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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는 한 번 번쩍였는데 천둥은 왜 오래 울릴까

하늘이 번쩍입니다. 잠시 뒤 천둥이 들리는데, 빛은 이미 사라졌어도 소리는 우르르 길게 이어집니다. 번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치고 있는 걸까요?

그럴 때도 있겠지만, 천둥이 길다고 반드시 새로운 번개가 계속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긴 번개 통로의 여러 부분에서 생긴 소리가 서로 다른 시각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눈에 한 장면으로 들어온 공간이 귀에는 시간차로 펼쳐지는 셈입니다. [1]

워싱턴주 골든데일 근처의 밤하늘에서 여러 갈래로 뻗은 번개와 아래쪽 나무·도로
미국 워싱턴주 골든데일 근처에서 촬영한 번개입니다. 밝은 경로에서 여러 가닥이 가지처럼 뻗어 있습니다.
The Modern Polymath · CC BY 4.0 · Wikimedia Commons

천둥의 출발점은 구름끼리의 충돌이 아닙니다

천둥을 구름 두 덩어리가 부딪치는 소리라고 상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소리를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은 번개가 흐르는 좁은 공기 통로의 급격한 가열입니다. 매우 짧은 시간에 큰 에너지가 전달되면 뜨거워진 공기가 급팽창하고 주변 공기를 압축합니다. 이렇게 생긴 충격파가 바깥으로 퍼져 나갑니다. [3]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세기의 충격파로 남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국립심각폭풍연구소(NSSL)는 방전 통로 가까이에서 만들어진 충격파가 전파되며 보통의 음파로 바뀐다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듣는 천둥은 이 압력 변화가 귀에 도달한 결과입니다. [4]

구름 안에서는 얼음 입자의 충돌과 이동이 전하가 나뉘어 쌓이는 데 관여합니다. 이 과정은 번개가 생길 전기적 조건을 마련하는 쪽입니다. 입자들이 전하를 주고받는 과정과 번개가 공기를 가열해 소리를 만드는 과정을 구분하면, ‘구름이 부딪쳐 천둥이 난다’는 설명에서 어디가 생략됐는지 보입니다. [4]

캔자스주의 농장과 도로 위를 덮은 거대한 어두운 슈퍼셀 뇌우 구름
미국 캔자스주의 슈퍼셀 뇌우입니다. 거대한 구름 아래에 농장 건물과 도로가 보입니다. 번개 경로 자체를 보여 주는 사진은 아닙니다.
Mike Coniglio / NOAA NSSL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소리는 낙뢰 지점 한 곳에서만 출발하지 않습니다

번개를 지도 위에 표시된 낙뢰 지점 하나로 생각하면 천둥도 그곳에서 한 번 ‘쾅’ 하고 끝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공기를 가열하는 방전 통로는 하늘에 길게 뻗어 있습니다. 소리의 출발점도 그 통로를 따라 분포합니다. 가까운 부분에서 온 소리가 먼저, 더 먼 부분에서 온 소리가 나중에 들릴 수 있습니다. [1]

간단한 계산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같은 통로 위의 두 부분이 거의 동시에 소리를 냈고, 그 소리가 일정한 속도로 곧장 온다고 가정합니다. 음속은 설명을 위해 초속 340m로 잡겠습니다. 영국 기상청 설명의 반올림 값으로, 실제 음속은 대기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2]

소리의 도착 시간: 실제 관측이 아닌 두 지점의 가상 예시
소리가 시작된 부분 듣는 사람까지의 거리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
가까운 부분 A 1,020m 3초
먼 부분 B 3,060m 9초

거리 ÷ 속도로 계산하면 두 소리는 6초 간격으로 도착합니다. 이 가상 예시에서는 그 사이에 새 번개를 추가하지 않아도 됩니다. 실제 통로에는 두 점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여러 부분의 소리가 겹쳐 들립니다. 이 계산은 메아리나 반복 방전을 넣지 않아도 경로의 거리 차이만으로 소리의 도착 시각이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여기서 1,020m와 3,060m는 통로를 따라 잰 길이가 아니라, 각 부분에서 듣는 사람까지의 거리입니다. 따라서 천둥이 6초 이어졌다고 해서 번개 자체의 길이가 곧바로 2,040m라고 역산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길이의 통로라도 방향과 굽은 모양, 듣는 위치가 다르면 각 부분까지의 거리가 달라집니다.

독일 츠비카우의 나무 위로 하늘을 가로질러 뻗은 가지 모양 번개
독일 츠비카우의 폭풍우 치는 밤에 촬영한 번개입니다. 사진에는 구름 사이로 가로지르는 밝은 경로가 길게 드러납니다. 30초 노출 사진입니다.
André Karwath aka Aka · CC BY-SA 2.5 · Wikimedia Commons

눈에 한 번 보인 섬광도 한 번의 방전은 아닐 수 있습니다

소리의 이동 시간과 별개로, 번개 쪽에도 짧은 반복이 있을 수 있습니다. NSSL이 설명하는 흔한 음극성 구름-지면 번개에서는 선도 방전이 아래로 길을 뻗습니다. 지상에서 올라온 통로와 연결된 뒤에는 밝은 귀환 뇌격이 그 길을 따라 위쪽으로 전파됩니다. [5]

이후 비슷한 경로를 다시 밝히는 방전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나의 섬광, 즉 flash에 여러 뇌격인 strokes가 포함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것을 모든 번개의 고정 순서로 일반화하면 안 됩니다. 지면에 닿지 않고 구름 안에서 이어지는 번개도 많습니다. [5]

