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물질은 온도가 내려가면 수축하고, 고체가 되면 더 촘촘해져 액체 속에 가라앉습니다. 금속도, 기름도, 알코올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물은 다릅니다. 물은 얼면 오히려 부피가 늘어나고, 고체인 얼음은 액체인 물 위에 둥둥 뜹니다. 이 기이한 성질이 없었다면 지구의 호수와 강은 겨울마다 바닥부터 완전히 얼어붙어 수중 생물이 살아남기 극히 어려운 환경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물이 얼면 왜 팽창하는지, 그리고 이 현상이 어떻게 생명의 겨울나기를 가능하게 하는지를 두 가지 서로 다른 현상으로 나누어 정밀하게 살펴봅니다.
두 현상을 먼저 구분하자
물의 이상한 행동은 흔히 하나의 이야기로 뭉뚱그려지지만, 사실 두 가지 별개의 현상이 결합된 것입니다. 이 둘을 혼동하면 원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현상 A — 4°C 최대밀도 (액체 내부의 이상 거동): 액체 상태의 물은 4°C(정확히는 약 3.98°C)에서 밀도가 가장 높습니다. 그보다 높아도, 낮아도 밀도는 떨어집니다. 즉, 4°C의 물이 가장 무겁습니다.
현상 B — 응고 시 부피 팽창 (액체→고체 상전이): 물이 0°C에서 얼음(고체)으로 굳을 때 부피가 약 9% 늘어납니다. 반대로 밀도는 약 8.3% 감소해 0.9167 g/cm³이 됩니다(액체 물의 0°C 밀도는 0.9998 g/cm³). 그래서 얼음은 물보다 가볍고 수면 위에 뜹니다.
※ 부피 증가 9%와 밀도 감소 8.3%가 숫자가 다른 이유는 분모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부피 팽창률은 작은 쪽(액체 부피)을 기준으로, 밀도 감소율은 큰 쪽(액체 밀도)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수치가 서로 다르게 나옵니다.
이 두 현상은 원인도 다르고 메커니즘도 다릅니다. 하지만 호수가 겨울을 나는 방식에서는 두 현상이 협력하여 작동합니다. 먼저 각각의 원리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Xhmikos · CC0 · Wikimedia Commons · 출처
현상 A: 왜 4°C에서 밀도가 최대일까
보통 액체는 온도가 낮아질수록 분자 운동이 줄어들고 분자 간 거리가 가까워져 밀도가 단조롭게 높아집니다. 물도 100°C에서 4°C 사이에서는 이 정상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온도가 내려갈수록 밀도가 올라갑니다.
그런데 4°C 아래에서는 이 규칙이 깨집니다. 0~4°C 구간에서는 온도가 더 낮아질수록 오히려 밀도가 낮아집니다. 이 구간에서 물은 음의 열팽창(negative thermal expansion)을 보입니다. 냉각할수록 팽창하는 것입니다.
왜 이럴까요? 여기서 두 가지 효과가 경쟁합니다.
효과 ①: 정상 열수축 — 온도가 내려가면 분자 운동 에너지가 감소하고 분자들이 서로 가까이 붙어 밀도가 올라가려 합니다. 이는 4°C 이상 구간에서 지배적인 효과입니다.
효과 ②: 수소결합 정사면체 열린 구조 형성 — 물 분자(H₂O)는 이웃 분자와 최대 4개의 수소결합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H–O–H 결합각은 약 104.5°로, 정확한 정사면체(109.5°)보다 약간 비틀려 있지만 충분히 방향성이 강합니다. 온도가 낮아져 0°C에 가까워질수록 이 수소결합들이 점점 질서 있는 정사면체 배열로 물 분자들을 조직화하기 시작합니다. 이 배열은 얼음 Ih의 육각격자(hexagonal open lattice)와 유사한 열린 구조여서, 무작위로 배치될 때보다 실제로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합니다. 그 결과 부피가 늘어나고 밀도가 낮아집니다.
이 두 효과가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 바로 약 3.98°C입니다. 이 온도보다 높으면 효과 ①이 우세해 냉각할수록 밀도가 높아지고, 이 온도보다 낮으면 효과 ②가 우세해 냉각할수록 밀도가 낮아집니다. 3.98°C가 꼭짓점인 이 ‘산 모양’ 밀도-온도 곡선이 물의 이상한 성질을 시각적으로 요약합니다. 최대 밀도값은 IAPWS-95 국제표준에 따르면 0.999975 g/cm³(약 999.98 kg/m³)이며, Tanaka 등(2001)의 정밀 측정치는 3.983035°C에서의 밀도를 0.99997495 g/mL로 확정했습니다.

