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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목청이 아니라 ‘배’로 운다

여름이 깊어지면 도시의 가로수도, 산자락도 온통 매미 소리로 가득 찬다. 창문을 닫아도 파고드는 그 우렁찬 합창을 누구나 알지만, 정작 저 작은 곤충이 ‘어떻게’ 그런 소리를 내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흔히 매미가 ‘운다’고 하지만, 매미는 목청이나 성대로 소리를 내지 않는다. 비밀은 놀랍게도 배에 있다.

말매미 성충을 위에서 본 모습
말매미(Cryptotympana atrata). 한국 도시의 여름을 채우는 대표적인 매미로, 소리의 비밀은 머리가 아니라 배마디에 있다.
사진 · Yi Chen, CC BY 4.0, Wikimedia Commons

목청이 아니라 배에 달린 ‘북’

매미 수컷의 배 첫마디 양옆에는 ‘팀발(tymbal)’이라 부르는 북 모양의 발음막이 있다. 주름(rib)이 잡힌 단단한 큐티클 막인데, 여기에 붙은 팀발근(tymbal muscle)이 막을 안쪽으로 잡아당기면 막이 순간적으로 안으로 좌굴(buckling)하면서 ‘딸깍’ 소리를 낸다. 근육이 힘을 풀면 이번엔 탄성 단백질 레실린(resilin)의 복원력으로 막이 원래 자리로 튀어나오며 또 한 번 소리가 난다. 즉 근육이 한 번 수축했다 이완하는 동안, 안으로 접힐 때와 밖으로 펴질 때 각각 소리가 발생하는 셈이다.

매미 수컷 발음 기관 팀발과 근육의 옛 해부 도판
매미 수컷의 발음 기관을 그린 옛 해부 도판. 아래에서 본 몸통과 발음기관을 덮는 딱지, 팀발을 움직이는 근육, 그리고 주름진 팀발 막(아래 두 그림)을 보여 준다.
도판 · 브리태니커 백과(1911), 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초당 수백 번, 순차로 접히는 발음막

팀발의 주름은 하나가 아니다. 근육이 한 번 당길 때 여러 개의 주름이 뒤에서 앞으로 차례차례 좌굴하며, 주름마다 하나씩 짧은 딸깍음이 이어져 펄스열(pulse train)을 만든다. 더 놀라운 것은 팀발이 일종의 ‘주파수 증배기’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호주매미 Cyclochila australasiae의 경우 팀발근은 초당 약 117회 수축하지만, 주름이 공진하며 만들어 내는 실제 노랫소리는 약 4.3kHz에 이른다. 근육이 떠는 속도가 아니라 주름의 빠른 좌굴 진동이 고주파음을 빚는 것이다. 종에 따라 팀발근은 초당 300~400회까지 수축하며, 사람 귀에는 개별 딸깍음이 이어져 하나의 연속된 소리로 들린다. 레실린 패드는 스프링처럼 탄성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되돌려, 이 빠른 좌굴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부품이다.

팀발근이 주름막을 좌굴시켜 소리를 내는 원리 도해
팀발이 소리를 내는 원리. 팀발근이 발음막을 안으로 좌굴시키며 딸깍 소리를 내고, 힘을 풀면 레실린 탄성으로 되튀며 또 한 번 소리가 난다.
도해 · glu.kr 자체 제작(개념도)

텅 빈 배가 만드는 공명

소리를 크고 맑게 키우는 것은 배의 나머지 공간이다. 수컷 매미의 배 속은 대부분 크게 발달한 공기주머니(air sac)로 차 있어 훌륭한 공명실 역할을 한다. ‘배가 텅 비어서 잘 울린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완전히 빈 것이 아니라, 얇게 부푼 공기주머니가 넓은 공동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구조를, 공기주머니를 공동(cavity)으로 삼고 음향적으로 투명한 고막(tympana)을 목(neck)으로 하는 ‘헬름홀츠 공명기’로 모형화했다 — 빈 병 입구에 바람을 불면 특정 음이 울리는 바로 그 원리다. 다만 최근 연구는 종에 따라 팀발·고막·배벽이 제각기 다르게 기여해, 하나의 단순한 공명기로만 환원되지 않는 복잡함이 있음을 보여 준다. 작은 곤충의 몸이 발음막·공기주머니·고막이 정교하게 맞물린 하나의 악기로 설계돼 있는 셈이다.

공기주머니와 고막이 헬름홀츠 공명기로 작동하는 원리 도해
텅 빈 배가 확성기가 되는 원리. 크게 부푼 공기주머니를 공동, 얇은 고막을 목으로 삼는 헬름홀츠 공명으로, 빈 병에 바람을 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도해 · glu.kr 자체 제작(개념도)

수컷만 부르는 노래, 그리고 소리의 크기

이 정교한 발음 장치는 수컷에게만 있다. 매미의 우렁찬 소리는 기본적으로 암컷을 부르는 구애 신호이며, 팀발이 없는 암컷은 이런 소리를 거의 내지 못한다(일부 종은 날개를 튕겨 신호를 보낸다). 소리는 놀랄 만큼 커서, 일부 종은 근거리에서 약 120dB에 이른다. 그래서 수컷은 노래하는 동안 자신의 청각기관 감도를 스스로 낮춰 청력을 보호한다. 흔히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곤충’으로 인용되는 것은 아프리카산 매미 Brevisana brevis로, 50cm 거리에서 106.7dB로 측정돼 기네스 기록에 올랐다. 다만 북미의 Megatibicen처럼 근소한 차이의 후보가 여럿이어서, ‘가장 시끄럽다’는 타이틀은 어떤 종을 어느 거리에서 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의 말매미·참매미도 도심에서 대략 70~90dB로, 여름철 소음 민원의 단골이다.

매미의 얼굴과 큰 겹눈을 초근접 촬영한 모습
매미의 얼굴을 초근접으로 촬영한 모습. 좌우의 큰 겹눈과 그 사이 세 개의 홑눈이 보인다.
사진 · Eastolany,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땅속의 긴 기다림

이 짧고 강렬한 여름 무대 뒤에는 긴 기다림이 있다. 한국 매미는 약충(굼벵이) 상태로 땅속 약 15~61cm 깊이에서 나무뿌리의 수액을 빨아먹으며 대략 2~5년, 길게는 7년을 보낸 뒤 지상으로 올라와 우화한다. 그렇게 얻은 성충의 삶은 고작 한 달 남짓이다. 흔히 우리 매미를 미국의 ‘주기매미(Magicicada)’와 혼동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다. 주기매미는 13년 또는 17년이라는 소수(prime) 주기에 맞춰 집단으로 우화하는 반면, 한국 매미는 그런 엄격한 소수 주기 동조 없이 해마다 나타나는 일반 매미다. 여름 저녁 창밖의 그 소란한 합창은, 몇 해의 지하 생활 끝에 한 달을 사는 수컷들이 온몸을 악기 삼아 부르는 절박한 세레나데인 셈이다.

우화 직후의 여린 매미와 곁에 벗어 놓은 허물
우화 직후의 매미(위에서 본 모습). 여러 해를 땅속에서 보낸 약충이 허물을 벗고 아직 여린 성충으로 나온 직후이며, 곁에 벗어 놓은 갈색 허물이 함께 보인다.
사진 · Basile Morin,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꽃에 매달린 빈 매미 허물
매미가 벗어 놓은 허물(탈피각) 클로즈업. 땅속 생활을 끝낸 약충이 지상에서 마지막 껍질을 벗고 남긴 빈 껍데기다.
사진 · Rhododendrites,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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