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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알만 한 뇌로 좌표를 적는다 — 꿀벌 8자 춤의 비밀

어두운 벌집 속, 방금 먼 꽃밭에서 돌아온 일벌 한 마리가 동료들 한가운데서 분주히 몸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거의 직선으로 전진하며 배를 좌우로 떨고, 다시 원을 그리며 출발점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합니다. 그 춤을 몇 분간 지켜본 동료들은 곧 벌집을 떠나, 자기들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백 미터 밖 꽃밭으로 거의 곧장 날아갑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말 한마디 없이, 한 마리의 몸짓만으로 “어느 방향, 얼마나 멀리”라는 좌표가 전해진 것입니다.

꽃에서 꽃가루를 모으는 일벌(뒷다리에 주황색 꽃가루 덩어리가 보입니다). 이 한 마리가 벌집으로 돌아가 동료들에게 먹이까지의 거리와 방향을 춤으로 전합니다.
꽃에서 꽃가루를 모으는 일벌(뒷다리에 주황색 꽃가루 덩어리가 보입니다). 이 한 마리가 벌집으로 돌아가 동료들에게 먹이까지의 거리와 방향을 춤으로 전합니다.
Andreas Trepte · CC BY-SA 2.5 · Wikimedia Commons · 출처

놀라운 점은 이 일을 해내는 뇌의 크기입니다. 꿀벌의 뇌는 부피가 약 1세제곱밀리미터, 뉴런은 약 96만 개로 추정됩니다(사람 뇌는 약 860억 개). 흔히 참깨알 한 알에 비유되는 이 작은 뇌가, 눈앞에 있지도 않은 먼 장소를 가리켜 거리와 방향이라는 추상적 정보를 기호로 부호화해 동료에게 건넵니다. 지금부터 그 정교한 설계를 한 겹씩 풀어 보겠습니다.

8자 춤이란 무엇인가

꿀벌의 8자 춤(waggle dance)은 수직으로 선 벌집 빗면 위에서 펼쳐지는 반복 동작입니다. 한 회로는 두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먼저 직진 구간(waggle run)에서 일벌이 거의 직선으로 전진하며 배를 좌우로 빠르게 흔듭니다. 이어지는 복귀 구간(return run)에서는 출발점으로 원을 그리며 돌아옵니다. 이 복귀 구간의 회전 방향이 오른쪽·왼쪽으로 번갈아 일어나기 때문에, 전체 경로가 숫자 8(figure-eight) 모양을 그리게 됩니다. 그래서 ‘8자 춤’입니다.

벌집 빗면 위에서 8자 춤을 추는 일벌. 흰 선은 가운데 직진 구간과, 좌우로 번갈아 도는 복귀 구간이 함께 그리는 8자 경로를 표시한 것입니다.
벌집 빗면 위에서 8자 춤을 추는 일벌. 흰 선은 가운데 직진 구간과, 좌우로 번갈아 도는 복귀 구간이 함께 그리는 8자 경로를 표시한 것입니다.
J. Tautz · M. Kleinhenz (Beegroup Würzburg) · CC BY 2.5 · Wikimedia Commons · 출처

핵심은 두 가지 정보가 서로 다른 채널에 따로 실린다는 점입니다. 직진 구간이 가리키는 각도가 먹이의 방향을, 직진 구간의 지속 시간이 먹이까지의 거리를 부호화합니다. 방향과 거리가 거의 독립적으로 적히는 셈입니다.