따라서 긴 천둥을 이해할 때는 두 질문을 나누는 편이 좋습니다. ‘소리가 언제 만들어졌는가’‘그 소리가 언제 내게 도착했는가’입니다. 반복 방전은 앞의 질문에, 긴 통로의 거리 차이는 뒤의 질문에 해당합니다. 사진 한 장이나 귀에 들린 한 번의 울림만으로 둘의 몫을 정확히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프랑스 포르라누벨의 방파제와 두 등대 너머 바다 위로 여러 번개 경로가 보이는 장노출 사진
프랑스 포르라누벨의 항구와 등대를 배경으로 찍은 밤 뇌우입니다. 383초 동안 노출한 사진이므로, 보이는 번개 경로들이 모두 같은 순간에 생겼다는 뜻은 아닙니다.
Maxime Raynal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번쩍인 뒤의 침묵과 우르르 이어지는 소리는 다릅니다

번개를 보고 천둥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빛과 소리의 속도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영국 기상청은 그 간격을 초로 세어 3으로 나누면 대략적인 거리를 km로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때 재는 것은 첫 소리가 들리기 전의 간격이지, 천둥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 시간이 아닙니다. [2]

이 값도 방전 전체를 지도에 그려 주지는 않습니다. 앞의 가상 예시처럼, 소리가 난 여러 부분 가운데 먼저 들린 부분까지의 이동 시간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지면의 정확한 낙뢰 위치나 뒤이어 올 번개의 위치를 알아내는 계산으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야외에서 시간을 재며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미국 기상청은 천둥이 들린다면 낙뢰 위험 범위일 수 있으므로 즉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라고 안내합니다. 여기의 계산은 이미 안전한 실내에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설명입니다. [3]

알링턴 펜타곤시티의 건물들 위 밝은 번개와 여러 가는 가지 경로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펜타곤시티 위로 번개가 보입니다. 건물 뒤쪽까지 이어지는 경로와 그 옆으로 뻗은 가는 가지들이 함께 담겼습니다.
Postdlf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그렇다면 빛만 보이는 번개는 무엇일까요?

먼 하늘이나 구름이 조용히 번쩍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 기상청은 영어로 heat lightning이라 부르는 현상이 열 때문에 생긴 특별한 무음 번개가 아니라, 먼 뇌우의 빛을 보는 경우라고 설명합니다. 실제 번개 통로는 지형이나 구름에 가려지고 밝아진 하늘만 보일 수도 있습니다. [7]

빛을 봤다는 사실과 천둥이 들릴 조건이 갖춰졌다는 사실은 같지 않습니다. 소리가 들리는 거리는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집니다. 미국 기상청 멜버른 지부의 해설은 강한 비와 바람이 있을 때 가청 거리가 줄어들고, 차분하고 조용한 밤에는 더 먼 천둥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특정 거리를 넘는 순간 천둥이 사라지는 고정된 경계선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8]

대기 조건에 따라 소리가 지표에서 멀어지는 쪽으로 굽을 수도 있습니다. ‘안 들린다’는 것이 ‘소리가 안 났다’는 뜻은 아닙니다. [2]

웰링턴산 능선 위 밝아진 구름과 희미한 번개 경로, 수면에 비친 마을 불빛
호주 태즈메이니아의 오스틴스페리에서 바라본 웰링턴산 위 번개입니다. 산 능선 위 구름이 넓게 밝아지고, 아래 물가의 불빛이 수면에 비칩니다.
JJ Harrison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사진 속 선을 넘어, 구름 안의 경로를 읽다

사진은 밝은 통로의 모양을 보여 주지만 구름에 가려진 부분과 빠른 진행 순서를 모두 보여 주지는 못합니다. 이 점에서 번개 연구는 흥미롭습니다. NSSL의 오클라호마 번개 매핑 관측망은 방전 통로의 여러 지점을 3차원으로 지도화합니다. 연구자는 이를 통해 번개가 구름 어디서 시작해 어떤 공간으로 퍼지는지 살펴봅니다. [6]

여기의 풍경 사진들도 소리가 어느 순서로 도착했는지를 측정한 자료는 아닙니다. 한 장에 여러 밝은 선이 있어도 노출 시간과 촬영 방식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통로의 공간적 모양을 살펴보는 자료와 개별 방전의 시각을 판별하는 자료는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 프리처베 근처의 밤하늘에 여러 번개 경로가 보이고 아래에 나무와 송전탑이 있는 풍경
독일 프리처베 근처의 뇌우를 담은 사진입니다. 번개 아래로 나무와 송전탑의 윤곽이 보입니다. 사진 한 장만으로 실제 천둥의 길이나 방전 횟수를 알아낼 수는 없습니다.
Mathias Krumbholz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천둥을 다시 떠올려 보세요. 첫 소리 전의 잠깐 고요함은 빛과 소리의 이동 속도가 다르다는 단서이고, 이어지는 울림에는 긴 통로와 방전의 시간 구조가 함께 담길 수 있습니다. 번개가 짧게 보였다고 해서 그 소리까지 짧게 도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창조 세계의 익숙한 현상도, 무엇이 생겼는지와 그것이 어떻게 우리에게 왔는지를 나누어 보면 새롭게 읽힙니다.

참고 자료

  1. NWS — Understanding Lightning: Thunder
  2. Met Office — Thunder and lightning
  3. NOAA NESDIS — What Causes Lightning and Thunder?
  4. NOAA NSSL — Lightning FAQ
  5. NOAA NSSL — Lightning Types
  6. NOAA NSSL — Lightning Research
  7. NWS — Heat Lightning
  8. NWS Melbourne — What is Light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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