도해 · glu.kr 자체 작성
현상 B: 얼음의 육각격자와 9% 팽창
0°C에서 물이 얼음 Ih로 굳으면, 수소결합이 모든 분자를 완전히 정사면체 방향으로 고정시켜 육방정계 열린 격자(hexagonal open lattice)를 형성합니다. 산소 원자들은 뒤틀린 육각고리 꼭짓점에 자리 잡는데, 이 배열의 충전 효율은 가장 조밀하게 쌓은 금속 결정(면심입방, 약 7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대략 3분의 1 수준에 그칩니다. 나머지 공간은 빈 채로 남습니다.
이 열린 구조 때문에 얼음의 밀도는 약 0.917 g/cm³(0°C 기준, NIST·Wikipedia 인용값 0.9167–0.9168 g/cm³)로 낮아집니다. 같은 온도(0°C)의 액체 물 밀도 0.9998 g/cm³과 비교하면, 어는 순간 부피가 약 9% 늘어나고 밀도는 약 8.3% 줄어드는 셈입니다.

Solid State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 출처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물만 얼면 팽창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비스무트(+3.32%), 갈륨(+3.10%), 게르마늄(약 6%), 규소(약 10.3%) 등도 응고 시 부피가 늘어납니다. 모두 강한 방향성 결합(수소결합 또는 공유결합 네트워크)이 열린 결정 구조를 만드는 물질들입니다. 물의 응고 팽창이 특별한 이유는 그 현상이 희귀하기 때문이 아니라, 물이 생명의 용매로 지구 전체에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Wilson Bentley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 출처
호수가 위에서부터 어는 이유: A와 B의 협력
이제 두 현상이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 살펴볼 차례입니다. 가을이 깊어져 기온이 내려가면 호수 표층수의 온도도 낮아집니다. 표층수가 4°C에 도달하면 밀도가 최대가 되어 무거워지므로, 가라앉아 호수 바닥으로 향합니다. 이것을 가을 전환(fall turnover)이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산소가 풍부한 물이 수체 전체에 골고루 섞입니다.
표층수 온도가 4°C 아래로 더 내려가면, 현상 A(밀도 최댓값)가 역할을 합니다. 0~4°C 구간에서는 냉각될수록 밀도가 낮아지므로, 4°C 이하의 차가운 물은 4°C 물보다 가벼워 표층에 머뭅니다. 호수 깊은 곳의 물은 4°C의 등온 상태를 유지하며 더 이상 냉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상 B(응고 팽창)가 작동합니다. 표층수가 0°C에 도달해 얼음이 되면, 밀도가 0.917 g/cm³으로 뚝 떨어져 수면 위에 뜹니다. 얼음층은 단순히 뜨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단열재가 되어 아래 물이 추가로 냉각되는 것을 막습니다. 위에 눈까지 쌓이면 단열 효과는 더 커집니다.

Martin Nikolaj Christensen from Sorø, Denmark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 출처
결과적으로 수온이 영하 수십 도까지 내려가는 혹독한 겨울에도 깊은 호수 바닥 부근은 약 4°C를 유지합니다. 물고기들은 이 따뜻한(상대적으로) 바닥층으로 모여들어, 심박수·호흡·신진대사를 늦추는 겨울 둔화(torpor) 상태로 봄을 기다립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휴지 포자를, 동물성 플랑크톤은 퇴적물 속 휴면란을 남깁니다. 가을 전환 때 재분배된 산소도 이들의 생존을 돕습니다.
단, 얼음 부력이 수중 생물 겨울나기의 핵심 이유 중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유일한 이유는 아닙니다. 물의 비열(공기의 약 4배)이 수온의 급격한 변화를 막고, 융해 잠열(334 J/g)이 동결에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하게 만들어 얼기까지 시간을 늦춥니다. 이 네 가지 성질 — ①얼음 부력, ②4°C 밀도 최댓값, ③높은 비열, ④큰 융해 잠열 — 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생명의 겨울나기가 가능해집니다.