8자 춤의 기하 구조 — 가운데 직진 구간(배를 흔드는 구간)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번갈아 원을 그려 숫자 8을 만듭니다.
8자 춤의 기하 구조 — 가운데 직진 구간(배를 흔드는 구간)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번갈아 원을 그려 숫자 8을 만듭니다.
DataBase Center for Life Science (DBCLS) · CC BY 4.0 · Wikimedia Commons · 출처

먹이가 가까이 있을 때와 멀리 있을 때 춤의 모습은 달라집니다. 전통적인 설명에서는, 먹이가 벌집에서 아주 가까우면 방향 정보가 약한 원무(round dance)를, 충분히 멀어지면 8자 춤을 춘다고 보았습니다. 카를 폰 프리슈는 둘이 전환되는 임계 거리를 약 50미터로 보기도 했습니다. 다만 최근의 시각은 다릅니다. 원무와 8자 춤은 칼로 자르듯 나뉘는 별개의 춤이 아니라, 거리에 따라 정밀도와 표현이 연속적으로 변하는 하나의 춤의 양극단이라는 것입니다. 그 중간 거리에는 초승달(낫) 모양의 전이형 춤(sickle dance) 같은 전이형도 나타납니다. 그러니 “몇 미터부터 8자 춤”이라는 단일한 경계선보다는, 가까운 쪽의 원무에서 먼 쪽의 또렷한 8자 춤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연속체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이 춤을 수십 년에 걸친 실험으로 해독한 사람이 오스트리아의 동물행동학자 카를 폰 프리슈(Karl von Frisch)입니다. 그는 이 업적으로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는데, 단독 수상이 아니라 콘라트 로렌츠, 니콜라스 틴베르헌과 공동 수상이었습니다. 수상 사유는 “개체 및 사회적 행동 양식의 조직화와 유발”에 관한 발견이었습니다. 폰 프리슈는 벌의 춤을 Tanzsprache(춤 언어, dance language)라고 명명했습니다. 다만 그의 용어를 그대로 빌려 쓰더라도, 이것이 인간의 언어와 똑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꿀벌의 춤은 지금 눈앞에 없는 대상을 가리켜 거리·방향이라는 추상 정보를 기호로 부호화하는 상징적이고 지시적(referential)이며 변위된(displaced) 의사소통으로, 동물계에서 매우 드물게 관찰되는 사례입니다.

방향을 적는 법: 태양을 중력으로 바꿔 쓰다

여기서 즉시 의문이 생깁니다. 벌집 속은 캄캄한데, 어떻게 ‘태양 기준 방향’을 적을 수 있을까요? 답은 기준선을 바꾸는 데 있습니다. 꿀벌은 어두운 벌집의 수직 빗면 위에서 춤을 추므로 태양을 직접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중력(연직 위쪽)을 태양의 방향 대신 쓰는 기준선으로 삼아 방위를 치환합니다.

방향 부호화 규칙 — 직진 구간이 연직 위(중력 반대)에서 기운 각도가, 곧 태양 방위에서 먹이가 떨어진 각도와 같습니다.
방향 부호화 규칙 — 직진 구간이 연직 위(중력 반대)에서 기운 각도가, 곧 태양 방위에서 먹이가 떨어진 각도와 같습니다.
도해 · glu.kr 자체 작성

규칙은 단순하면서도 우아합니다. 직진 구간이 연직 위(중력 반대 방향)에 대해 이루는 각도가, 곧 먹이의 방향이 태양 방위에 대해 이루는 각도와 같습니다.

  • 직진 구간이 똑바로 위(↑)를 향하면 → 먹이는 태양 쪽에 있습니다.
  • 직진 구간이 똑바로 아래(↓)를 향하면 → 먹이는 태양 반대쪽에 있습니다.
  • 직진 구간이 연직에서 오른쪽으로 60° 기울면 → 먹이는 태양 방위에서 오른쪽으로 60° 떨어진 방향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 까다로운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태양은 하루 종일 한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방위각이 평균적으로 시간당 약 15°씩(위도·계절·시각에 따라 비선형적으로) 끊임없이 이동합니다. 그렇다면 아침에 본 춤과 정오에 본 춤이 같은 각도라도 가리키는 실제 방향이 달라져야 할 텐데, 벌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요?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시간 보정 태양 나침반(time-compensated sun compass)입니다. 꿀벌은 체내 생체시계로 태양의 이동을 추정해 보정합니다. 결정적인 증거가 있습니다. 벌집 안에서 오랫동안 춤을 추거나, 어두운 곳에 갇혀 있다가 뒤늦게 출발하는 무용수는 그사이 태양이 이동한 만큼 직진 구간의 각도를 시간에 맞춰 점진적으로 조정합니다. 즉 흘러간 시간 동안 태양이 얼마나 움직였을지를 체내 시계로 계산해, 같은 목적지를 가리키도록 각도를 스스로 갱신하는 것입니다. 덕분에 춤을 본 시점과 실제로 날아가는 시점이 달라도, 새로 모집된 일벌은 태양을 일관된 나침반으로 쓸 수 있습니다.

