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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반짝이는데 행성은 왜 반짝이지 않을까

맑은 날 도심을 벗어나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들은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깜빡인다. 그런데 같은 하늘의 금성이나 목성은 흔들림 없이 고요하게 빛난다. 둘 다 대기를 통과해 눈에 닿는 빛인데 어째서 하나는 반짝이고 다른 하나는 잠잠할까. 답은 별이나 행성 자체가 아니라, 빛이 마지막 수백 킬로미터를 지나오는 지구 대기, 그리고 창조물마다 다른 겉보기 크기에 숨어 있다.

천문대 관측돔 위로 펼쳐진 은하수와 별이 총총한 밤하늘
칠레 파라날 천문대의 관측돔 위로 펼쳐진 은하수와 별들. 밤하늘의 별은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반짝인다.
사진 · ESO/B. Tafreshi (twanight.org), CC BY 4.0, Wikimedia Commons

반짝임을 만드는 대기의 흔들림

별빛이 반짝이는 현상, 즉 대기 요동(scintillation)은 온도와 밀도가 저마다 다른 공기 덩어리, 이른바 난류 셀들이 대기 중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일어난다. 공기 덩어리마다 굴절률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 사이를 통과하는 빛의 경로는 미세하게 계속 휘어진다. 별빛이 대기 최상층에서 지표까지 내려오는 동안 이런 난류 셀을 수없이 통과하면서 경로가 시시각각 바뀌고, 그 결과 밝기와 색이 순간순간 달라지는 반짝임으로 나타난다.

대기 난류 셀을 통과하며 굴절되는 별빛 경로를 보여주는 개념도
대기 중 온도·밀도가 다른 공기 덩어리(난류 셀)를 통과하며 굴절되어 계속 휘어지는 별빛의 경로.
도해 · glu.kr 자체 제작(개념도)

점 하나로 보이는 별, 그래서 고스란히 흔들린다

별은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아무리 큰 별이라도 사실상 하나의 점으로 보인다. 관측자에게 도달하는 빛은 가느다란 광선 다발 하나뿐이다. 그래서 대기 요동이 그 경로를 흔들면 밝기와 색의 변화가 감쇠 없이 고스란히 눈에 전달된다. 순간적으로 초점이 어긋나면 별빛이 잠깐 사라지듯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기를 반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별의 점광원과 행성의 원반이 대기를 통과하는 모습을 비교한 단면도
별(점광원)과 행성(원반)이 대기를 통과하는 모습의 차이. 별은 광선 다발 하나라 흔들림이 그대로 보이지만, 행성은 여러 점에서 오는 빛이 서로 다른 타이밍에 흔들려 평균적으로 상쇄된다.
도해 · glu.kr 자체 제작(개념도)

원반으로 보이는 행성, 숫자로 보는 차이

행성은 다르다. 지구에 훨씬 가까운 행성은 망원경으로 보면 폭을 가진 원반으로 보인다. 원반 위 여러 점에서 출발한 빛은 저마다 다른 난류 경로를 통과하기 때문에 반짝임이 일어나는 타이밍이 지점마다 어긋나고, 그 결과 수많은 점의 흔들림이 통계적으로 상쇄되며 전체 밝기 변화는 크게 줄어든다.

이 차이는 단위를 맞춰 보면 분명해진다. 별의 각크기는 밀리초각(mas) 단위로 잴 만큼 작다. 맨눈에 가장 밝은 별 시리우스 A조차 간섭계 측정값이 약 5.9~6.05 mas에 불과하고, 태양보다 훨씬 큰 베텔게우스도 약 42~56 mas 수준이다. 반면 대기 시잉(seeing), 즉 요동이 상을 흔드는 전형적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큰 각초(arcsec) 단위로, 1각초는 1,000 mas다. 조건이 좋은 고지대 관측지에서도 시잉은 보통 0.4~1.0각초, 평범한 관측지에서는 2~4각초에 이른다. 별의 각크기는 이 시잉 규모보다 대체로 수십에서 수백 배 작아(시리우스 A 기준 약 66~678배, 베텔게우스 기준 약 7~95배), 사실상 완벽한 점광원으로 취급되고 반짝임이 그대로 드러난다.