도해 · glu.kr 자체 작성
일상에서 보이는 증거들
물의 팽창이 순수하게 이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겨울철 수도관 파열은 현상 B의 가장 뼈아픈 일상적 증거입니다. 파이프 속 물이 얼면 체적이 약 9% 늘어나는데, 특히 얼음이 관을 막은 뒤 그 뒤에 갇힌 액체에 수백 기압(수천 psi)에 이르는 압력이 쌓이면서 웬만한 금속관의 파열 한계를 넘어섭니다.
암석 틈새에 스며든 물도 동결·팽창을 반복하며 균열을 넓힙니다. 이 동결 풍화(frost weathering)로 산 경사면에는 암석 파편(스크리)이 쌓이고, 도로에는 포트홀이 생깁니다. 지반이 얼면서 수십 cm씩 솟아오르는 서리 융기(frost heaving) 현상도 같은 원리입니다.

Richard Law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 출처
바다에서는 빙산이 현상 B를 웅장하게 보여 줍니다. 얼음 밀도(0.917 g/cm³)와 해수 밀도(약 1.025 g/cm³)의 비율에서 계산하면 빙산의 약 10%만 수면 위에 드러나고 약 90%는 수면 아래에 잠겨 있습니다. 타이태닉이 충돌한 것은 보이지 않는 90%였습니다.

Jeroen Komen from Utrecht, Netherlands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 출처
만약 얼음이 가라앉는다면
반사실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면 물의 특이성이 더 선명하게 와 닿습니다. 만약 얼음이 물보다 밀도가 높아 바닥으로 가라앉는다면, 표층수가 식어 얼고→가라앉고→새 표층수가 식어 얼고→또 가라앉는 순환이 반복되어 호수는 결국 바닥부터 통째로 얼어붙을 것입니다. 침강한 얼음은 위에 쌓인 물의 단열로 여름에도 잘 녹지 않으며, 수초와 동물들의 서식지를 무너뜨려 수중 생태계를 황폐화할 것입니다. 단순히 “물고기가 힘들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의 온대·한대 담수 생태계가 근본부터 달라졌을 것입니다.
닫는 글: 창조 설계의 결
물의 밀도 곡선은 “단순히 수소결합이 있어서 이상하다”는 피상적 설명으로는 파악되지 않습니다. 3.98°C라는 균형점은 정상 열수축이라는 보편적 법칙과 수소결합이 빚어내는 정사면체 열린 구조 사이의 정교한 경쟁에서 탄생합니다. 그리고 이 균형점과, 응고 시 9%라는 팽창률이 조합되어 지구 수권의 생태적 완충재가 마련됩니다.
H–O–H 각도 104.5°, 최대 4개의 수소결합, 3.98°C에서의 밀도 최댓값, 0°C에서의 9% 팽창 — 이 숫자들은 생명이 겨울을 건너도록 설계된 방정식처럼 맞물려 있습니다. 물이 지구 생명의 용매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참고 자료
- Wikipedia — Properties of water (density, 4°C maximum, H-bond geometry)
- Wikipedia — Ice Ih (hexagonal lattice structure, O–O distance, tetrahedral bonding)
- Wikipedia — Ice (density 0.9167 g/cm³, 9% volume expansion on freezing)
- Tec-Science — Negative thermal expansion anomaly: density of water (3.98°C balance point)
- Chem1 Virtual Textbook — States of matter: the anomalous properties of water
- Au Sable River — Look under the ice: winter lake ecology (fall turnover, under-ice oxygen)
- Water on the Web — Lake stratification and the role of the 4°C density maximum
- Michigan State University Extension — Exploring our world: ice protecting life underwater
- NOAA Ocean Service — How do fish survive in icy cold water?
- IAPWS — Frequently asked questions: the water molecule (bond angle ~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