태양이 구름에 가려도 방법이 있습니다. 푸른 하늘 한 조각만 보이면, 벌은 대기에서 산란된 햇빛의 편광 패턴(polarization pattern)으로 태양의 위치를 역산합니다. 편광 패턴은 태양 위치에 대해 기하학적으로 정해지므로, 하늘 한 조각만으로도 방위를 복원할 수 있습니다. 이 능력 역시 폰 프리슈가 규명했습니다. 벌은 겹눈의 배측 가장자리 영역(dorsal rim area, DRA)에 있는 편광 민감 광수용체로 자외선 영역의 편광 방향을 감지합니다. 결국 직접 보는 태양 나침반과 편광 나침반이 서로의 백업으로 작동해, 흐린 날에도 푸른 하늘 조각만 확보되면 방향 정보가 유지됩니다.

거리를 적는 법: 풍경이 흘러간 양으로 재다

거리는 직진 구간의 지속 시간에 담깁니다. 먹이가 멀수록 직진 구간이 길어집니다. 다만 이 관계를 단순 정비례(선형)로 못 박으면 안 됩니다. Kohl과 Rutschmann(2021)이 꿀벌을 둥지에서 0.1~1.7km 떨어진 먹이대로 훈련시켜 측정한 결과, 거리에 따른 직진 시간 증가는 기울기가 점점 완만해지는 비선형 함수로 가장 잘 설명되었습니다. 첫 1km 구간이 가장 가파르고, 그 이후로는 완만해집니다. 실제로 약 1km 지점을 꺾임점으로 갖는 두 직선 모델로도 거의 똑같이 잘 들어맞았습니다. 실측값을 보면 100m에서 약 0.41초, 1.7km에서 약 2.20초로, 1.6km에 걸쳐 약 5.4배 늘어납니다. 평균하면 100m당 대략 110밀리초 수준이지만, 비선형이므로 단일 상수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벌은 거리를 무엇으로 잴까요? 한때 폰 프리슈는 비행에 든 ‘에너지’로 거리를 가늠한다고 보았지만, 이 가설은 수정되었습니다. 오늘날의 정설은 시각 흐름(optic flow)입니다. 먹이를 오가는 동안 눈(망막)에 흘러 지나가는 영상의 총량으로 거리를 가늠하고, 그 양을 직진 구간 길이로 옮겨 적는다는 것입니다.

거리 측정 개념 — 벌은 비행 중 눈에 흘러 지나가는 풍경의 양(시각 흐름)으로 거리를 가늠합니다. 배경이 흐르고 벌만 또렷한 모습으로 형상화했습니다.
거리 측정 개념 — 벌은 비행 중 눈에 흘러 지나가는 풍경의 양(시각 흐름)으로 거리를 가늠합니다. 배경이 흐르고 벌만 또렷한 모습으로 형상화했습니다.
삽화 · AI 생성(Codex/ChatGPT 구독)

결정적 증거는 터널 실험에서 나왔습니다. 좁고 무늬가 있는 터널을 통과시키면 가까운 벽이 시각 흐름을 과장하여, 벌은 실제보다 훨씬 먼 거리를 날아왔다고 오인합니다. 일종의 ‘시각 기반 주행거리계’가 오측정을 하는 셈인데, 그러면 춤의 직진 구간도 그에 맞춰 길어집니다. 거리 추정이 비행 거리 자체가 아니라 눈에 흘러간 풍경의 양에 묶여 있음을 직접 보여 준 실험입니다.

