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온 동네가 분홍빛으로 물든다. 그런데 그 꽃들을 모두 “벚꽃”이라 부르기엔 조금 억울한 나무들이 있다. 매화·살구·복숭아·자두 — 벚꽃과 꼭 닮은 이 봄꽃들은 사실 저마다 다른 나무다. 왜 이렇게 닮았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한눈에 가려낼 수 있을까?

사진 · Cherry blossoms (Prunus × yedoensis ‘Awanui’) — Pseudopanax, 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왜 이렇게 닮았을까 — 모두 ‘벚나무속’ 사촌
비밀은 이 다섯 나무가 모두 장미과 벚나무속(Prunus)에 속하는 가까운 사촌이라는 데 있다. 벚나무·매실나무(매화)·살구나무·복숭아나무·자두나무는 같은 집안의 설계 틀을 공유한다. 다섯 장의 꽃잎이 방사형으로 활짝 펼쳐지고, 가운데에 여러 개의 수술과 하나의 암술이 모여 있는 그 구조가 서로 판박이처럼 닮았다. 첫눈에 구별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같은 틀 위에 저마다 다르게 다듬어진 단서가 분명히 있다. 꽃자루의 길이, 꽃잎 끝의 모양, 꽃받침이 젖혀지는지, 잎이 함께 나는지 — 이 네 가지를 순서대로 짚으면 다섯 봄꽃이 깔끔하게 갈라진다.

도해 · glu.kr 자체 제작(개념도). 근거: 서울시·농민신문 봄꽃 구분 및 Vancouver Cherry Blossom Festival
1단계 — 꽃자루: 매달렸나, 붙었나
가장 먼저 볼 것은 꽃자루(꽃대)다. 이 한 가지로 다섯을 단번에 둘로 가른다.
- 꽃자루가 뚜렷해 여러 송이가 무리 지어 매달리면(벚꽃은 길게, 자두는 중간 길이) → 벚꽃 또는 자두
- 꽃자루가 거의 없어 꽃이 가지에 딱 붙어 있으면 → 매화·살구·복숭아
벚꽃이 유난히 풍성하고 화사해 보이는 것도 이 긴 꽃자루 덕분이다. 반대로 매화나 복숭아는 꽃이 가지에 바짝 붙어 피어, 가지 선을 따라 꽃이 알알이 박힌 듯 보인다.
매달린 쪽 — 벚꽃과 자두 가르기
꽃자루가 뚜렷해 무리 지어 피는 벚꽃과 자두는, 꽃잎 끝을 보면 바로 갈린다.
벚꽃은 꽃잎 끝이 살짝 V자로 갈라진 하트 모양(홈)이다. 이 홈은 벚꽃을 가려내는 가장 확실한 표식으로, 꽃이 활짝 핀 뒤에도 또렷이 남는다. 꽃 색은 연분홍에서 흰색이다. 나무껍질에 가로로 난 줄무늬(피목)도 참고가 되지만, 이 특징은 살구·자두 등 벚나무속 여러 종에 두루 나타나므로 보조 단서로만 삼는 것이 좋다. 우리가 흔히 보는 왕벚나무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 잎 없는 가지가 온통 꽃으로 뒤덮인다.

사진 · 李花 Prunus salicina, 홍콩 사이쿵 — 阿橋 HQ,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자두는 정반대다. 꽃잎 끝에 홈 없이 둥글고, 색은 티 없는 순백이다. 그래서 “꽃잎 끝에 V홈이 있으면 벚꽃, 없이 새하얗고 둥글면 자두”로 기억하면 쉽다.
붙은 쪽 — 매화·살구·복숭아 가르기
꽃자루가 거의 없이 가지에 붙어 피는 세 꽃은, 잎과 꽃받침을 보면 갈린다.

사진 · Şeftali çiçeği (Prunus persica) — Kızıl,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가장 쉬운 것이 복숭아다. 매화·살구·벚꽃이 잎 없는 앙상한 가지에 꽃만 피우는 반면, 복숭아는 분홍 꽃 사이로 초록 잎이 함께 돋는다. 꽃 색도 가장 짙은 진분홍이고, 꽃잎 끝이 붓끝처럼 뾰족하다. 한 마디에서 두 송이씩 피는 것도 복숭아다운 모습이다.

사진 · Flowers of Prunus mume ‘Bumpi’, 나가이 식물원 — Laitche,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남은 것은 서로 가장 헷갈리는 매화와 살구. 이때는 꽃받침을 보면 된다. 꽃 뒤를 살짝 들여다보아, 꽃받침이 꽃잎에 얌전히 붙어 있으면 매화, 활짝 피면서 꽃받침이 뒤로 발랑 젖혀져 있으면 살구다. 매화는 여기에 더해 봄꽃 중 가장 먼저 피고, 코를 대면 향기가 유난히 진하다는 점으로도 알 수 있다.

사진 · Blossoming branch of the apricot tree — Ввласенко,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피는 순서로도 짚는다
꽃 모양이 헷갈릴 때는 피는 시기가 또 하나의 단서가 된다. 대체로 매화가 가장 먼저 겨울 끝자락에 피고, 이어 살구, 벚꽃, 복숭아 순으로 이어지며 자두가 가장 늦게 봄의 끝을 장식한다. 다만 개화 시기는 지역과 그해 날씨에 따라 크게 달라지니, 순서의 감각으로만 참고하는 것이 좋다.

도해 · glu.kr 자체 제작(개념도). 근거: 기상청·수목원 봄꽃 개화 관측 및 서울시·농민신문 자료
한눈에 보는 봄꽃 오형제
| 꽃 | 꽃자루 | 꽃잎 끝 | 결정적 단서 | 꽃색 | 개화(중부, 근사) |
|---|---|---|---|---|---|
| 매화 | 거의 없음 | 둥긂 | 꽃받침 붙음·향기 강함 | 흰·분홍 | 3월 초~중순 |
| 살구 | 거의 없음 | 둥긂 | 꽃받침 뒤로 젖혀짐 | 흰·연분홍 | 3월 중~하순 |
| 벚꽃 | 긺(무리 지어 매달림) | V자 홈(하트) | 꽃잎 끝 V홈·긴 꽃자루 | 연분홍·흰 | 3월 하순~4월 초 |
| 복숭아 | 거의 없음 | 뾰족 | 잎과 함께·짙은 분홍 | 진분홍·빨강 | 4월 초~중순 |
| 자두 | 중간(무리 지어) | 둥긂 | 홈 없는 순백 | 흰 | 4월 중순~5월 초 |
닮은 듯 다른, 저마다의 설계
같은 벚나무속이라는 하나의 틀 위에서, 다섯 봄꽃은 저마다 다른 꽃자루와 꽃잎, 꽃받침과 개화 시기로 자기만의 모습을 갖추었다. 무심코 “다 벚꽃”이라 부르며 지나치던 봄 거리에는, 사실 저마다 이름과 개성을 지닌 다섯 창조물이 순서를 지켜 피어나고 있었던 셈이다.
올봄에는 분홍 꽃 앞에 잠시 멈춰, 꽃자루부터 한번 짚어 보자. 벚꽃인지 매화인지, 살구인지 복숭아인지 자두인지 — 이름을 불러 줄 수 있게 되는 순간, 익숙하던 봄 풍경이 훨씬 또렷하고 풍성하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