반면 밝은 육안 행성들의 각크기는 수성 약 4.5~13각초, 금성 약 9.7~66각초, 화성 약 3.5~25.1각초, 목성 약 29.8~50.1각초, 토성 본체 약 14.5~20.1각초에 이른다. 전형적 시잉 규모와 비슷하거나 훨씬 커서 원반 평균화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 반짝임이 크게 줄어든다.

망원경으로 본 목성의 줄무늬와 대적점, 주변의 위성 몇 개
망원경으로 촬영한 목성. 줄무늬와 대적점이 보이는 폭을 가진 원반이며, 곁에는 위성 몇 개가 점으로 보인다.
사진 · Astrobond,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그런데 천왕성과 해왕성은 예외다

여기서 행성은 절대 반짝이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육안 행성 가운데 천왕성(약 3.3~4.1각초)과 해왕성(약 2.2~2.4각초)은 각크기가 가장 작아, 평범한 관측지의 시잉 규모(2~4각초)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크지 않은 경우가 흔하다(다만 고지대의 우수한 시잉 조건에서는 오히려 시잉보다 몇 배 더 크다). 원반 평균화 효과를 낼 만큼 충분히 넓게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두 행성은 별에 가까운 점광원처럼 행동하며, 대기가 불안정하거나 지평선에 가까울 때는 별처럼 반짝이는 모습으로 관측·보고되기도 한다. 정확한 표현은 ‘금성·목성·화성처럼 각크기가 시잉 규모보다 뚜렷이 큰 행성일수록 반짝임이 훨씬 덜하다’로 한정해야 한다.

별과 행성의 각크기, 대기 시잉 규모를 비교한 인포그래픽
별(밀리초각)과 행성·대기 시잉(각초)의 각크기를 비교한 스케일. 천왕성·해왕성은 각크기가 작아 시잉 규모에 가까워 예외적으로 반짝일 수 있다.
도해 · glu.kr 자체 제작(개념도)

지평선에서 더 심해지는 반짝임, 그리고 흔들림을 이겨내는 기술

별이든 행성이든 지평선 가까이 낮게 떠 있을 때는 반짝임이 훨씬 두드러진다. 고도가 낮을수록 빛이 통과하는 대기의 두께, 즉 공기질량이 늘어나 굴절과 요동이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장마다 굴절률이 조금씩 달라 빛이 색깔별로 갈라지는 대기 분산, 이른바 색 섬광까지 더해진다. 지평선 근처의 시리우스가 빨강·파랑 등 여러 색으로 번갈아 반짝이는 것으로 유명한 이유이며, 이 현상이 종종 UFO로 오인되어 신고되는 사례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평선 근처에 뜬 시리우스와 오리온자리가 보이는 밤하늘
지평선 가까이 뜬 시리우스(왼쪽 밝은 점)와 오리온자리. 오른쪽 위의 밝은 천체는 촬영자 설명에 따르면 금성이다. 지평선에 가까울수록 대기를 더 두껍게 통과해 반짝임이 심해진다.
사진 · Uroš Novina, CC BY 2.0, Wikimedia Commons
초승달 곁에서 빛나는 금성
초승달 곁에서 또렷하게 빛나는 금성. 각크기가 충분히 큰 밝은 행성은 실제 관측에서 반짝임이 훨씬 덜하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 · ESO/Y. Beletsky, CC BY 4.0, Wikimedia Commons

대기 요동은 밤하늘을 낭만적으로 만드는 동시에 지상 망원경의 해상도를 갉아먹는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현대 천문대는 파면 센서로 상 왜곡을 초당 수백~수천 번씩 측정하고 변형거울로 즉시 보정하는 적응광학 기술을 쓴다. 창조물 각각이 지닌 고유한 크기와 거리, 대기라는 얇은 막이 만들어내는 정밀한 상호작용이 밤하늘의 반짝임 하나에도 새겨져 있는 셈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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