다만 시각 흐름이 거리를 재는 유일한 기전은 아닙니다. 2024년 한 연구는, 주변 환경을 미리 탐색해 익숙해진 벌은 터널이 만들어 내는 과장된 시각 흐름을 무시하고 지형지물(landmark) 기억에 기대어 거리를 추정한다는 사실을 보였습니다. 지형지물을 가림막으로 차단했을 때에만 터널의 시각 흐름 효과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정리하면, 주된 기전은 시각 흐름이되, 익숙한 지형에서는 지형지물 기억이 이를 보완하거나 덮어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종마다 다른 거리 단위: 꿀벌의 ‘방언’

흥미롭게도 똑같은 거리라도 꿀벌의 종에 따라 직진 구간의 길이가 다르게 나옵니다. 마치 같은 뜻을 다른 단위로 말하는 방언(dialect)처럼 말입니다. 방언이란 곧 ‘거리에 따라 직진 지속시간이 증가하는 기울기’의 종간 차이를 가리킵니다. 측정에 따르면 동양꿀벌(Apis cerana)이 거리당 약 5.4초/km로 가장 가파르고, 난쟁이꿀벌(Apis florea)이 약 4.6초/km로 중간, 큰꿀벌(Apis dorsata)이 약 2.1초/km로 가장 완만합니다.

여기서 자주 인용되는 숫자 하나를 정확히 짚고 가겠습니다. 이 세 종에 흔히 붙는 ‘약 1km / 2.5km / 3km’라는 거리는 춤으로 부호화할 수 있는 최대 거리가 아니라, 각 종이 날아가는 최대 채집 반경(foraging range)입니다. 동양꿀벌은 둥지에서 약 1km까지, 난쟁이꿀벌은 약 2.5km까지, 큰꿀벌은 약 3km까지 채집을 나간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보정곡선을 만든 인도 현장 실험에서 측정된 채집 거리 중앙값은 이보다 훨씬 짧아, 동양꿀벌 약 94m, 난쟁이꿀벌 약 148m, 큰꿀벌 약 197m 수준이었습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한 장짜리 노출 빗집 위의 큰꿀벌(Apis dorsata). 채집 반경이 넓은 종일수록 거리 방언의 기울기가 완만합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한 장짜리 노출 빗집 위의 큰꿀벌(Apis dorsata). 채집 반경이 넓은 종일수록 거리 방언의 기울기가 완만합니다.
Basile Morin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 출처

이 차이에는 합리적인 설계가 깔려 있습니다(적응적 조율 가설). 채집 반경이 넓은 종일수록 기울기가 완만합니다. 가파른 방언은 거리에 따른 시간 변화가 커서 거리 분해능(정밀도)이 높지만, 직진 시간의 천장에 금세 도달해 부호화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집니다. 반대로 완만한 방언은 정밀도를 조금 희생하는 대신 넓은 채집 반경 전체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 붐비는 춤 무대에서 직진 구간이 너무 길어지면 다른 벌이 따라 읽기 어렵습니다(여기서 말한 거리당 기울기는 가까운 거리 구간의 값으로, 먼 거리에서는 곡선이 천장에 가까워지며 완만해집니다). 그래서 넓은 반경을 채집하는 종일수록 완만한 방언을 택해, 먼 거리까지 무리 없이 부호화합니다.

이 방언은 타고나는 것일까요, 환경의 영향일까요? 2024년 한 연구가 열대와 고지대의 동양꿀벌(Apis cerana)을 비교해 이를 직접 갈라 보았습니다. 히말라야 군락을 2,600km 떨어진 방갈로르로 이주시켜도 열대종보다 기울기가 낮게 유지되어, 거리 부호화에 유전적으로 고정된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동시에, 이주된 군락의 기울기가 원래 서식지에서보다 유의하게 높아져 환경의 영향도 함께 확인되었습니다. 결국 종·계통의 방언은 유전과 환경이 함께 빚어내는 형질이었습니다.

