잃는 ‘순손실분’을 보충해 주는 역할입니다. 작지만 긴 시간 규모에서 인의 고갈을 막아 주는, 꼭 필요한 보탬인 것입니다.
같은 먼지의 두 얼굴: 대서양의 허리케인을 잠재우다
그런데 똑같은 사하라 먼지가, 아직 대서양 한복판을 지나는 동안에는 전혀 다른 일을 합니다. 이번에는 ‘비료’가 아니라 ‘폭풍의 진압자’입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먼지를 머금은 사하라 대기층은 세 가지 방식으로 대서양 허리케인을 억누릅니다. 첫째, 일반적인 열대 대기보다 수분이 약 50%나 적은 건조한 공기가 폭풍 주변에 하강기류를 일으켜 세력을 꺾습니다. 둘째, 이 층과 함께 부는 아프리카 동풍 제트가 상공의 바람을 층층이 어긋나게 하는 ‘연직 시어’를 키워, 허리케인이 곧게 솟구치며 힘을 키우는 것을 방해합니다. 셋째, 사하라 대기층의 따뜻한 공기가 아래 공기 위에 올라타며 역전층을 만들어 대기를 안정시키고 구름의 발달을 억제합니다.

NOAA Satellites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 출처
이 효과는 사하라 먼지가 가장 왕성하게 건너오는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에 두드러져,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 초반의 폭풍 형성을 눌러 줍니다. 물론 이것은 ‘절대적인 방패’가 아니라 통계적인 경향입니다. 먼지가 잦아드는 시즌 후반(늦여름~가을)에 대형 허리케인이 몰리는 것도 같은 이치의 뒷면입니다.
같은 먼지의 세 번째 얼굴도 있습니다. 대서양을 건너 카리브해와 미국 남동부에 닿은 사하라 먼지는 하늘을 뿌옇게 흐리고 미세먼지 농도를 높여 대기질을 떨어뜨리며, 햇빛을 산란시켜 유난히 붉은 노을을 만들기도 합니다. 한 줌의 흙먼지가 대륙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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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의 흙먼지가 잇는 지구
고대 호수가 마른 자리에 남은 미생물의 화석이, 바람을 타고 한 대륙을 건너, 지구 반대편 우림의 토양을 조금씩 채워 줍니다. 그리고 같은 먼지가 그 길목의 바다 위에서는 폭풍의 숨통을 조이고, 카리브해의 하늘빛을 바꿉니다. 사막과 대기와 대양과 우림이 이렇게 하나의 사슬로 맞물려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새삼 일깨워 줍니다. 한 줌의 흙먼지조차 우연이 아닌 자리에 놓여 제 몫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참고 자료
- Yu et al. 2015, The fertilizing role of African dust in the Amazon rainforest,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OSTI 공개 PDF)
- Yu et al. 2015,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42:1984–1991 (doi:10.1002/2015GL063040, 원문)
- NASA Goddard: NASA Satellite Reveals How Much Saharan Dust Feeds Amazon’s Plants
- NASA Earth Observatory: Bodélé Dust (메가차드호·규조토)
- NASA Science: Saharan Dust Reaches Across Atlantic Ocean
- NOAA/AOML: The Saharan Air Layer (허리케인 억제 메커니즘)
- Bodélé Depression — Wikipedia
- Saharan air layer — Wikipedia
- Diatomaceous earth (규조토) — Wikipedia
- ATTO: Highly productive ecosystems on nutrient-depleted soils (아마존 영양 폐쇄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