정말로 춤이 정보를 전달할까: 한때 진짜였던 논쟁

오늘날에는 당연해 보이지만, 한때 이것은 진짜 논쟁거리였습니다. 폰 프리슈는 8자 춤이 먹이까지의 거리·방향 벡터를 상징적으로 전달한다고 주장한 반면, Adrian Wenner는 벌이 실제로는 춤 정보가 아니라 주로 냄새 단서로 먹이를 찾는다는 ‘냄새 가설’을 내세웠습니다. 이 대립은 수십 년간 이어졌습니다.

꿀벌의 춤 언어를 수십 년에 걸쳐 해독해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카를 폰 프리슈(1926년경).
꿀벌의 춤 언어를 수십 년에 걸쳐 해독해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카를 폰 프리슈(1926년경).
Atelier Veritas (München)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 출처

결판은 2005년 Riley 등이 Nature에 발표한 연구로 났습니다. 연구진은 하모닉 레이더(harmonic radar)로, 춤을 보고 모집된 벌들의 실제 비행경로를 추적했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모집된 벌들은 춤이 가리킨 벡터(방향·거리)대로 목적지 부근까지 곧장 날아갔고(가는 길의 바람 표류까지 보정했습니다), 그 부근에 도착한 뒤에야 냄새 등으로 정밀 탐색을 해 정확한 위치를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정답은 “누가 이겼다”가 아니라 “둘 다 작동한다”입니다. 춤은 목적지까지의 거리·방향 벡터를 전하고, 냄새는 도착 지점에서의 최종 정밀화를 맡습니다. 폰 프리슈의 가설이 핵심적으로 입증되되, 냄새의 역할도 부정되지 않은 것입니다.

본능인가, 배우는 것인가

마지막 질문이 남습니다. 이 정교한 춤은 완전히 본능일까요, 아니면 배우는 것일까요? 2023년 Dong 등이 Science에 발표한 연구가 이를 정밀하게 갈라냈습니다. 처음 춤추기 전에 선배 무용수를 따라 배울 기회 없이 자란 벌과, 정상적으로 선배의 춤을 관찰한 벌을 비교한 것입니다.

결과는 비대칭적이었습니다. 선배에게 배우지 못한 벌은 첫 춤에서 방향(각도)의 분산 오차가 컸고, 거리 부호화도 틀렸습니다. 그런데 그 뒤가 흥미롭습니다. 방향 정확도는 이후 경험을 통해 개선되었지만, 거리 부호화의 오류는 끝내 회복되지 못하고 평생 고정되었습니다. 즉 이 춤은 완전한 본능도, 완전한 학습도 아니었습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방향은 배워서 다듬는 축이고, 거리는 타고나 고정되는 축입니다.

참깨알만 한 뇌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장소를 가리켜 거리와 방향을 기호로 적고, 그중 한 축은 선배에게 배우기까지 합니다.

작은 창조물의 정교한 소통 설계

꿀벌의 8자 춤을 들여다볼수록,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우아하게 풀려 있는지 놀라게 됩니다. 캄캄한 벌집에서는 태양 대신 중력을 기준으로 삼고, 시간이 흘러 태양이 움직이면 체내 시계로 그만큼을 보정하며, 구름이 끼면 편광 패턴으로 위치를 역산합니다. 거리는 눈에 흘러간 풍경의 양으로 재고, 종마다 사는 환경에 맞춰 그 ‘단위’를 다르게 조율합니다. 방향은 배워서 다듬고, 거리는 타고나 고정합니다. 이 모든 것이 참깨알 한 알 크기의 뇌 안에서 일어납니다.

glu.kr의 사명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것을 배우고 토론하고 설명하는 것입니다. 이토록 작은 생명 안에 담긴 이토록 정밀한 소통의 설계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창조 세계의 깊이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합니다. 다음에 꽃밭을 스쳐 가는 벌 한 마리를 보거든, 그 작은 머릿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좌표가 기호로 번역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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